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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덴마크 2012 - 오픈 샌드위치 스뫼레브뢰드 슈뫼어브롣 (Smørrebrød)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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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우표] 덴마크 2012 - 오픈 샌드위치 스뫼레브뢰드 슈뫼어브롣 (Smørrebrød)

단 단 2022. 5. 27. 21:04

 

 

우표 한 장 22×38 mm. 스티커 방식.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영어로는 'Danish open-faced sandwiches',

덴마크어로는 'smørrebrød'.

 

원래 이름은 'smør og brød', 즉 'butter and bread'.

버터를 뜻하는 '스뫼르(smør)'에 빵을 뜻하는 '브뢰(brød)'가 합쳐져

"버터를 바른 빵"이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 덴마크의 대표 음식입니다. 

주로 점심식사로 먹는다고 하지요. 이것만 제공하는 식당도 있을 정도이고요.

 

일단 발음부터.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슈뫼어브롣"처럼 들리는데, 한국에서는 "스뫼레브뢰드"라고 표기합니다.

첫 자음 's'가 '슈'와 '스'의 중간쯤으로 발음됩니다.

 

블친분들 중 덴마크에 여행 가시는 분이 나오면 소개하려고 잘 보관해 두고 있던 음식우표였는데 글쎄

덴마크 자치령인 페로 제도(Faroe Islands)에 여행 가신 분이 그 깡촌에서 이걸 사 드시고 오신 겁니다.

저로서는 뜻밖의 수확입니다. 드디어 이 예쁜 우표를 자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발행한 지 10년이 지났고 그 사이 덴마크 우정국이 스웨덴 우정국과 합병되는 바람에 발행 당시 제공했던 정보와 크고 선명한 우표 이미지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우표 네 장이 이미지 크기까지 제각각이라 검은 바탕에 크기와 간격 맞춰 늘어놓고 잡티와 무효 소인 제거한 뒤 천공perforation 하나하나 검게 파내며 보정 및 조작하느라 노가다를 두 시간 이상 했습니다.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돈도 안 되는 블로그질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지.

 

한 장 한 장 들여다봅니다.

 

 

 

 

 

 

 

삶은 달걀, 콕테일 새우, 토마토, 마요네즈, 오이, 캐비아, 딜dill.

 

 

 

'바닥재'로는 단맛을 내지 않고 버터밀크나 발효유를 넣어 낮은 온도에서 장시간 구운 사워도우 호밀빵rugbrød을 씁니다. 토핑 밑에 갈색의 빵이 살짝 보이죠. 통곡이나 씨앗 등을 박아 넣기도 합니다. 바닥재 위에 버터 혹은 라드를 바른 뒤 선호하는 재료들을 올려 먹는 겁니다. 손으로 들고 먹을 수는 없고 접시에 받쳐 포크와 나이프를 써야 합니다.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올려 먹을 수 있지만 관찰해 보니 클래식 토핑들이 몇 가지 존재합니다. 삶은 달걀 편 썬 것에 우마미 재료인 새우나 다른 갑각류 올린 것을 흔히 볼 수 있고,

 

 

 

 

 

 

 

소세지rullepølse, 젤라틴으로 굳힌 소육수sky, 양파, 오이, 크레스.

 

 

 

돌돌 말아서 누른 뒤 얇게 저민 소세지rullepølse, 조제 고기, 염장 생선도 단골로 올라옵니다. 냉장 시설이 잘 발달한 오늘날에는 저장육이나 저장어육뿐 아니라 생고기 혹은 생고기 익힌 것, 초절임 생선, 생물 생선 튀김 등도 자주 올라오고요. 

 

 

 

 

 

 

 

감자, 양파, 마요네즈, 래디쉬, 차이브.

 

 

 

껍질째 삶은 쫀득한 알감자를 편 썰어 올린 것도 클래식 토핑인 모양입니다. 요리책과 식당 사진에서 자주 봅니다. 채식주의자vegetarian도 먹을 수 있겠습니다. 

 

 

 

 

 

 

 

로스트 비프, 호스래디쉬 크림, 오이 피클, 셀레리악 레물라드celeriac rémoulade, 오렌지.

소고기라고 액면가가 가장 높아.

 

 

 

로스트 비프, 로스트 포크 등도 클래식 토핑입니다. 치즈는 물론 가장 흔한 토핑 중 하나이고요. 

 

요즘 보는 것 같은 신선한 재료들이나 비싼 가공 재료들을 잔뜩 올린 화려하고 푸짐한 음식이 아니었고 소박하게 때우는 간편식이었으나 1차대전 직후 1920-30년대 아르 데코 시절에 멋쟁이 음식으로 변모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 시대, 인스타그램 시대라 더하죠.

 

저는 영국의 작고 우아한 티 샌드위치들이 '사진발'을 위해 재료들을 자꾸만 바깥으로 끄집어내 불만입니다. 소filling가 빵 밖으로 나오면 편리함과 우아함은 개나 줘 버리게 되는 거죠. 덴마크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위에 올려 먹었다 하니 트집 잡아선 안 되겠고요. 슈뫼어브롣에 쓰이는 호밀빵은 알곡과 씨앗이 잔뜩 박히고 무거우면서 촉촉해 바닥에 한 장만 깔 수 있지 두 장 써서 덮어 손에 들고 먹기에는 질감도 맛도 과합니다. 이들이 이렇게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요.          

 

슈뫼어브롣 우표 발행 시 덴마크 우정국이 낸 소개글을 붙여 봅니다. 


At Smørrebrød er ikke Mad,
Og Kierlighed er ikke Had,
Det er for Tiden hvad jeg veed
Om Smørrebrød og Kierlighed.

That Smørrebrød is not food,
and love is not hate,
that is so far all I know
about Smørrebrød and love.


So wrote Danish poet Johan Herman Wessel (1742-1785) on the occasion of a social gathering in the 1770's at which only open sandsiches were served. At that time Danes ate two hot meals a day and sandwiches were regarded as something of a last resort. Bread slices with fat or butter and maybe a little salami were certainly not seen as high style.

 

1770년대에 어느 사교 모임에 갔던 덴마크의 시인이 제대로 된 음식 없이 오픈 샌드위치만 제공한 것에 분통을 터뜨리며 짧은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이 시절에 덴마크인들은 식사를 따뜻한 것으로 하루 두 끼 먹었는데, 버터나 라드를 바르고 살라미 몇 쪼가리 올린 샌드위치는 제대로 식사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하는 수 없이 먹는 음식으로나 간주되었습니다.

 

A hundred years later, things were quite different. Social developments and divisions of labour meant that fewer people could make it home to the simmering pots for lunch, so for them the solution was sandwiches in a lunchbox. At the same time, it had become easier to obtain fresh produce. Now people could easily get fresh meat and fish, which previoulsy were heavily salted and smoked so they would keep.

 

백년이 지나서는 샌드위치의 이 같은 위상에 변화가 옵니다. 노동 환경이 달라져 노동자들이 더이상 집에서 따뜻한 점심식사를 하지 못 하고 점심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싸서 다니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는 또 신선한 식재료의 유통이 전보다 용이해져 저장을 위해 고기와 생선을 세게 염장하거나 훈제할 일도 점점 줄어 들게 됩니다. 

 

The concept of the Danish open sandwiches arose out of these conditions. The high-piled sandwich, a festive version of the everyday rye-bread lunch, was invented in the 1880's. It’s been a central art of Danish food culture even since. As a tribute to the Danish open sandwiches, Post Danmark is issuing four stamps. Each represent a classic of this culinary genre: a slice with egg and prawns, one rolled sausage, a delicious potato sandwich and last but not least roast beef - all popular classics.

 

덴마크식 오픈 샌드위치는 이러한 변화들에 힘 입어 꽃을 피우게 됩니다. 호밀빵 위 단출한 토핑의 소박한 점심식사였던 오픈 샌드위치를 1880년대에는 토핑 높이 쌓아 올린 화려한 명절용 음식으로 탈바꿈시켜 선보이기 시작해 이제는 덴마크 식문화의 중심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기념하고자 덴마크 우정국이 2012년에 네 장의 '클래식' 토핑 슈뫼어브롣 우표를 선보입니다. 

 

Historically it's been the so-called 'Smorre brodsjomfruer' (sandwiches maids) who have carried on the tradition of open sandwiches. It is because of their hard work down the years that the sandwiches survived the downturn that hit Danish cuisine in the 1940's and 1950's, when substitute and semi-manufuctured goods became widespread.

 

대체 먹거리와 공장제 반가공 식품들이 범람하기 시작한 1940년대와 50년대에는 오픈 샌드위치가 쇠퇴기를 맞기도 했으나 그런 가운데 이를 꿋꿋이 지키고자 헌신해 온 '샌드위치 아낙들'의 이름을 역사는 기억합니다.     

 

In recent years, open sandwiches have had a reniassance and Nordic cuisine has become hip again. Danish chefs have taken pride in reinterpreting their tradition with an emphasis on quality and good ingredients. In many restaurants, it is a tradition to make everything from scratch. Today the tendency is to move away from the high-piled sandwiches towards simpler sandwiches where the toppings no longer hide the bread and the ingrediants are organic.

 

오늘날 오픈 샌드위치와 노르딕 식문화는 다시 한 번 부흥기를 맞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요리사들과 식당들은 양질의 재료를 써서 창의적으로 오픈 샌드위치를 재해석해 내고 있으며, 빵을 가릴 만큼 토핑을 잔뜩 쌓아 올리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는 유기농 등 고품질의 재료들로 보다 단순하게 내는 경향을 보입니다. 뭐 이런 이야기들입니다. 발번역 끝. 

 

 

 

 

 

 

 

값 나가는 미술품들은 오라버니들이 전부 가져가고

단단은 미식가 독재자 영감님 유품에서 음식책과 요리책이나 겨우 물려받음.

<Culinaria: European Specialties> Vol. 1, Könemann (1995).

덴마크 편의 슈뫼어브롣.

 

 

 

25년쯤 전의 덴마크 오픈 샌드위치는 이랬습니다. 요즘 것들에 비하면 채소가 부족하지만 주재료에 집중해 깔끔해 보이죠. 날달걀 노른자도 보이네요. 남유럽의 따빠스tapas, 치께띠cicchetti에 비견되기도 하는데, 덴마크 오픈 샌드위치 쪽이 크기도 좀 더 크고 양이 많습니다. 조제 고기와 훈제 생선, 초절임 생선 등 제가 좋아하는 재료들이 많아 저한테는 맛있어 보입니다. 

 

 

 

 

 

 

 

 

요리책 <The Scandi Kitchen>, Brontë Aurell (2015)의 표지와 내용 일부.

 

 

 

그로부터 20년 뒤에 나온 요리책의 슈뫼어브롣입니다. 담음새와 '감성'이 많이 달라졌죠?

앗? 그런데 우표 네 장에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클래식 토핑이 맞나 봅니다.

 

재료 구하기 쉽고 만들기 만만해 보이는 것으로 해먹고 사진을 한번 올려 보겠습니다. 오늘 낮에 외출해서 덴마크식 혹은 북유럽식 호밀빵을 구해 보려 애썼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럼 집에서라도 구우면 되는데, 레서피를 보니 덴마크식 호밀빵은 정석대로 구우려면 천연발효종levain, sourdough starter 준비 시간과 썰기 전 하루 휴지 시간까지 합해 5일이 넘게 걸린다는군요. (꽈당) 속성으로 굽는다 해도 전내 나지 않은 신선한 호밀가루를 구하는 게 힘들고요. 지방에서까지 '빵지 순례'를 온다는 유명한 빵집 <르뱅 룰즈Levain Rules>가 집 근처에 있는데, 이 집에서도 북유럽식이나 독일식 '진지한' 호밀빵은 취급하지 않으니 호밀을 소량 섞은 통밀빵이라도 사다가 실습해 봐야겠습니다.      

 

 

 

 

 

 

 

덴마크식 호밀빵 구워 집에서 클래식 슈뫼어브롣 4종을 즐기는 어느 푸디.

 

 

 

눈이 즐거워

덴마크 오픈 샌드위치 클래식 8종 사진 설명

 

실습해 보았습니다.

☞ 덴마크식 오픈 샌드위치 만드는 거 생각보다 성가시다

 

영국의 클래식 티 샌드위치, 오픈 샌드위치, 그릴드 샌드위치

☞ 프론 마요 샌드위치

☞ 훈제 연어 샌드위치

☞ 오이 샌드위치 (1)

☞ 오이 샌드위치 (2)

☞ 에그 앤드 크레스 샌드위치

☞ 치즈 앤드 어니언 샌드위치

☞ 햄 앤드 치즈 샌드위치

☞ 코로네이션 치킨 샌드위치

영국의 오픈 샌드위치 격인 잉글리쉬 머핀과 토핑

영국의 오픈 샌드위치 격인 쟈킷 포테이토

치즈 토스트 '웰쉬 래빗'

☞ 체다 앤드 햄 토스티

☞ 날개 달린 치즈 토스티

 

 

 

댓글 4
  • 프로필사진 더가까이 2022.09.10 22:50 2022.05.28 00:42

    히야~ 완전 '척하면 척'이십니다. @.@ 게다가 사진에 잡티 하나, 허접한 사진 하나 허용하지 않는 진정한 professionalism!!!! 덕분에 다녀온 곳의 음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Smørrebrød를 코펜하겐에 하루 묵었을때 먹어본 적이 있었어요. https://nearer.tistory.com/619 거긴 현대식으로 온갖 멋을 다 부린 곳이었던 반면, 이번에 페로 제도의 베이커리는 단단님 올려주신 클래식에 무척 충실한 메뉴네요. (저희가 주문한 것 위주로 일부러 골라 소개해 주신듯) 자치령이라해도 덴마크의 일부는 맞나 봅니다.

    (돌아다니는 닭은 못 봤는데) 계란 들어간 것이 많네요. 소스도 케첩은 달라고 하면 주기는 하는데 전체적으로 마요네즈(이것도 계란 베이스) 계통이 주를 이루었어요.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9.10 22:51 신고 2022.05.30 22:22

    제가 하도 집순이라 억지로라도 견문을 넓히기 위해 음식우표 수집을 하게 되었답니다. 안 그랬으면 밤낮 먹던 음식만 먹고 지루한 일상 반복하며 살았을 거예요. 그 덕에 여행 좋아하시는 더가까이 님과 더 가까이 교류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합니다. 여행 또 가세요, 자꾸 가세요. 우표책 뒤져 보니 페로 제도 음식우표가 꽤 많아요.;; 다 소개해 볼게요. 그런데, 저 늙으면 이 많은 음식우표들 어쩌죠? 고생해서 모은 건데 박물관 차려 입장료 천원씩 받을까요? ㅋㅋㅋㅋㅋㅋ 더가까이 님은 음식우표 스토리 텔링에 기여를 많이 하셨으므로 입장료 평생 면제!

    제가 꼼꼼하다는 걸 푸드 블로그질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 거지 같이 나온 거 올리고 나면 신경 쓰여 밤에 잠이 잘 안 와요. 그래서 블로그 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와글와글 해졌어요. ㅋ 이런 단점도 있지만 또 장점도 많은데, 특히, 자료 찾아 공부하면서 글로 정리하는 습관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거. ㅋ

    앗, 저 그 코펜하겐 레스토랑 글 봤었는데 변형이 심해 당시에는 그게 smørrebrød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감각 있는' 주방에서 바로 조립해 내주면 맛있겠습니다. 어떤 곳은 그냥 빵 위에 생재료나 기성재료 사다 얹은 것밖에 안 돼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하죠.

    네, 북유럽은 토마토 노지 재배가 잘 안 되니 케첩보다는 마요네즈가 더 일반적일 거예요. 북유럽과 동유럽인들이 (사워)크림과 마요네즈를 좋아합니다.
  • 프로필사진 희건 2022.09.10 22:50 2022.05.28 12:57

    저는 빵 두쪽으로 덮어 먹는 일반 샌드위치가 더 맛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든지 좀 됐는지 토핑이 말라 보였고요
    금방 만들어 그자리에서 먹으면 맛있겠습니다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수고에 늘 감사합니다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9.10 22:51 신고 2022.05.30 22:29

    안 그래도 저도 빵 두 쪽 사이에 끼워 먹는 샌드위치 쪽이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실습 딱 한 번밖에 못 해보았지만 같은 재료라도 과연 잘게 썰어 소스에 잘 버무린 뒤 빵 사이에 끼워 먹는 쪽이 훨씬 맛있었고요. 그래도 적은 경험으로 속단하면 안 되니 실습을 좀 더 해보겠습니다. 블로그질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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