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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어버이날 - 나는 어떤 부모가 됐을까?

단 단 2022. 5. 8. 13:26

 

 

내게 자식이 있었다면 어떤 부모가 되었을까 가끔 상상해 보곤 한다.

 

단단 특유의 열심으로 이 책 저 책 뒤져 가며, 또, 육아 전문가들과 선배들의 이런 저런 조언 들어 가며 잘 키워 보겠다고 애를 썼을 게 분명하지만, 육아만큼 이론과 실전에 괴리 큰 분야가 또 없다는 것 정도는 대단한 통찰력이 없더라도 눈치 챌 수 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중 최고봉은 내 몸과 의지가 아니라 내 자식이라잖나.

 

나는 열심뿐 아니라 근성도 있다. 하루에 책 열 쪽씩 읽으며 공부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네 쪽만 더 공부하면 한 장이 끝나는 상황에서는 그 네 쪽을 마저 본다. 그런데 내 새끼가 나처럼 열심에 근성이 있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으니 '나 같지 않으면' 또 얼마나 속 터져하고 닦아세웠겠나. 물심양면 뒷바라지한 다음 나는 과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내려놓을 수 있었을까? "공부에 뜻 없으면 내비 둬. 가락시장에서 배추 내릴 놈도 있어야지. 몸만 건강하면 돼." '쿨'한 엄마가 될 수 있었을까?

 

열심과 근성이 기본 바탕이어야 할 전공 특성에 고학벌 고학력자이다 보니 (초등생 때부터 입시 치른 몸.) 내 주변 사람들도 다 나 같은데, 그들에게는 내게 없는 부모님 연줄과 물려받은 부, 기성 세대가 돼 가면서 쌓은 자기 인맥까지 있으니 자식 양육하는 걸 옆에서 보노라면 그 '차원 다름'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차기 정권의 법무부 장관 후보가 자녀에게 어마어마 으리으리한 ☞ 거짓 이력 꾸며 준 것 보라. 내 친구들, 내 지인들 중에도 현재 똑같은 짓 하고 있는 이들 많을 것이다. 초등생 아이가 체육시간에 줄넘기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줄넘기 선생'까지 고용해 붙이는 친구, 국제학교 다니는 아이의 비대면 음악 시험 답안을 대신 작성해 달라며 연락하는 지인, 백태다. 돈 없는 부모는 돈 없는 대로 아이가 학원에 가 있는 동안 봉사활동 점수 대신 따 주러 가야 한다며 모임에서 일찍 자리를 뜬다.  

 

나라고 달랐을까?

신앙적 양심이 모든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을까?

내 일이라면 내 힘으로 정정당당하게 해 나갈 자신이 있지만, 한국에 살면서 부족한 내 새끼의 일에 편법이나 불법을 동원하지 않고,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지켜보기만 할 수 있었을지는 자신이 없다.      

가진 돈이 없어 돈 쓰고 사람 쓰는 뒷바라지는 할 수 없었을 테니 얼마나 속 끓이며 아이를 들볶았을까.

묻지도 않고 낳아 놓고는 번듯한 사회인 되라며 닦달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애를 낳지 않은 건 잘한 것 같다. 

부모로서의 나를 상상해 보는 일만큼 끔찍한 일도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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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셨습니다

 

 

댓글 4
  • 프로필사진 더가까이 2022.07.08 05:50 2022.05.09 06:36

    '아이구 내 새끼'들에게 하시는 것 보면 좋은 어머님이 되셨을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좋은 학교 보내고 싶은 부모들도 많지만, 그렇게 해야만 좋은 학교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꼭 좋은 학교 가는 것도 아닌데... 뉴스에 나오고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만 자꾸 나오니,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열성 없는 부모처럼 느끼도록 몰아가는게 더 큰 문제 같아요. (아이들만 불쌍함)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8 05:51 신고 2022.05.11 00:26

    어이구내새끼들이 더가까이 님의 덧글 보면 라즈베리를 불 거예요. 저를 잔소리꾼 마녀로 생각하고 있을걸요. 손끝 하나 수고하지 않고 예뻐하기만 할 수 있는 조카와 전쟁 치르며 키워야 할 내 새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쯤은 저도 잘 알아요. ㅎㅎ

    네, 이게 마치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군비 경쟁 같고, 소신껏 키우고자 하는 부모에게 끊임없이 회의와 조바심 느끼게 한다는 게 문제죠. 아드님 두 분 다 대학에 보내신 더가까이 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숙연) 손주 보실 때 되지 않았나요? 존잘 훈남 아빠 어릴 때와 똑 닮은 큰아드님 사진 보고 까무라쳤었어요. 꺄~ 늠 잘생겼다! (더 잘생겼다!)
  • 프로필사진 qwerty 2022.07.08 05:50 2022.05.09 22:47

    이런 고민을 하신다는거 자체가 좋은 부모가 될만한 증표가 아닐까요
  • 프로필사진 단 단 2022.07.08 05:51 신고 2022.05.11 00:40

    제가 제 기질을 너무 잘 알거든요. 자녀를 노여울 대로 노엽게 하다 원수보다도 못한 관계가 됐을지 몰라요. (한숨)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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