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아이슬란드 찬송가 - 쏘르케틀 시퀴르표른손 '들으소서, 하늘을 지으신 분' (1973) Þorkell Sigurbjörnsson 'Heyr himna smiður' 본문
아이슬란드 찬송가 - 쏘르케틀 시퀴르표른손 '들으소서, 하늘을 지으신 분' (1973) Þorkell Sigurbjörnsson 'Heyr himna smiður'
단 단 2022. 6. 30. 10:18
▣
▲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하틀그림스키르캬Hallgrímskirkja. 2022년 5월.
☞ 더가까이 님의 여행기에서.
나라 이름에 얼음이 들어있는 아이슬란드의 서늘하고 청명한 찬송가를 한 곡 소개해 봅니다. 13세기 중세 아이슬란드의 찬송시hymn에 700년이 지나 아이슬란드 작곡가 쏘르케틀 시퀴르표른손Þorkell Sigurbjörnsson, 1938-2013이 새로 곡을 붙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찬송시에 걸맞는 곡조가 없음을 안타까워한 작곡가가 어느 날 '영감'을 받아 하루도 안 걸려 선율과 화음을 지어 붙였다고 하죠.
대개의 찬송가가 그렇듯 가사 첫 줄'Heyr himna smiður'이 곡 제목이 됩니다. 3절로 되어 있으며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맨 앞 열은 중세 아이슬란드어, 두 번째 열은 19세기 아이슬란드어, 세 번째 열은 뜻을 살린 영어 번역, 마지막 열은 뜻을 살리면서 찬송시 원작의 운율metre '5.5.5.5.5.5.5.5'까지 고려한 영어 번역입니다.
wikipedia
영국의 무반주 중창단인 <보체스에이트VOCES8>의 ☞ 흠 없고 티 없는 매끄러운 연주도 좋지만 저는 원어민인 아이슬란드 청년들이 더 어린 목소리로 감정을 실어 부르는 아래의 연주가 훨씬 아름답네요. 한숨.
1973년에 작곡된 곡이지만 옛 음계mode의 사용과 상투적 음형의 종지cadence 등 중세와 르네상스의 음악 어법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선율선의 짧은 길이phrasing 및 형태와 잦은 전조modulation는 루터교 코랄chorale풍, 2도와 7도 음정, 계류음suspension으로 불협화를 살짝 가미한 화성은 현대 영국풍, 연주 역시 컨티넨탈풍이 아닌 영국풍. 신구 음악 어법을 잘 조화시킨 수작입니다.
외부 사이트로의 영상 옮겨심기imbedding를 막아 놓아 링크로 대신합니다.
☞ 원어민으로 구성된 하므라씨스 합창단(The Hamrahlid Choir)이 부르는 '들으소서, 하늘을 지으신 분'
아이슬란드의 어느 고교 합창단 단원들이 졸업 후 다시 모여 결성한 '동문' 합창단입니다. 지휘자는 아이슬란드 합창계의 대모쯤 되는 분이라고 합니다. 아이슬란드에는 인구 수에 비해 합창단 수가 많은데 이 분 덕에 부흥이 일었다고 하지요. 가수 비요크Björk도 고교 시절 이 분이 지도하는 합창단의 단원이었다고 하고요. 아이슬란드의 많은 현직 작곡가들이 이 합창단과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악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누리터에 돌아다니는 악보가 있긴 하지만 연락을 취하기 번거로워 다쓰베이더가 그냥 새로 그렸습니다. 악보를 그린 사람한테도 허락을 받아야 하거든요.
▣
한글 번역된 악보로 연주를 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의 링크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말 악보와 우리말 연주 영상이 있습니다. 우리말 특성상 원어 가사가 가진 뜻을 온전히 다 담을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십시오. 찬송가집에 있는 '내 맘의 주여 소망되소서'도 우리말로 번역되면서 영어 가사의 뜻이 많이 사라져 버려 아쉬웠죠.
☞ 쏘르케틀 시퀴르표른손 '들으소서, 하늘을 지으신 분' 한글 가사 악보와 연주
영국인들과 유럽인들은 자기 장례식 때 연주될 음악에 대해 생전에 언급을 해 두곤 합니다. 기독교 문화권이라서 신자가 아니어도 찬송가를 많이들 선택하곤 하죠. 이 곡도 아이슬란드인들의 장례식 때 자주 연주됩니다. 종류와 장르 불문, 가장 좋아하는 아이슬란드 음악을 꼽아 달라는 2018년도 설문에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1위로 꼽은 곡이기도 합니다.
저도 평균수명의 반을 넘겼으니 제 장례식 때 연주되었으면 하는 음악에 대해 슬슬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한때 J. S. 바흐(1685-1750)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BWV 1004) 마지막 악장 ☞ D단조 '샤콘'이 인생의 역경과 환희의 감정을 잘 압축해 놓은 것 같아 알맞겠다고 여긴 적도 있는데(작품번호도 '천사'), 음악회장이 아닌 데서 듣기에는 길고 무거운 데다, 무반주 합창과 중창이 잘 발달된 영국에 살다 보니 천상의 소리로 부르는 찬송가가 더 '천국'스럽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음악과 내 장례식 때 연주되었으면 하는 음악은 다를 수 있지요. 고심해서 골라 봐야겠습니다. 이 곡도 후보에 넣어야겠습니다.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왕 장례식을 위한 제임스 맥밀란(James MacMillan)의 신작 성가(anthem) 'Who Shall Separate Us' (7) | 2022.09.21 |
---|---|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13) | 2022.09.06 |
비밥(bebop)의 수다스러운 베이스를 사랑 (12) | 2022.08.26 |
펜데레츠키 <히로시마 희생자를 위한 애가> (Threnody to the Victims of Hiroshima) (1961) (6) | 2022.08.06 |
When I Fall in Love (7) | 2022.05.31 |
몽마르트의 사티 Montmartre, Erik Satie (10) | 2022.04.12 |
피아노의 날에 리스트를 생각하다 World Piano Day, Franz Liszt (5) | 2022.03.29 |
가장 좋아하는 슈베르트 가곡 (6) | 2022.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