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헤어질 결심' - 마침내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음식
- 명절음식 단상
- 파운드 케이크 - 영국 케이크의 기본
- 개성 있는 풍미의 내추럴 커피 natural (unwashed, sun-dried) cof⋯
- 인간의 바람이자 염려, 인공지능(AI)
- [액자] 여인과 떡볶이
- 푸드 블로그와 2023년
- 놀라운 개, 보더 콜리 Border Collie
- 2022년을 한 시간 남겨 두고
- 노래의 힘
- 심금을 울리던 일렉 기타 솔로들
- 독일 리터 스포트 슈포트 초콜릿 Ritter Sport Chocolates
- 달빛, 초승달, 선교사, 테레민 Clair de Lune, Crescent, Mission⋯
- 크리스마스 선물로 캐논 EF-S 24mm f/2.8 STM 렌즈를 받은 단단, 테라로사 포⋯
- 레슨 받아 재무장한 단단, 가성비 끝판왕 캐논 EF 50mm f/1.8 단렌즈 장착해 여의⋯
- 아일랜드 찬송가 '내 맘의 주여 소망되소서' Irish Hymn - Be Thou My V⋯
- 가성비 끝판왕 캐논 EF 50mm f/1.8 단렌즈의 야외 주간 사진이 제법 마음에 들게 ⋯
- 음식 사진 잘 찍는 법? 식품 광고 영상과 사진의 속내
- 가성비 끝판왕 캐논 EF 50mm f/1.8 단렌즈가 집에 있는 줄도 모르고 카메라 바꿔야⋯
- [런던여행]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의 철 공예품 Iron and Steel at the V⋯
- 양재동 <토라도라> 츠케멘과 마부라소바
- 단단 삐삐 캔디 초딩
cloudspotter
바흐, 재즈 워킹 베이스의 선구 J. S. Bach's Walking Bass 본문
10월 12일은 '(모든 종류의) 베이스 연주자 안아 주기 날'입니다.
내 주변의 베이스 연주자를 찾아서 꼬옥 안아 주셨나요?
이번 가을에는 베이스가 근사한 음악들을 소개하기로 했었죠. 두 번째 시간입니다.
재즈 베이스 연주법 중에 4분음표(♩)나 8분음표(♪)를 연속으로 사용해 마치 사람이 성큼성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양한 음가duration로 조합된 리듬을 쓰는 게 아니라 한 가지 음가만 연속해서 쓰니 유유자적 흐르거나 머무는 느낌보다는 전진하는 느낌을 주지요. 이를 'walking bass'라고 부릅니다.
워킹 베이스는 (1) 화음chord을 구성하는 음들에 (2) 화음 구성음이 아닌 음non-harmonic tone들을 적당히 섞어 도약과 순차 진행을 골고루 갖춘, 균형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선율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여기에 때로는 (3) 특정한 한 음을 고집스럽게 반복해pedal tone 인상적인 악구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요. 워킹 베이스 악보는 대개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4분음표 대신 8분음표가 쓰이기도 합니다. (이 글의 조각 악보 세 개는 다쓰베이더가 그렸습니다.)
설명은 이쯤 하고, 음악을 들려 드릴게요. 음악을 들으면 대번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요염한bluesy 재즈 스탠다드 '벅스 웍스Birks' Works'.
비밥 시대의 트럼펫 명연주자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의 1951년작으로, 벅스는 디지 길레스피의 중간 이름입니다. 'John Birks Gillespie'가 본명. 1957년의 오리지날 빅 밴드 연주 대신 베이스가 더 잘 들리는 2017년 <마시모 파라오 트리오Massimo Faraò Trio>와 필 하퍼 트럼펫의 깔끔한 하드 밥 스타일 연주로 걸어 봅니다. 선율이 야하게 들리는 이유는 단조 블루스 음계F-minor blues scale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곡 앞부분은 뜸들이기 마련이므로 본격적으로 음악이 진행하는 47초부터 워킹 베이스가 시작됩니다. '뚬 뚬 뚬 뚬' 하며 같은 음가로 울리는 베이스에 귀 기울여 보세요.
'모달 재즈modal jazz'의 대표 음반인 <카인드 오브 블루Kind of Blue>(1959)의 수록곡 '쏘 왓So What'도 걸어 봅니다. 이 곡도 베이스가 근사합니다. 앞부분 33초부터 들리는 반복되는 짧은 패턴의 베이스는 워킹 베이스가 아니라 '베이스 리프riff'입니다[아래 악보]. 워킹 베이스는 1분 30초부터 시작됩니다.
이 곡은 중세 음계를 활용한 20세기 대중음악의 예를 들 때 제가 수업 시간에 꼭 언급하는 곡입니다. 옛날 음계Dorian mode를 써서 오히려 '모던'하게 들린다니 아이러니하면서 재미있죠. 옛것을 많이 알고 있으면 창의적인 일을 도모할 때 유리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공부를 하는 거지요. '쿨'하고 '모달'하고 '모던'하고 지적이어서 제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 * *
그런데 재즈나 대중음악에서의 이런 워킹 베이스는 저 옛날 바로크 시대(c.1600-c.1750)에 예술음악 쪽 작곡가들이 이미 고안해 썼던 겁니다.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과 이 시대를 대표하는 J. S. 바흐(1685-1750)의 음악에 워킹 베이스들이 수두룩 담겨 있죠. 대중음악을 전공하다가 좀 더 깊게 공부해 보겠다며 예술음악 쪽으로 편입해 들어오는 학생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래의 악보들은 J. S 바흐가 작업한 루터교 찬송가chorale의 4성부 편곡입니다. 베이스를 보세요.
▲ 아이폰으로 종이 악보를 사진 찍어 AI한테 맡겼더니
몇 초만에 이런 잡티 없는 멀끔한 악보들을 뚝딱.
제가 바흐의 워킹 베이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 곡 -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The Well-Tempered Clavier> 제1권의 6번 D단조 '프렐류드와 푸가' 작품 851번BWV 851 중 앞곡인 '프렐류드'의 베이스입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푸가는 제가 바흐의 수많은 푸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고요.)
화성음과 비화성음, 그리고 고집스러운 페달음까지[16-21마디의 반복해서 울리는 왼손 D3음], 재즈와 대중음악에서 사용하는 워킹 베이스의 기본 요소들이 이 옛날 음악에 다 들어 있습니다. 독보 가능한 분은 연주를 틀어 놓고 아래의 악보에서 베이스만 따라 불러 보세요. 매우 잘 만든 워킹 베이스입니다. 마침 리히터가 왼손 음표들을 특별히 짧게 끊어 더블 베이스처럼 들리게 연주합니다.
▲ 저작권 만료된 옛날 악보.
컴퓨터 사보가 아닌 손사보engraving라서 훨씬 예쁘다.
근사한 워킹 베이스를 들으면 저는 멋지게 차려입고 세련된 도심을 활기차게 걷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금을 울리던 일렉 기타 솔로들 (13) | 2022.12.16 |
---|---|
달빛, 초승달, 선교사, 테레민 Clair de Lune, Crescent, Missionary Position, Theremin (12) | 2022.12.09 |
아일랜드 찬송가 '내 맘의 주여 소망되소서' Irish Hymn - Be Thou My Vision (22) | 2022.11.24 |
할로윈 '클래식' 음악 (6) | 2022.10.27 |
천상의 소리, 백파이프 - 캔디캔디, 여왕 장례식 (8) | 2022.09.24 |
여왕 장례식을 위한 제임스 맥밀란(James MacMillan)의 신작 성가(anthem) 'Who Shall Separate Us' (7) | 2022.09.21 |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13) | 2022.09.06 |
비밥(bebop)의 수다스러운 베이스를 사랑 (12) | 2022.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