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물이 있는 야경 촬영 딜레마

 

 

 

 

해 질 무렵의 꽃과 풀을 찍어보겠다고 준비 없이 반포한강공원에 가서는 습하고 찬 강바람 맞으며 몇 시간을 덜덜 떨다 왔습니다. (에이취 >_< 훌쩍) 강 풍경 사진을 찍으려면 바람막이 외투와 얇은 스카프는 필수로 지참해야겠더군요. 물가 출사는 처음이라 준비물도 잘 모르고 아직은 많이 서툽니다. 6월이라 빠알간 양귀비poppy가 피어 있었습니다.

 

양귀비는 영국에서 '현충일 꽃'으로 통합니다. 수많은 전사자를 냈던 전장마다 피 같은 빠알간 꽃이 피어 있었다고 해 영국인들은 양귀비를 보면 1,2차 대전을 떠올리고, 현충일[Remembrance Day, 1차대전이 끝난 날인 11월 11일] 즈음에는 양귀비 브로치를 부착합니다. 한국은 오늘이 현충일이었지요.     

 

 

 

 

 

 

 

 

 

일몰 후 야경 촬영까지 연습하겠노라 벼르고 왔으니 빛이 있는 곳도 이곳저곳 찍어 봅니다. 

삼각대, 유선 릴리즈를 오늘 처음 써보았습니다. (뭣?)

건물 조명 색이 계속해서 바뀌는 통에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추운데 한참을 서서 기다렸다 찍었습니다.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건물 조명은 빛 번짐 거의 없이 그럭저럭 깨끗하게 나온 것 같은데, 물 표면을 보세요.

장노출을 했더니 빤질빤질, 시멘트 바닥 같아졌습니다.

 

 

 

 

 

 

 

 

 

반포대교와 잠수교입니다. 멀리 남산서울타워도 보입니다. 이것도 빛 번짐 조심하느라 장노출로 찍었는데, 아, 역시나 카리스마 넘치는 삐쭉빼쭉 물결이 맨질맨질한 시멘트 바닥처럼 변했습니다. 이거 어떻게 해결을 봐야 할까요? 장노출로 찍은 것에, 빠른 셔터 속도로 찍은 물결 부분을 오려서 합쳐야 할까요? 아래에 아이폰으로 찍은 강 물결을 올려볼 테니 비교해 보세요. 

 

 

 

 

 

 

 

 

 

아이폰 최신형[14 Pro Max]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point and shoot'만 했는데 이렇게 잘 찍어 줍니다. 그런데 작은 사진으로나 그럴 듯하게 보이지 키워서 보면 수채화 현상과 빛 번짐으로 세부가 엉망입니다. 역시 제대로 된 사진기로 공들여 찍는 것만 못하죠. 이 사진에서는 대신 강물 표현을 눈여겨보세요. 장노출 사진에서는 우리 눈으로 본 것과 비슷한 이런 식의 물결 표현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목판화 끌chisel 자국 같아 근사한데 말예요.

 

 

 

오늘 사진 찍으면서 배운 것

 

1. 풍경 촬영 시 준비물을 잘 챙겨야 한다. 주머니 많은 바람막이 옷, 얇은 스카프, 챙 넓은 모자(햇빛 때문에 LCD 모니터가 제대로 보이지 않으므로 인위적으로 그늘을 만들 수 있어야), 렌즈 먼지털이개 등.

 

2. 일출이나 일몰 시간, 담고자 하는 건물의 영업 시간 등을 숙지한다.

 

3. 사진기의 작은 창으로는 결과물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므로 적정 노출 설정에 자신이 없을 때는 같은 사진을 세 단계 정도 수치를 바꿔 가며 찍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듯하다. (과노출보다는 노출 부족 쪽이 구제 확률이 좀 더 높은 듯.) 

 

4. 야경의 셔터 속도, 조리갯값 등도 마찬가지. 자신 없을 땐 무조건 최소 세 단계로 수치를 달리해 촬영. 예를 들어 장노출 시 셔속 10초, 15초, 20초 등으로.  

 

5. 최상의 구도를 위한 '명당자리'를 미리 알고 가면 좋겠으나 발품 팔고 고생하다가 겨우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다만 통탄스러울 뿐. 수 시간 촬영 후 짐 싸서 나오는 길에 무심코 뒤돌아보니, 뙇, 더 좋은 구도가 눈 앞에 펼쳐져 경악.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다음을 기약. 흑흑. 

 

6. 사진기 1.5kg, 삼각대 2.5kg. 만보 걷기, 쪼그려 앉기, 엉거주춤 서 있기, 비탈길 오르내리기 예사. 사진 잘 찍으려면 체력을 길러야 한다.

 

7. 밤 10시 넘어 구석진 으슥한 곳에 삼각대 설치하고 찍는데 웬 남자가 자기도 사진 찍겠다고 스마트폰 들고 다가와 모골 송연. 풍경 사진은 여성들한테는 조금 불리한 영역인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