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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끝판왕 캐논 EF 50mm f/1.8 단렌즈의 야외 주간 사진이 제법 마음에 들게 나와 우쭐해진 단단, 삼각대도 없이 초(超)저조도 실내 촬영에 도전했다 개고생 본문
가성비 끝판왕 캐논 EF 50mm f/1.8 단렌즈의 야외 주간 사진이 제법 마음에 들게 나와 우쭐해진 단단, 삼각대도 없이 초(超)저조도 실내 촬영에 도전했다 개고생
단 단 2022. 11. 18. 23:48
독일 <리터 슈포트Ritter Sport> 쵸콜렛입니다.
집에서 시그마 표준 줌 렌즈로 이 사진을 찍을 때 쓴 촬영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Canon EOS 700D + Sigma DC 17-50mm 2.8 EX HSM OS / 28mm F5.6 1/20 ISO100
인공조명 도움도 받지 않는 저조도 실내에서,
삼각대도 없이,
'노이즈' 싫다고 ISO도 100으로 두고,
긴 셔터 속도인 20분의 1초를,
자기 'steady arm' 하나 믿고 촬영하는 단단.
양궁 국가대표 해도 되겠지요? (그야말로 'shoot'.)
촬영을 마치고 나면 흔들림 없이 찍기 위해 참았던 숨을 한껏 몰아 쉬고, 샤워를 해야 할 정도로 온 몸에는 땀이 흥건, 마치 스쿼트를 하고 난 것처럼 힘들어하곤 하죠. 사진 촬영이 제게는 운동입니다. 삼각대를 쓰지 않으면 원하는 구도를 자유자재로 신속히 얻을 수 있지만 몸이 이렇게 고생을 합니다.
대신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도 나름 봐줄 만한 결과물을 얻어 왔기 때문에 제가 그간 아주 기고만장해 있었습니다. 훗, 삼각대 없이도 저조도 실내 사진 잘만 찍을 수 있다고.
게다가 지난 주말에 올린 'Canon EF 50mm f/1.8' 단렌즈 단풍 사진 덧글에 제 블친께서
"이 단렌즈는 풀프레임 환산화각으로 80mm이니까 인물사진에 딱이고, 작고 가벼운 렌즈이니 스냅사진에도 좋겠네요. 저라면 풍경을 잘라 찍는 편이라 풍경에도 많이 쓸 것 같아요."
"굳이 뭔가 업그레이드 하시고 싶으시다면 음식 사진용으로 고릴라 포드gorilla pod 같은 거 추가하시면 될 것 같아요."
"렌즈 화각 딱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필카 시절부터 써오던 50mm일 것 같아요."
50mm 표준 단렌즈 하나로 인물 사진, 스냅 사진, 풍경 사진, 음식 사진을 다 찍을 수 있겠다 하시는 겁니다.
질투가 샘솟습니다.
나도!
나도 이 단렌즈 하나로 다 해볼 테다!
그리하여 단단은 어제 저녁, 사진기에 단렌즈를 장착해 실내 사진이 근사하게 나올 만한 장소에 다녀왔습니다. 책이 많고 넓은 커피하우스를 좋아해 (주)문학동네가 연 북카페인 <카페꼼마> 여의도점에 갔는데, 권여사님이 마침 여의도에 사셔서 용안도 뵐 겸 겸사겸사 다녀왔습니다.
<카페꼼마> 입구에는 <얀 쿠브레>가 있습니다.
실력 좋은 커피 집과 실력 좋은 갸또 집이 붙어 있다니 더이상 이상적일 수가 없어요.
여기 냉장 갸또들은 제가 소개를 해 드렸죠.
이 집이 지금까지 낸 제품들은 다 맛보았으니 나머지도 차차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캐논의 이 표준 단렌즈는 시그마 표준 줌 렌즈와 달리 렌즈에 '손떨림 보정 장치image stabiliser'가 들어 있지 않아 저조도 환경에서 그야말로 '헬hell'을 경험했습니다. 고군분투해서 겨우 얻어 낸 사진들입니다. 제아무리 양궁 국가대표 선수급 의연한 팔이라 해도 손떨림 보정 장치가 없으니 다섯 장 반복해 찍어 겨우 이거 하나 건졌습니다.
[Canon EOS 700D + Canon EF 50mm f/1.8 / F11 1/50 ISO1600]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뜨니 크게 띄워 놓고 자판의 화살표 키로 넘겨 보세요.
<얀 쿠브레> 매대 위 조명.
이건 네 장 찍어 하나 건졌습니다.
[F11 1/30 ISO1600]
<얀 쿠브레> 뒤로는 커피를 내는 <카페꼼마> 매대가 있습니다.
천장의 주황색 쉼표(, comma)를 보세요.
카페의 이름이 여기서 왔습니다.
비치된 책 꺼내 읽으며 잠깐 쉬다 가라는 뜻이지요.
그러니 이 곳을 찍을 때는 이 쉼표가 꼭 나오게 해야 합니다.
이건 가로로 찍었다, 세로로 찍었다, 구도 문제로 여섯 장 찍어 하나 건졌고요.
[F11 1/60 ISO1600]
1층의 커다란 공용 커피 테이블.
피사체가 조금씩 움직이셔서 열 장 찍어 하나 건졌습니다.
전경과 후경은 날리고 인물에만 초점을 맞추려고 애를 썼습니다.
책 읽고 있는 인간의 모습, 근사하단 말이죠.
[F1.8 1/1250 ISO1600]
2층 올라가는 계단.
아홉 장 찍어 한 장 건졌습니다.
글자라서 흔들리면 초점 빗나간 게 더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계단 맨아래부터 맨위까지의 글자들이 두루 잘 보이게 찍고 싶어 조리개를 여러 단계로 조여 보았는데 괜찮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F11 1/60 ISO1600]
계단 위 조명.
[F11 1/20 ISO800]
아니오.
사랑이 최곱니다.
이 사진 찍는 게 이 날 가장 힘들었습니다.
열두 장을 찍어 이거 하나 건져 올려 봅니다.
자동초점으로는 초점이 좀처럼 맞질 않고 소음만 내며 헛돌아 노안으로 수동초점 맞추느라 이만저만 고생한 게 아니었죠. 명암 대비가 심하면 자동으로 초점 맞추기 힘들다는 글을 어디서 읽었던 것 같긴 합니다.
[F5.6 1/80 ISO800]
2층은 1층의 몇 배나 더 어둡습니다.
대신 정숙해서 책 읽기 좋죠.
여기 진열된 수많은 책들 중 아무거나 빼서 읽을 수 있고, 구매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영국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을 3분의 1쯤 읽었습니다.
[F11 1/20 ISO800]
마루가 다 있어 여인들이 찜질방에서 하듯 친구들과 뒹굴면서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F11 1/125 ISO1600]
2층은 여러 개의 방으로 분리가 돼 있어 넓은 공간임에도 아늑한 맛이 있습니다.
[F11 1/15 ISO1600]
정면에서 액자 세 개가 다 나오도록 찍고 싶었으나 초점거리가 길어 불가능.
하는 수 없이 측면에서 찍습니다.
아이폰으로는 정면에서 찍는 게 가능합니다.
[F11 1/125 ISO1600]
손떨림 보정 장치 없는 50mm 표준 단렌즈로 삼각대 없이 초저조도 실내 촬영해 본 소감
1. 미쳤어. 내 다시는.
2. 카페 구석구석 여러 장소를 찍었으나 흔들린 사진이 많아 반밖에 못 건졌고, 반 건진 것들도 그나마 여러 장 반복해 찍어 한 장 겨우 건졌습니다.
3. 이 날 뒷걸음으로 만보는 걸었을 겁니다. 초점거리가 길어(크롭 보디이므로 실제 초점거리 80mm) 원하는 화각(렌즈를 통해 확보되는 시야 크기)을 얻으려면 뒤로 한참을 물러나야 하니 공간이 여간 넓은 식음료 매장이 아니고서는 촬영 자체가 불가능하겠습니다.
4. 삼각대를 지참할 수 없다면 이런 환경에서는 안전하게 그냥 아이폰으로 찍으세요.
5. 잘만 찍히면 아이폰 사진보다는 어쨌거나 깊이감도 더 있고, 직선들도 반듯하고, 분위기 및 색감 모두 훨씬 낫기는 합니다. 위에 올린 사진들도 아이폰으로 찍은 것들보다는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고생도 이런 고생이;;
단단의 '무모한 도전' 시리즈 -
이 렌즈로 다음에는 음식 사진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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