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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신맛과 고소한 크림 좋아하는 단단이 영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우연히 맛보고는 홀딱 반한 영국 디저트가 있으니, 바로 레몬 포싯. 크림, 설탕, 레몬 즙. 재료는 이 세 가지가 전부. 빤나 꼬따panna cotta처럼 젤라틴을 쓰지 않아도 되고, 따 또 씨트롱tarte au citron이나 크렘 브륄레[crème brûlée = burnt cream]처럼 반죽 작업을 하거나 달걀을 쓰지 않아도 돼 재료도 적게 들고 만들기도 쉬운, 그러면서도 맛은 기똥찬 디저트. 다쓰 부처는 그래서 이 레몬 포싯을 푸딩 중 최고로 여깁니다. 연말연시에 서양식으로 손님상 차릴 분들은 후식으로 이 레몬 포싯 만들어 '짠' 하고 내보세요. 이제 한국에서도 레몬은 쉽게 구할 수 있죠? 요즘 달걀 값 올라 힘드실 텐데 달걀 ..
▲ 수퍼마켓의 트라이플 레서피. 야, 이거 근사하다. ▲ 당장 만들어 봄. 영국인들의 명절상, 잔칫상에 단골로 오르는 트라이플을 이제야 소개합니다. 1500년대에 이미 그 기록이 있는 오래된 디저트입니다. 조린 과일compote과 크림으로 만드는 풀fool에서 진화한 것으로 영국의 음식사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풀은 그간 두 번에 걸쳐 소개해 드렸지요. 풀과 비슷하지만 조린 과일 대신 절인 생과일을 쓰는 이튼 메스Eton mess도 소개해 드렸고요. ☞ 루바브 풀 ☞ 구즈베리 풀 ☞ 이튼 메스 트라이플은 풀보다 공정이 훨씬 복잡하고 보기에도 더 화려합니다. ☞ 트라이플의 다양한 모습 위에 올린 사진들은 일인용으로 담은 거라서 다소 자유분방해 보이는데, 원래는 굽 높은 거대한 유리 그릇 안에 여러 재료들을..
▲ 조리용 구즈베리cooking gooseberries. 영국인들이 끔찍히도 아끼는 구즈베리가 제철을 맞았습니다. 지금이야 파인애플, 망고, 천도복숭아nectarine 등 외국에서 들여오는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맛난 과일들이 많지만, 이런 것들이 없던 옛 시절엔 이 구즈베리가 딸기와 함께 여름철 영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하죠.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영국적인 과일 - 바로 이 구즈베리입니다. 영국의 기후는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 레드커런트, 블랙커런트, 구즈베리 등 베리류에 적합해 길을 가다가도 길가에 무심히 나 있는 이런 열매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 디저트나 음식에는 이를 활용한 것들이 많아요. 햇빛 쨍한 남유럽은 레몬과 오렌지 같은 감귤류로 은총을 입고, 서늘하고 '촉촉한'..
▲ 홀스타인 프리지안 품종 소젖으로 만든 일반적인 더블 크림. 유지방 48%. 묽어서 거품기로 쳐서 써야 한다. ▲ 유지방 함량은 일반 더블 크림과 같으나 좀 더 뻑뻑한 엑스트라 띡 더블 크림. 거품기로 칠 필요가 없다. ▲ 더욱 진하고 고소한 저지 품종 엑스트라 띡 더블 크림. 유지방 48%. 거품기로 칠 필요가 없다. ▲ 더블 크림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유지방 23.8%의 하프-팻 엑스트라 띡 크림을 써도 무방. 이것도 거품기로 칠 필요가 없다. 요리할 시간 없는 바쁜 영국 유학생: 단단 님, 딸기철이라 이튼 메스가 먹고 싶긴 한데 학생이다보니 도깨비 방망이로 딸기 쿨리 만들고 거품기로 크림 치는 것조차도 저는 버거워요. 단단: 저도 도깨비 방망이와 거품기 쓰는 게 귀찮아서 약식으로 해먹을 때가 더 많..
한국은 딸기철이 지났나요? 영국은 지금이 제철입니다. 오늘은 딸기로 만드는 쉬운 영국 디저트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난장판mess'이라는 재미난 이름을 달고 있는 맛있는 딸기와 크림 디저트입니다. 영국의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인 이튼 컬리지 학생들이 1930년대부터 학교 만찬에서 먹어 왔던 건데, 이제는 학교 밖으로 퍼져 영국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검은 연미복 교복 입은 남학생들이 난장판이라는 이름의 딸기 디저트를 만찬에서 먹고 있다니, 뭔가 엉뚱합니다. 고로, 이 음식은 미슐랑 스타 셰프들처럼 깔끔 떨면서 담아 내면 안 되고 이름처럼 최대한 '메씨messy'하게 담아 내야 제맛이 납니다. 실제로 맛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게 훨씬 맛있어요. 영국인들은..
오늘은 루바브로 콤포트compote를 만들어 여기저기 활용을 좀 해보겠습니다. 콤포트는 생과일을 설탕이나 기타 단 시럽과 함께 조린 것을 말합니다. 잼보다는 형태가 좀 더 살아 있어 요리에 활용하기가 낫습니다. 조릴 때 기호에 따라 이런저런 향신료나 부재료를 넣어 줄 수도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과거 설탕을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국가들이 콤포트를 즐겨왔습니다. 영국에서는 설탕이 들어오기 전인 중세 말부터 과일을 술에 조려 콤포트로 즐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롱박 모양의 영국 배도 콤포트 재료로 많이 쓰긴 하지만 루바브나 구즈베리gooseberry 같이 단맛은 적으면서 신맛이 많이 나는 과채들이 콤포트로 만들면 특히 맛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조려 만든 콤포트를 단독으로 먹지 않고 다른 것들에 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