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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루바브 ② 루바브 콤포트 활용 음식들 - 팬케이크, 그라놀라, 풀, 트라이플 본문
오늘은 루바브로 콤포트compote를 만들어 여기저기 활용을 좀 해보겠습니다. 콤포트는 생과일을 설탕이나 기타 단 시럽과 함께 조린 것을 말합니다. 잼보다는 형태가 좀 더 살아 있어 요리에 활용하기가 낫습니다. 조릴 때 기호에 따라 이런저런 향신료나 부재료를 넣어 줄 수도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과거 설탕을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국가들이 콤포트를 즐겨왔습니다. 영국에서는 설탕이 들어오기 전인 중세 말부터 과일을 술에 조려 콤포트로 즐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롱박 모양의 영국 배도 콤포트 재료로 많이 쓰긴 하지만 루바브나 구즈베리gooseberry 같이 단맛은 적으면서 신맛이 많이 나는 과채들이 콤포트로 만들면 특히 맛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조려 만든 콤포트를 단독으로 먹지 않고 다른 것들에 곁들이곤 하는데, 새콤달콤하기 때문에 주로 혀를 포근하게 감싸줄 수 있는 부드러운 크림류와 함께 먹을 때가 많습니다. 아니면 버터를 많이 넣고 만든 기름진 무언가와 함께 먹던가요. 일단 콤포트를 먼저 만들어보겠습니다. 기차게 맛있는 콤포트이므로 넉넉히 만들어서 저장해 두셔도 됩니다.
루바브 외에 단맛과 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귤도 같이 쓰겠습니다. 오렌지말고 귤이요. 오렌지는 루바브와 같이 쓰기엔 너무 약해요. 귤은 당도가 높고 향이 진한 클레멘틴clementine을 쓰면 좋습니다. 만다린, 탠저린, 사쭈마는 겉껍질과 속껍질이 너무 두껍거나 맛이 약해 카리스마가 클레멘틴만 못합니다. 클레멘틴은 잎이 달린 것으로 사세요. 잎이 달렸다는 것은 곧 나무에서 제대로 맛이 들 때까지 충분히 익힌 뒤 수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잎이 달린 채 수확한 것들은 퍼럴 때 미리 따서 카바이드 처리해 억지로 후숙시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잎이 누렇게 뜨고 상하거든요. 물론 잎이 달린 것들은 소비자가 값을 더 지불해야 하지요. 대신 맛도 더 좋고 껍질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저도 반은 껍질째 쓰고 반은 껍질 벗겨 쓰겠습니다. 귤 껍질에 있는 오일 성분도 맛과 향을 내는 데 요긴합니다.
재료
• 껍질째 쓸 수 있는 잎 달린 클레멘틴 2개, 두 개 중 한 개만 껍질을 벗길 것.
• 루바브 450g, 6~7cm 길이로 썰 것.
• 바닐라 꼬투리pod 1개, 길이로 반 가를 것.
• 팔각star anise 2개
• 스리랑카산 시나몬 막대 긴 것 1개, 반으로 뚝 자를 것.
• 연갈색 소트프 슈가light brown soft sugar 60g
• 메이플 시럽 2큰술
만들기
1. 오븐을 섭씨 200도로 예열한다. 팬 달린 오븐은 180도.
2. 톱니칼로 껍질 벗긴 클레멘틴과 안 벗긴 클레멘틴 둘 다 1cm 두께로 썬다.
3. 오븐 용기에 루바브, 클레멘틴, 바닐라, 향신료를 고르게 깔고 위에 설탕을 골고루 뿌린다.
4. 포일foil로 꽁꽁 잘 덮고 15분간 굽는다.
5. 오븐에서 꺼내 포일을 벗기고 메이플 시럽을 뿌린 뒤 포일 없이 다시 약 10분을 더 굽는다. 루바브가 형태를 유지하되 먹기 좋은 정도로 부드럽게 익어야 한다. 시간은 알아서 정한다.
6. 즙과 설탕이 함께 녹아 시럽이 많이 생길 것이다. 별도의 그릇에 잘 모아 둔다.
7. 식힌 뒤 이런저런 음식에 활용하면 된다. 끝.
▲ 루바브 시럽 끼얹기 전.
완성된 콤포트는 창의력을 발휘해 여기저기 활용해 보세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곁들이는 겁니다. 빤나 꼬따panna cotta에도 좋고요. 제가 자주 가는 수퍼마켓이 루바브 철을 맞아 요즘 이런저런 루바브 레서피를 내고 있길래 열심히 따라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 팬케이크, 요거트와 함께 곁들여 먹어 보았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루바브 철에는 콤포트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아침에 팬케이크와 함께 드시면 좋지요. 위 콤포트에는 향신료가 다양하게 들어가 건더기와 시럽 둘 다 맛과 향이 아주 좋습니다. 설탕만 넣고 조린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복잡하고 세련된 맛과 향이 납니다. 시럽도 꼭 같이 뿌려 드세요.
그런데 팬케이크 부치기가 좀 번거롭긴 하죠. 귀찮은 분들은 단맛이 가미된 뮤즐리나 그라놀라를 사서 활용해 보세요. 쫀득한 팬케이크와 달리 바삭함을 만끽할 수 있어 좋습니다.
유리잔에 그라놀라를 먼저 넣고 요거트로 덮습니다. 그 위에 루바브 콤포트와 시럽을 얹으면 끝. 클레멘틴 조린 것도 같이 얹어서 드세요.
이건 영국의 전통 디저트인 풀fool입니다. 프룻 풀fruit fool은 기원을 저 튜더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영국 디저트입니다. 예로부터 유제품 얻기가 쉬운 나라였으니 가능한 음식이었죠. 게다가 영국은 루바브, 구즈베리, 라즈베리, 딸기가 많이 나기 때문에 프룻 풀을 만들기에 유리합니다. 위의 그라놀라를 넣은 것과는 달리 풀에는 바삭한 것이 일절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콤포트와 시럽, 그리고 크림(+요거트)만 넣습니다. 부드러운 질감을 만끽하는 '럭셔리'한 디저트입니다. 더블 크림을 거품 낸 뒤 요거트와 3:1 비율로 섞어 쓰시면 됩니다. 예쁜 유리잔에 크림과 요거트 혼합물을 먼저 담고 그 위에 콤포트와 시럽을 얹어 내면 됩니다. 취향에 따라 위에 민트 잎으로 장식하셔도 좋고요. 먹을 때는 잘 섞어서 먹습니다. 꿈같은 맛이 납니다.
이것도 영국 전통 디저트입니다. '트라이플trifle'이라고 부릅니다. 영국 밖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훨씬 큰 용기에 만들어 여럿이 왁자지껄하며 퍼 먹는 건데 저는 4인용 작은 그릇에 만들었습니다. 이건 만들기가 좀 번거롭습니다.
만들기
1. 먼저 콤포트를 만들어 트라이플 그릇에 깔아 준다.
2. 냄비에 맑은 과일 주스를 넣고 따끈하게 데운 뒤 젤라틴을 넣어 녹인다.
3. 식힌 뒤 콤포트 담은 트라이플 그릇에 살살 붓는다. 그리고는 냉장고에 넣어 하룻밤 차게 식혀 굳힌다. 과일 젤리 층을 만들려는 것이다.
4. 커스타드를 만들어 차게 식힌 뒤 젤리 층 위에 붓는다.
5. 크림을 쳐서 짜주머니에 담아 원하는 모양으로 짜 올린다. 즉, 노란색은 커스타드 층, 흰색은 크림 층.
6. 취향껏 고명을 얹는다.
7. 원래는 술에 흠뻑 적신 촉촉한 스폰지 층도 넣어야 하는데 용기가 작아 스폰지 층은 생략. 층이 많을수록 식탁에서 '와우' 소리가 커진다.
다음 게시물에서는 루바브 활용 디저트 중 가장 유명한 루바브 크럼블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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