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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유럽연합 국가들의 대표 과자

단 단 2009. 12. 24. 04:46

 

 

 

 

2006년 봄. 

유럽연합 국가들이 카페의 나라 오스트리아에 모여 재미있는 일을 꾸민 적이 있었습니다.


"심심한데 우리, 각 회원국들의 대표 과자들을 한번 정리해 볼까?"

"거 좋지!"


그리하여 각 나라별로 커피나 홍차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대표 과자들을 정한 다음 레서피를 한데 모아 브로셔로 제작, 회원국의 카페나 티룸을 찾는 사람들에게 잠깐 동안 무료로 배포를 한 적이 있었지요. 위의 포스터를 보십시오. 저 많은 언어들이 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언어라고 합니다. 유럽연합 안에서만도 저렇게 많은 언어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어떻게 그런 유럽을 통합할 생각을 다 했는지는 더 놀랍죠. 유럽연합 내에서 통용될 새 기준을 하나 마련할 때마다 의견이 분분, 문자 그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이 포스터에는 다양한 찻잔과 커피잔, 머그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커피잔과 홍찻잔이 어떻게 다른지 다들 아시지요? 홍차에 관심 없는 분들 중에는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어떤 잔에 마시든 크게 상관은 없으나 대체로 홍찻잔은 커피잔보다 낮고 지름이 큽니다. 마시느라 코를 잔 가까이 대면 기분 좋은 향이 훅 하고 올라오게 되죠. 커피물보다 홍찻물 온도가 높으니 보다 넓은 입구는 뜨거운 찻물을 빨리 식히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홍찻잔 중에는 입술 닿는 부분이 꽃잎마냥 바깥 쪽으로 살짝 벌어진 것도 있는데 이게 또 아주 예쁩니다. 아래의 포스터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단것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글씨가 작아 잘 안 보이겠지만 찬찬히 훑어보시고 각각 어느 나라의 빵·과자들인지 재미 삼아 한번 맞혀 보십시오.

 

 

 

 

 

 

 



어떻습니까? 많이 맞히셨습니까? 제과제빵에 일자무식한 저는 벨기에 와플, 이태리 티라미수, 프랑스 마들렌, 영국 쇼트브레드, 사이프러스(터키) 바클라바, 뭐 이 정도밖에 못 대겠군요. 아래에 정답 나갑니다.

 

 

 

 

 

 

 


 

 

단것들을 보고 있노라니 눈은 팽팽 돌고 마음은 빵처럼 한껏 부풉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합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빵·과자들이 왜 이리 많습니까? 빵·과자 국적 맞히는 건 고사하고 유럽연합 국가들에 어떤 나라들이 있었는지도 다 몰랐던걸요. 저는 저 체코의 모듬 피짜처럼 생긴 과자와 리투아니아의 'Sakotis'가 가장 궁금합니다. 스콘은 원래 스코틀랜드 전통 과자라 영국으로 편입돼야 마땅한데 의외로 이웃 나라인 아일랜드의 것으로 들어가 버렸군요. 영국에는 대신 만인에게 사랑 받는 '쇼트브레드'가 있지요. 저 많은 단것들의 레서피를 몽땅 담은 PDF 파일을 아래에 걸어 놓았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가져가십시오. 무료 배포 파일이니 저작권 걱정 없이 마음껏 올려 놓습니다. 마들렌 레서피에 레몬 제스트가 빠져 있어 섭섭합니다. 복잡한 것도 있고 단순한 것도 있으니 만만해 보이는 것은 집에서 한번 도전해 보세요.

 

 

 

 

 

 

 



영국의 대표 과자로 뽑힌 '쇼트브레드'입니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수퍼마켓에서 사 왔어요. 라즈베리와 레몬이 든 신제품으로, 얇아서 더욱 바삭해진데다 켈틱Celtic 심볼을 박아 넣어 무늬도 정교해지고 쨍한 과일 맛이 더해져 맛도 더욱 향상되었습니다. 버터 비스킷을 사실 때는요, 반드시 버터가 순버터인지 가공버터인지 확인하고 사세요. 버터 비스킷에 얽힌 음험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전 글 중 ☞ 쇼트브레드 - 버터 비스킷의 진실 편을 보시면 됩니다. 예전에 쇼트브레드를 놓고 버터에 대해 한참 넋두리를 한 적이 있었거든요.


레서피 PDF 파일을 보면 금방 눈치 채시겠지만, 널리 퍼져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려면 우선 재료와 레서피가 단순해야겠지요. 맛도 물론 좋아야 하고요. 스콘, 쇼트브레드, 마들렌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특히, 쇼트브레드는 설탕, 버터, 밀가루의 비율을 1:2:3으로 잡고 여기에 단맛을 돋우기 위해 소금만 조금 더 넣어 주면 되니 참 쉽습니다. 쿠키 커터나 모양틀도 필요 없어요. 취향껏 쵸콜렛이나 건과일 같은 부재료를 넣어 주셔도 됩니다. 대충 만들었는데도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신 버터는 꼭 질 좋은 것으로 써 주셔야 합니다. 마가린이나 가공 버터, 쇼트닝, 살찐다고 기타 식물성 유지 따위로 대체하지 마시고요. 쇼트브레드는 대표적인 버터 비스킷이니 질 좋은 버터를 쓰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자연 방사란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선 달걀 든 과자나 케이크 만들기를 꺼리는데, 이럴 때는 달걀없이 뚝딱 만들 수 있는 쇼트브레드가 최고지요.


그러고 보니 문득, 우리나라의 대표 과자를 꼽는다면 과연 어떤 것이 뽑힐까 궁금해졌습니다. 차 마실 때 곁들일 수 있는 한국의 대표 과자. 무엇이 좋을까요?


다쓰베이더와 저는 "다식!" 하고 이구동성 외쳤더랬습니다. 말 그대로 '茶食=tea food' 아니겠습니까. 다식 중에서도 시커멓고 고소한 흑임자 다식을 제일 좋아합니다. 시커먼 과자라니, 서양인들에게는 좀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여기 영국의 꼬맹이들한테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새 버전의 미니 오레오 쿠키라 속이고 먹일 수 있어 좋습니다.


"왜 가운데 크림 없이 껍데기 한 쪽만 줘?!"


불같이 따지려나요?


참, 저 멀리 떨어져있는 미국이 안 끼워 준다고 섭섭해할까요? 미국의 대표 과자도 궁금합니다. 땅덩이가 워낙 넓으니 유럽연합의 그것에 필적하려면 미국은 주마다 하나씩 뽑아도 되겠습니다.


참고로, 여기 영국인들은 미국인들처럼 '쿠키'라 하지 않고 꼭 '비스킷'이라 합니다. 영국 와서 지금까지 '쿠키'라고 말하는 영국인을 본 적이 없어요. 사탕이나 캬라멜 같은 아이들용 단것들도 '캔디'라 하지 않고 반드시 '스윗sweet'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본식 후 먹는 단것들을 총칭해 '푸딩pudding'이라고 할 때가 많습니다. 꼭 보들보들한 푸딩을 먹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러니 영국의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푸딩' 섹션을 보시거든 디저트 섹션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푸딩만 모아 놓은 페이지가 아니라는 점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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