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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수선화를 드리겠어요

단 단 2010. 4. 1. 23:42

 

 

 

 

 

꽃이 다 지기 전에 꼭 사진기로 담아 두어야겠다 마음먹었던 수선화. 산책로 집집마다 피어 있던 수선화를 보자 길고 긴 영국의 회색빛 겨울을 이겨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한국에서 개나리가 봄 소식을 알리듯 영국에서는 수선화가 봄을 알린다. 보라색 하얀색 크로커스들이 수선화보다 먼저 눈을 뚫고 삐죽삐죽 솟아오르긴 하지만 노란 빛깔 때문일까? 수선화를 봐야만 이제 봄이다 싶다. 동네 길 집집마다 심긴 너댓 종류의 수선화를 비교·관찰하며 넋을 잃다 돌아오곤 했는데, 오늘 보니 우리 집 뒤쪽 공동정원 한쪽에도 이 녀석들이 있는 것 아닌가. 내 눈엔 우리 집 수선화가 동네에서 제일 예쁘구나! 어느 수필가가 번역·인용했던 노랫말이 떠오른다. 


제겐 큰 집은 없을 거예요, 땅도 없고
손 안에 바스락거리는 지폐 한 장 없답니다.
하지만 당신께 천 개의 언덕 위의 아침을 보여드리고
입맞춤과 일곱 송이 수선화를 드릴 수 있어요.


아름다운 물건을 사드릴 돈은 제게 없지만
달빛을 엮어 목걸이와 반지를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천 개의 언덕 위의 아침을 당신께 보여드리고
입맞춤과 일곱 송이 수선화를 드릴 수 있답니다.


- 황시내 <황금물고기> 중에서



라고 마찬가지로 읊어대던 저 다쓰베이더의 꼬임에 넘어가 지금까지 머핀 같이 뜯어 먹으며 살고 있다. 올해로 결혼 10주년이다. 갱상도 사나이라지만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꽃과 나무와 새도 제법 즐길 줄 아는 말랑말랑한 구석도 있긴 하다. 믿거나 말거나.

 

 

 

 

 

 

 

 

 

수선화의 빛깔에 어울리는 노오란 머핀 어디 없을까 뒤적이다 찾아 낸 오늘의 머핀. 영어로 'Lemon Tea Muffin'이라 썼는데 '레몬티' 머핀이 아니라 레몬 '티머핀'이다. 영국의 티타임 클래식인 레몬 티케이크의 머핀 버전이라 생각하시면 된다.

 


재료: 밀가루, 설탕, BP, 소금, 레몬즙과 껍질, 버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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