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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계철관음 관찰기 安溪铁观音 Anxi Oolong Tea 본문

차나 한 잔

안계철관음 관찰기 安溪铁观音 Anxi Oolong Tea

단 단 2010. 3. 4. 23:54

 

 

 

 

 

오늘은 어렵게 손에 넣은 안계철관음을 소개합니다. 귀한 차들은 되도록이면 관찰기를 올리려 하고 있습니다. 안계철관음은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제일 좋아하는 청차에 속합니다. 청차를 좋아한다면서 왜 그간 홍차를 마셨느냐?

 

홍차가 청차보다 저렴한데 영국에서는 특히 더 그렇기 때문입니다. 서민은 처한 환경에 따라 마시는 차도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주머니 사정 생각하며 융통성 있게 살다 보면 이렇게 가끔 부자들이 떨어뜨리는 떡고물로 고급차를 얻어 마시기도 합니다. 이런 훌륭한 차들을 마시다 보면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솟기도 합니다.

 

중국의 당 고위 간부를 친구로 둔 분의 형님을 친구로 둔 제 지인께서(!@#&$X%^???)
켁, 잠깐.
헷갈리니 제 쪽에서 거꾸로 다시 짚어 보자면,
이 차는 제 지인의 친구분의 동생분의 친구분, 즉, 중국의 공산당 간부라는 분께서 한국인 친구를 위해 일부러 보내 주신 귀한 차였는데 어찌어찌 해서 저한테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안계철관음은 중국에서 명차로 꼽는 차라고 합니다. 맛을 보니 예전에 마셨던 '구수한' 농향형 철관음과는 사뭇 다른 향이 납니다. 가벼우면서 은은한 게 꽃향 같기도 하고 과일향 같기도 한 섬세한 차로, 질 좋은 다질링을 처음 마셨을 때와 비슷한 감동이 옵니다. 한 모금 마신 뒤 입을 꼭 다물고 콧김을 내뿜으면 비강과 구강에서 잔향이 증폭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여운이 오래 갑니다. 

 

철관음은 크게 세 가지 계열로 나뉜다고 합니다. 구수하면서 달고 깊이 있는 묵직한 철관음, 이 안계철관음과 같은 섬세하고 향기로운 은은한 철관음, 그리고 '산향'이 난다는 철관음. 세 번째 것은 맛을 본 적이 없으니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네요.

 

 

 

 

 

 

 



선물 받은 철관음은 포장부터가 과잉이라 심상치가 않습니다. 향 달아날까봐 1회 분량씩 나누어 비닐로 싼 다음, 다시 은박 봉투로 진공포장을 한 뒤, 또 다시 철통에 담았습니다. 발효차라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건잎은 선명한 녹색이 나며 외형은 잠자리 머리 모양으로 독특하게 말려 있습니다. 우린 뒤의 잎(엽저)은 아래와 같은 모습을 띱니다.

 

 

 

 

 

 

 

 


잎은 크고 살져서 잡아당겼을 때 탄력 있게 늘어나며, 표면은 벨벳처럼 부드럽습니다. 잎 가장자리는 울긋불긋한 색이 돌면서 날카로운 톱니가 엉성하게 나 있는데, 이 톱니는 잎의 뒤쪽을 향해 살짝 말려 있습니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이런 요소들이 바로 질 좋은 안계철관음의 조건들이라고 합니다. 안계철관음은 이번이 처음이라 좋다 나쁘다 따질 만한 실력이 아직은 안 됩니다. 어쨌거나 맛과 향은 매우 감동적입니다. 일곱번까지 우려 보았는데도 싱거워질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으니 이런 차들은 값이 꼭 비싸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찻물도 녹차처럼 맑고 옅습니다. 지난 번 마셨다는 그 구수한 철관음의 찻물은 이집트의 태양 같은 오렌지색 황금빛이 돌았었는데요. 같은 '철관음' 이름을 가진 차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차이를 보이니 차의 세계는 정말 끝이 없나 봅니다. 이런 차들을 마시고 나면 갑자기 집에 쌓여 있는 밀크티용 찌끄러기 CTC 홍찻잎들과 젊은 여성들을 겨냥해 홍차 회사들이 앞다투어 내놓는 인공향 입힌 조잡한 향홍차들은 죄다 내다버리고 싶어집니다.

 

 

 

차쟁이 진제형 님의 우롱차학 개론

안계철관음 1/4 현장 생중계

안계철관음 2/4 현장 생중계

안계철관음 3/4 현장 생중계

안계철관음 4/4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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