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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의 저력 ① 메뉴를 잘 보라

단 단 2010. 4. 24. 00:21

 

 

 

영국 각 티룸의 아프터눈 티 메뉴를 살피다가 발견한 것.
아래 첨부한 <포트넘 앤 메이슨> 티룸의 메뉴를 잘 보시라. 특히 분홍색 상자 두른 단어를.

 

 

 

 

 

 

 

 

 

 

 

 



당뇨환자를 위한 아프터눈 티까지?!
영국 만세다.

 


한국의 외식/회식 문화를 떠올려 보자.
대빵 자리에 있는 누군가가 "오늘 간장게장 어때? 내가 낼게." 하면 꼬붕들은 토도 한 번 못 달고 간장게장 먹으러 간다. 꼬붕들 중 누군가는 남몰래 고혈압이나 신장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국의 식당에서는 "저기, 제 것은 간을 1/5로 줄인 것으로 주세요."따위의 요청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긴 누군가가 "부대찌개 먹고 모처럼 땀 좀 흘려볼까? 내가 한턱 내지." 하면 다같이 부대찌개 집에 가서 똑같은 음식 후루룩. 이런 일은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흔하다. 맵고 짠 국물이 싫은 사람, 인스턴트 육가공품이 싫은 사람도 있을 텐데.

 

이런 일도 있다.
성악과 교수가 자기 독창회 티켓을 수십만원어치 제자들에게 강매한 후 "너희들 이번 음악회 때 수고 많았어. 고기나 먹으러 가자." 하면 다같이 찍소리 못 하고 우르르 고깃집 몰려가 지글지글. '부모님께 차마 말씀 드릴 수 없어 아르바이트로 번 돈 다 쏟아 티켓값 물었는데 내가 지금 좋아하지도 않는 고기 먹고 히죽거리게 생겼냐.' 속으로 피눈물 흘릴 놈 분명 있을 텐데.


세 가지 경우 모두 경험담 내지는 목격담이다.

 

 

 

 

 

 

 



오늘의 머핀 재료:
브란 플레이크, 사워크림, 메이플 시럽, 달걀, 밀가루, BP, 블루베리, 호두

 


영국 와 살면서 블루베리는 미국인들의 베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인들도 물론 블루베리를 먹긴 하지만 블루베리보다는 블랙커런트Blackcurrants를 더 즐기는 것 같다. 둘은 모양도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머핀이란 게 원래 미국인들이 고안해낸 속성빵인데다 블루베리도 미국이 제일 많이 생산하고 있으니 '블루베리 머핀'이란 건 지극히 미국적인 것이다. 아메리칸 머핀과 잉글리쉬 머핀을 헷갈려하면 안 된다. 잉글리쉬 머핀은 둥글넙적한 아침식사용 토스트를 말한다.


블랙커런트말고도 그밖에 영국인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베리를 더 꼽자면,


스트로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구즈베리
레드커런트 등.



내가 아는 어떤 영국 노인은 젊었을 때 미국에서 일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구즈베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거절한 적이 다 있다고.


참고로, '블랙커런트'와 '커런트'는 전혀 다른 열매니 빵과자 구울 때 헷갈리는 일 없도록 주의 하시기를. 커런트는 쉽게 말해 건포도의 일종이라 보면 된다. 블랙커런트는 블루베리와 닮았고 신맛이 강하다.


영국인들이 블루베리 대신 블랙커런트에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차대전 때 오렌지 같은 비타민C 함유 과일의 공급이 불가능해지자(영국에서는 오렌지 재배가 쉽지 않아 주로 지중해 국가들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 선선한 영국땅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블랙커런트를 대안으로 재배하게 되었고, 이 블랙커런트 열매를 시럽으로 만들어 전국의 아이들에게 비타민C 공급원으로 무상 제공하게 된 것을 계기로 영국인들이 블랙커런트에 맛을 들이게 되었다는 것.

 

미국은 현재 블루베리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한데, 이 때문에 잊을만 하면 신문에 등장하는 것이 블루베리가 최고의 항산화 식품 중 하나라는 호들갑 기사다. 특정 식품이 특정 질병에 좋다는, 뭐 이런 연구 결과를 맞닥뜨리게 될 때는 항상 연구비 지원이 어디서 온 것인지부터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예를 들어 쵸콜렛과 여드름은 별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다는, 쵸콜렛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은 대학의 연구 따위.


위키에서 따온 아래의 지도는 미국이 얼마나 많은 블루베리를 생산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미국 어느 주Minnesota는 블루베리 머핀을 아예 주를 상징하는 간식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반갑게도 우리나라 역시 블루베리 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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