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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저력 ① 메뉴를 잘 보라 본문
영국 각 티룸의 아프터눈 티 메뉴를 살피다가 발견한 것.
아래 첨부한 <포트넘 앤 메이슨> 티룸의 메뉴를 잘 보시라. 특히 분홍색 상자 두른 단어를.
당뇨환자를 위한 아프터눈 티까지?!
영국 만세다.
한국의 외식/회식 문화를 떠올려 보자.
대빵 자리에 있는 누군가가 "오늘 간장게장 어때? 내가 낼게." 하면 꼬붕들은 토도 한 번 못 달고 간장게장 먹으러 간다. 꼬붕들 중 누군가는 남몰래 고혈압이나 신장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국의 식당에서는 "저기, 제 것은 간을 1/5로 줄인 것으로 주세요."따위의 요청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긴 누군가가 "부대찌개 먹고 모처럼 땀 좀 흘려볼까? 내가 한턱 내지." 하면 다같이 부대찌개 집에 가서 똑같은 음식 후루룩. 이런 일은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흔하다. 맵고 짠 국물이 싫은 사람, 인스턴트 육가공품이 싫은 사람도 있을 텐데.
이런 일도 있다.
성악과 교수가 자기 독창회 티켓을 수십만원어치 제자들에게 강매한 후 "너희들 이번 음악회 때 수고 많았어. 고기나 먹으러 가자." 하면 다같이 찍소리 못 하고 우르르 고깃집 몰려가 지글지글. '부모님께 차마 말씀 드릴 수 없어 아르바이트로 번 돈 다 쏟아 티켓값 물었는데 내가 지금 좋아하지도 않는 고기 먹고 히죽거리게 생겼냐.' 속으로 피눈물 흘릴 놈 분명 있을 텐데.
세 가지 경우 모두 경험담 내지는 목격담이다.
오늘의 머핀 재료:
브란 플레이크, 사워크림, 메이플 시럽, 달걀, 밀가루, BP, 블루베리, 호두
영국 와 살면서 블루베리는 미국인들의 베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인들도 물론 블루베리를 먹긴 하지만 블루베리보다는 블랙커런트Blackcurrants를 더 즐기는 것 같다. 둘은 모양도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머핀이란 게 원래 미국인들이 고안해낸 속성빵인데다 블루베리도 미국이 제일 많이 생산하고 있으니 '블루베리 머핀'이란 건 지극히 미국적인 것이다. 아메리칸 머핀과 잉글리쉬 머핀을 헷갈려하면 안 된다. 잉글리쉬 머핀은 둥글넙적한 아침식사용 토스트를 말한다.
블랙커런트말고도 그밖에 영국인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베리를 더 꼽자면,
스트로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구즈베리
레드커런트 등.
내가 아는 어떤 영국 노인은 젊었을 때 미국에서 일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구즈베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거절한 적이 다 있다고.
참고로, '블랙커런트'와 '커런트'는 전혀 다른 열매니 빵과자 구울 때 헷갈리는 일 없도록 주의 하시기를. 커런트는 쉽게 말해 건포도의 일종이라 보면 된다. 블랙커런트는 블루베리와 닮았고 신맛이 강하다.
영국인들이 블루베리 대신 블랙커런트에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차대전 때 오렌지 같은 비타민C 함유 과일의 공급이 불가능해지자(영국에서는 오렌지 재배가 쉽지 않아 주로 지중해 국가들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 선선한 영국땅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블랙커런트를 대안으로 재배하게 되었고, 이 블랙커런트 열매를 시럽으로 만들어 전국의 아이들에게 비타민C 공급원으로 무상 제공하게 된 것을 계기로 영국인들이 블랙커런트에 맛을 들이게 되었다는 것.
미국은 현재 블루베리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한데, 이 때문에 잊을만 하면 신문에 등장하는 것이 블루베리가 최고의 항산화 식품 중 하나라는 호들갑 기사다. 특정 식품이 특정 질병에 좋다는, 뭐 이런 연구 결과를 맞닥뜨리게 될 때는 항상 연구비 지원이 어디서 온 것인지부터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예를 들어 쵸콜렛과 여드름은 별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다는, 쵸콜렛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은 대학의 연구 따위. ㅋ
위키에서 따온 아래의 지도는 미국이 얼마나 많은 블루베리를 생산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미국 어느 주Minnesota는 블루베리 머핀을 아예 주를 상징하는 간식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반갑게도 우리나라 역시 블루베리 산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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