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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2분간 우려야 하는 차茶 - 쇼팽 전주곡 4번

단 단 2010. 10. 19. 04:02

 

 

 

 

 

차 우리는 짧은 시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는지요?

 

과자를 준비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는 분들 많지요. 단단은 집에 갖고 있는 가을 철관음을 우릴 때 가끔은 쇼팽의 전주곡Prelude 4번을 틀어 놓기도 합니다. <Suffocation>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곡으로, 우리 말로는 '질식', '숨막힘' 정도가 되겠네요. 느리게 하강하는 왼손의 반음계적 진행이 요즘 같은 가을 분위기에 잘 맞습니다. 눈썰미 있는 분들은 아래 악보에서 반음계적 하강 선율이 왼손의 화음 구성음 세 개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으며, 일관성 있게 내려가는 듯하면서도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주저하는 지점들이 있음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스물여섯 마디밖에 안 되는 짧은 곡에도 천재의 예민한 감수성과 파격이 여지없이 녹아 있죠.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좋아하지만 컴퓨터 켜는 것마저도 번거로울 때, 그럴 땐 다쓰베이더에게 연주를 시키기도 합니다. 잘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악보가 쉬워 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거든요. 이 곡 한 곡만 있으면 디지털 타이머도, 가을 창밖으로 눈을 온전히 향하지 못 하게 옭아매는 모래시계도 필요 없어요.

 

2분간 우려야 하는 차를 위한 선곡입니다. 아르헤리치의 연주로는 1분 55초. 남은 5초 동안은 창밖에 주던 눈을 거두어 유리 찻주전자 밑 가라앉은 찻잎들을 곰곰 들여다보면 되지요. 차를 따르기 전 5초간의 쉼표를 즐기는 겁니다. 4분 우려야 하는 차는 두 번 연이어 들으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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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_prelude_4.jpg
0.40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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