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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 기념 음악 감상 본문
'부부의 날'이라고 합니다. 기념으로 오늘은 부부의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노래를 한 곡 들어 보죠. <세이킬로스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는 짧은 곡으로, 음악 역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곡입니다. 망실된 부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형태로 기보되어 전해진 음악 중 최고最古의 것으로 학자들이 추정하고 있거든요. 음악 전공하신 분들은 음악사 수업 시간에 반드시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겁니다. 노랫말과 가락이 함께 비석에 새겨졌기 때문에 후대에 전해져 연주될 수 있었습니다.
기원전 200년에서 서기 100년 사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이천년 전, 터키의 아이딘Aydin 부근에 '세이킬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살았습니다. 그가 죽은 아내를 기려 기둥을 하나 세우고 그 위에 노랫말과 가락을 함께 새겼습니다. 직접 작곡했는지, 당시 유행하던 노래였는지, 죽은 아내가 살아 생전 특별히 좋아하던 노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학계에서는 비문의 해독을 통해 세이킬로스가 작곡해 아내에게 헌정한 것으로 봅니다. 이 세이킬로스 묘비에 새겨진 비문은 이렇습니다.
I am a tombstone, an image.
Seikilos placed me here as an everlasting sign of deathless remembrance.
나는 묘비요, 초상.
세이킬로스가 죽지 않고 기념될 영원한 표로서 나를 여기 세웠네.
노랫말은 이렇습니다.
Hoson zēs, phainou
Mēden holōs sy lypou;
Pros oligon esti to zēn
To telos ho chronos apaitei
While you live, shine
Have no grief at all;
Life exists only a short while
And time demands its toll.
살아있는 동안 빛나라
슬퍼하지 말라
인생은 짧고
시간은 마침내 종말을 고하리니
노랫말은 매우 짧지만 아름다우며, 가락 또한 단순하나 꿋꿋하면서도 고결한 맛이 있어 오히려 더 처연하게 느껴집니다. 대개의 인간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날 죽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슬퍼집니다. 내가 죽는 건 두렵지 않으나 부모, 형제, 배우자 등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내 곁을 떠날 수 있다는 것, 남은 날 동안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간이 치러야 할 비극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한한 인생을 생각하면 최선을 다해 성실히 살고 싶어지나요? 저는 최선을 다해 놀고 싶어집니다. ㅋ
▲ 세이킬로스가 아내를 추모해 세웠다는 비석.
(BC 200 - AD 100)
▲ 자세히 들여다보니 시구 위에 각종 표식이.
이건 악보임에 틀림없다!
▲ 옮겨서 다시 잘 정리해 보니 이렇고,
▲ 해독을 거쳐 현대 악보로 옮기니 이렇더라.
▲ 시간은 마침내 삶의 종말을 고하리니
▲ 살아있는 동안 즐기라.
아, 부부의 날을 맞아 근사한 호텔 아프터눈 티를 즐겼어야 하는 건데.
- 런던 도체스터 호텔의 아프터눈 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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