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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상차림 강박증 본문
누리터에서 맞닥뜨린 사진 한 장 분석.
이 상차림, 어떻게 보십니까?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만, 알록달록 화려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좀 엿보이진 않나요? 전통음식 조리학교나 강좌 같은 곳에서 수강생들에게 '오방색五方色'을 최대한 살려 상을 차리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라는군요. 휴...
오방색이 우리 전통이고 아름다운 유산이라면 한두 가지 음식에서나 이를 실현하면 될 일입니다. 차린 건 많지만 구절판이든, 떡국이든, 해파리 냉채든, 새우 요리든, 화려한 색 내기 위해 똑같은 재료들이 참 많이도 중복돼 올라가 있죠. 흰색 노란색 내느라 여기저기 달걀 지단, 청홍색 내느라 여기저기 당근 토마토 파슬리. 겉치레 한식 상차림의 정수를 보는 듯합니다. 제 눈엔 예쁘다기보다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이 좀 모자라 보이는데다 다소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파슬리를 여러 곳에 참 많이도 올렸는데, 먹지도 않을 재료를 장식 삼아 올리는 건 단단이 어린 시절에나 보던 구태입니다. 저 싸구려 횟집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말 나온 김에, 달걀 지단, 솔직히 맛있던가요? 별 맛도 없는데다 종잇장 같은 질감 때문에 없어도 그리 아쉽지는 않던데... 미리 부쳐 두었을 테니 신선하지도 않을 테고요. 냄새도 잘 흡수해 냉장고 냄새 나거나 밀폐용기 냄새 나는 일이 빈번하죠.
명절 상에 올리는 전들은 또 어떻습니까. ☞ 요즘 꼬치전들은 어릴 때 먹던 산적이나 꼬치전들과는 참 많이 다르더라고요.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명절 상에 이렇게 가공 식재료들을 듬뿍 올리게 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만, 집집마다 다른 음식 맛이 우리네 삶을 알록달록 풍요롭게 만드는 걸 텐데, 그저 손쉽게 화려한 색 내느라 죄 똑같은 가공 식재료들을 쓰고 있으니 언젠가는 맛도 다 똑같아질지 모르겠습니다. 오장육부 튼튼하고 머리 알찬 것보다는 뜯어 고쳐서라도 예쁜 얼굴 갖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상차림에서도 고스란히 엿보이는 것 같아 한번 끄적여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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