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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기상 캐스터 몸매가 왜 중요해?

단 단 2014. 3. 12. 21:08

 

 

 

 "투표권을 쟁취하고 코르셋과 브라를 벗어 던졌더니

이젠 밀가루와 분홍 설탕 반죽에 우리를 가둬?"
억압 받는 동지를 보고 캐분노한 미일리어와 이리나.

 

 

 

한국의 방송사 일기 예보 화면을 우연히 보고는 놀라 자빠지거고

날씨 전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꽉 끼는 불편한 옷과 짧은 치마를 입고 나오는 건가? 옷이 하도 끼고 불편하니 상체에 힘 잔뜩 들어가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 기상 캐스터 인물 검색을 해봤더니 아니나다를까, 관록의 김동완 선생을 제외하고는 이삼십대 성형 미인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기상 캐스터가 마치 연예인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라틴 문화권 국가들의 기상 캐스터들도 만만찮다고 들었으나 이들 나라에서는 거리에 활보중인 보통 사람들도 남녀노소 불문 훌훌 벗고 다니니 TV에서 이런 사람 좀 본다고 국민들이 충격 받지는 않잖나. 가만 보면 후진국일수록 쓸데없이 여자들을 벗긴다.

 


'TPO' 모르나
친구들 모임이나 파티에 그렇게 입고 가는 건 누가 뭐라나. 나도 어렸을 땐 미니스커트 많이 입고 다녔는데. 나이 들어 무릎 쪼글쪼글 미워지기 전에 열심히 입어야지. 내 말은, 기상 캐스터들의 선정적인 옷차림이 뉴스라는 상황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협찬 받은 옷을 억지로 입어야 하기 때문에 간혹 몸에 맞지 않아 그렇다는 소리들을 하는데, 그 뉴스 부서 참 희한할세. 협찬 핑계 대면서까지 기상 캐스터들을 그렇게 입혀 내보내야 하는 한국의 뉴스 관행이 참으로 기이, 옷 입는 것까지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간섭을 받는다니 (그것도 좀 더 야해 보이는 쪽으로 입도록) 상하 관계가 하도 경직돼 여직원들이 단체로 거부하기가 힘든 모양이지?

 


평소 버릇 대로
뉴스 부서의 방향과 정책을 결정하는 '윗분'이라면 대개 중장년 남성일 텐데, 룸싸롱 드나드는 게 여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할지도 모르는 이 아자씨들께서 시청률을 핑계 삼아 젊고 예쁜 기상 캐스터 뽑는 걸 고집한단 소리잖나. 그리고는 자기들한테 익숙하고 친숙한 '홀복' 비스무리한 걸 억지로라도 입히겠다는 것이고.


"실력만 보고 뽑았더니 어쩌다 죄 예쁜 아가씨들만 걸렸더라."


정말? 어제 신문 기사를 보니 정작 기상 캐스터 본인은 "기상 캐스터 발탁 기준을 묻는 질문에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모르시겠어요?'라고 답해 강한 자신감을 비췄다"는데?


실력만으로 뽑았다 치자. 그럼 그 엄청난 실력자들을 중년 아줌마나 은퇴할 나이의 할머니가 될 때까지 오래오래 고용하고 있으면 안 되나? 나 어릴 적엔 전문가 삘 물씬 나는 분들이 나와 날씨를 전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기상 캐스터들이 이렇게 터질 듯 끼는 웃옷과 짧은 치마를 경쟁하듯 입혀 내보내야 하는 젊은 여성들로 바뀌었나?

 

이런 기이한 관행에 일침을 가하거나 방송사에 항의하기는커녕 시청자들은 어느 방송사 기상 캐스터가 더 예쁜지, 몸매가 더 나은지, 더 선정적으로 입었는지 평가하기 바쁘고, 기상 캐스터들은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미를 뽐내고 '뷰티 노하우'를 공개하기에 바쁘다. 이들 소식을 전하는 신문 기사 제목도, TV 프로그램 제목도 가관이다. 공익을 위한다면 품위를 잃지 않는 선에서 편한 복장을 할 수 있도록 기상 캐스터들을 배려해 주고 정책적으로는 성형수술로 얼굴 너무 많이 고친 사람들은 방송에서 점차 배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태도가 어째 갈수록 더 못해지는 것 같다. 얼굴 고쳐서라도 팔자 고쳐라, 야하게 입어서라도 강하게 어필하라. '뉴스 여성' 하면 나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 냉철한 사고와 판단력, 지성미 등을 기대하는데, 그 잘나고 똑똑한 여성들이 잘못된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저항하기는커녕, 어쩌면 그렇게 대중과 언론이 세워 놓은 싸구려 기준에 부합하려고 스스로 애를 쓰는지. 언론 탓도 크지만 후배님들한테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음 검색창에 "기상캐스터"를 치면 위와 같은 관련 검색어가...

 

 

 

영국 TV엔 못생긴 사람 천지
영국 뉴스에서는 이런 기상 캐스터를 볼 일이 극히 드물다. (영국에서는 'weather caster'라 하지 않고 'weather presenter'라 한다.) 영국에서도 학자나 전문 직종의 사람이 출중한 외모 때문에 간혹 화제가 되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전문가라는 사실이 우선한다. 실력이 있는데 외모까지 좋으면 금상첨화이나 실력 없으면 외모고 뭐고 다 소용 없다. 영국 뉴스에서 날씨 전하는 사람들은 아저씨, 총각, 투실투실 아줌마, 두꺼운 모범생 안경 쓴 처녀, 때로는 배 나온 임산부까지, 다양하다. 인상들은 좋은 편이지만 미남이거나 미녀이지 않다. 그냥 옆집 이웃 같은 평범한 외모에 옷도 편하게 입고 나온다. 기상 캐스터는 날씨만 잘 전하면 된다. 공영방송인 BBC의 경우 기상 캐스터들은 모두 기상청Met Office 소속의 전문가들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북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보는데, 미국은 어떤지 궁금하다. 유럽보다 미국이 전반적으로 외모를 더 따지는 분위기라는 건 잘 아는데, 설마 한국처럼 기상 캐스터들한테까지 외모를 따지는 건 아니겠지.

 


기상 캐스터는 오랜 친구 같은 사람
영국은 올해로 TV 기상 예보 60주년을 맞았다. ☞ 영국 기상 예보의 역사를 사진과 함께 찬찬히 훑어보고 있자니 격세감이 든다. 펜으로 지도에 직접 그려가며, 구름 스티커 붙여가며 진행하던 옛 모습들을 보니 내 어릴 적 일기 예보 생각이 난다. 영국인들은 기상 캐스터를 오랜 친구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공영방송의 품위와 공정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야하게 차려입은 젊고 예쁜 여성들로만 일기 예보 화면을 채웠다간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칠 것이다. 특정 자리에 젊고 예쁜 여성만 앉히기를 고집한다는 것은 고용과 기회의 균등성·공정성 측면에 어긋나므로 여기서는 소송감이다. 여긴 군사 전문 기자가 아줌마다. 위장복 입고 방탄 조끼 두르고 이라크 전투 현장에도 가고 그런다.

 


인상적이었던 독일의 어느 일기 예보
어느 독일 방송국이 생방송으로 날씨를 전하는 중 스튜디오에 방송국 직원의 고양이가 무단 침입을 했다. 기상 캐스터가 얼마나 노련하게 대처하는지 아래 영상을 한번 보시라. 모른 척 할수록 더욱 비벼대며 칭얼대는 고양이의 귀여운 습성을 잘 알고 있어 이렇게 처신했다고 한다. 만일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옷이 하도 꽉 끼고 치마가 짧아 몸을 굽혀 고양이를 들어올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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