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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본문
▲ 브라우니를 구워보았습니다.
단단의 외가 쪽에 정신과 의사가 무려 세 분이나 계십니다. 그 덕에 단단의 정신이 아직까지는 멀쩡한 거예요. 평소 고민 있는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셔서 그런지 이분들 하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속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기냥 술술 나옵니다. 가정사를 스스로 까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죠. ㅋ 이분들 하고 대화 나누는 게 하도 재미있어 단단은 기회만 되면 뵈려고 애를 씁니다. 다들 또 유머 감각들은 어찌나 좋은지.
가만히 관찰해보니 이분들은 말하는 기술도 좋지만 무엇보다 듣는 기술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듣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그런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는 걸까요? 의대 정신과 수업 중에 그런 과목이 따로 있기라도 한 걸까요? 판소리 아시죠? '소리꾼'이 있고, 북 치고 추임새 넣어 주는 '고수'가 있는. 이분들이 딱 판소리의 고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렇게 시의적절하게 맞장구를 잘 쳐주십니다. 진심으로 공감해주시고요. 그러면 마음 속 얘기가 술술 나오죠. 속이 후련해집니다. 가톨릭 신자들이 신부님한테 고해성사 하는 것도 혹시 비슷한 맥락은 아닐까요? 아, 흑역사 참회하러 가는 것과는 상황이 좀 다릅니까?
정신과도 분야가 세분돼 있습니다. 알코올, 약물, 도박, 섭식 등 중독, 기분 장애, 불안장애, 수면장애, 일상 스트레스 등 일반 정신과, 소아 정신과 따로, 청소년 정신과 따로, 노인 정신과 따로.
문득 궁금한 게, 하루종일 진료실에 앉아 남의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 이 정신과 의사들의 정신은 괜찮을까, 하는 것.
정신과 의사들은 확실히 건강에 대한 생각도 다른 과 의사들과는 좀 다릅니다. 보통은 채소·과일 많이 먹고, 기름진 음식 피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운동하고... 우리도 다 아는 교과서 같은 말만 하잖아요? 정신과 의사들은 사악한 간식 적당히 즐기며 사는 게 건강을 지나치게 염려해 건강식품 과하게 챙겨 먹고 유해요소 깐깐히 따져가며 피곤하게 사는 것보다 낫다고 여깁니다. 아, 그래서 제가 브라우니 구웠잖습니까. 어우, 너무 맛있어요.
☞ Jamie's Bloomin' Brilliant Brownies
정신과 의사들, 생각만큼 무섭지 않으니 많이 힘드신 분들은 혼자 끙끙 앓거나 극단적인 행동할 생각 말고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정신과 의사들에겐 이들도 그냥 평범한 환자일 뿐. 이분들에게 정말 '미친 사람'은 따로 있더라고요. 과연 어떤 사람이 미친 사람이냐?
운전 중 갑작스럽게 끼어들거나 난폭운전 하는 사람들.
정신과 의사 친척 어른이 운전하시는 차에 타본 적 있는데, 위험천만하게 끼어든 앞 차에 대고 그러시더라고요.
"저런 정신 나간 놈!"
ㅋㅋㅋ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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