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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치즈케이크

단 단 2013. 11. 15. 02:12

 

 

 

 

 

시판 치즈케이크들이 성에 안 차 직접 구워 보았습니다. 다들 치즈를 너무 아끼는데다 지나치게 달아요. 첨가물도 많이 들었어요. 과하게 입힌 인공 향료 냄새도 참을 수 없어요. 마르지 말라고 위에 도포한 글레이즈, 이것도 케이크에 엉뚱한 맛을 더해서 싫어요. 바닥에 깐 비스킷은 제대로 갈지도 않고 야무지게 뭉치지도 않아 지근지근 모래처럼 씹혀요. 치즈케이크 위에 베리를 얹은 건 봐 줄 수 있는데 치즈케이크 속에 넣은 건 또 싫어요. 소의 촉감과 치즈 풍미를 마음껏 느끼는 데 방해돼요. 장인이 제대로 만들었다는 치즈케이크는 값이 또 너무 비싸요. (원 까다롭기는.)

 

단단의 큰오라버니가 미국에서 유학을 해서 그런지 브라우니와 치즈케이크를 특히 좋아합니다. 연습해 두면 오라버니 생일 때나 가족 모임 때 디저트로 내놓을 수 있어 좋겠습니다. 네? 브라우니와 치즈케이크 좋아하는 건 미국 유학과 상관 없다고요? 그렇긴 합니다. 만인에게 사랑 받는 게 브라우니와 이 치즈케이크죠.

 

치즈케이크의 역사를 따져 올라가 보니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갑니다. 국가별로, 혹은, 미국 같이 덩치 큰 나라는 심지어 도시별로도 치즈케이크의 재료와 공정이 다르다고 합니다. 뉴욕식은 많이 접해 봤는데 시카고식이 또 따로 있다네요.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나름 다양한 치즈케이크를 맛보았습니다. 포크로 자르면 '촤르르' 소리 내는 차갑고 촉촉한 수플레 치즈케이크, 오븐에 구운 소박한 치즈케이크, 차갑게 굳히기만 한 무스 같은 치즈케이크, 진하고 뻑뻑한 치즈케이크 등.


영국에서는 치즈케이크 기록이 139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요리책에 실린 게 이때이니 그 전부터 이미 만들어 먹고들 있었다는 소리지요.
☞ 가장 아끼는 요리책


영국에는 단 치즈케이크 외에 ☞ 훈제연어를 넣어 만든 짭짤한 치즈케이크도 있습니다. 서양 어느 나라든 치즈를 상식하는 곳에는 치즈케이크나 그와 비슷한 것이 존재할 텐데, 영국식 단 치즈케이크는 대개 아래와 같은 공정을 거쳐 만듭니다.

 

 
영국식 치즈케이크
전통식은 얇은 타트 껍질case을 먼저 만들어 그 안에 치즈 소를 채워 굽습니다. 아니면, 편법으로 다이제스티브 비스킷, 진저 비스킷, 쇼트브레드 중 취향껏 하나를 골라 가루로 빻아 버터 녹인 것과 함께 뭉쳐 바닥에만 대 주어도 됩니다. 예로 든 비스킷들은 모두 영국 전통 비스킷들입니다. (저는 쇼트브레드를 선호합니다.) 베이스를 깔지 않으면 묽은 크림치즈 혼합물이 케이크 틴 바닥 틈으로 줄줄 샙니다.

 

치즈 혼합물을 붓고 난 뒤에는 낮은 온도의 오븐에 굽든지 냉장고에서 차갑게 굳히든지 둘 중 하나를 해줍니다. 달걀이 든 건 구워야 하고 달걀이 들지 않은 건 차게 굳히기만 하면 됩니다. 낮은 온도로 오래 구우면 중탕water bath이 필요 없습니다.

 

완성된 케이크 위에는 맛내서 조린 과일을 얹거나(주로 베리류), 소스를 끼얹거나, 과일 젤리 층을 맨 위에 올리거나 '써프라이즈!'를 위해 가운데 몰래 심거나 합니다. 영국인들은 크림이나 치즈가 든 느끼한 디저트를 먹을 때는 절대 그냥 먹지 않습니다. 전에 사과 이야기 할 때 영국에서는 선선한 기후 때문에 감귤류 대신 베리 종류와 사과가 잘된다고 말씀 드렸었죠. 영국 디저트에는 그 때문에 베리가 자주 곁들여집니다. 북유럽도 마찬가지이고요.

 

 

 

 

 

 

 

 

 

즉, 영국인들은 이런 식으로 먹는 걸 좋아한단 말이지요. 빨간 베리류도 많이 쓰이지만 5월에는 제철을 맞은 구즈베리와 엘더플라워 코디알을 합쳐 천상의 맛과 향을 입히기도 합니다.

 

 

 

 

 

 

 



이렇게 과즙만 쓴 투명한 젤리 층을 두기도 하고요.

 

 

 

 

 

 

 



저는 달걀을 썼으므로 낮은 온도의 오븐에 구워 주었고, 베리나 소스 곁들이는 것은 생략했습니다. 오븐 안에서 완전히 식힌 뒤 냉장고에 넣어 굳혔는데, 재료 준비하고 혼합하는 데는 얼마 안 걸렸으나 오븐에서 굽는 데 약 한 시간, 구운 뒤 완전히 식히는 데만 몇 시간, 냉장고에서 굳히는 데 또 몇 시간. 오후 티타임이 되어서야 겨우 먹을 수 있었습니다. 켁, 성질 급한 사람은 이거 집에서 못 만들겠어요. 아침에 시작한 베이킹, 치즈케이크에 어둑어둑 오후의 기운이 드리워졌습니다.


치즈케이크 자르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반경성 치즈 자를 때 쓰는 가늘고 힘 있는 철사를 쓰거나 칼을 뜨거운 물에 담가서 달군 뒤 물기를 닦고 잘라야 매끈하게 잘립니다. 한 조각 자르고 난 뒤 칼을 말끔히 씻어 내고 또 다시 뜨거운 물에 담갔다 물기 닦아 자르고... 불에 달구는 분도 있는데 잘못하면 칼에 검댕이 묻습니다. 치즈케이크 만들어 먹는 전 과정 중 이 자르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맛은 뭐 끝내줍니다. 크림과 치즈를 두 종류나 섞어 쓰는데다, 안 아끼고 양도 듬뿍 넣었으니 맛없을 리가 없지요. 영국은 목초지가 많아 우유가 '펑펑' 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크림이나 치즈 같은 유제품이 저렴해 집에서 치즈케이크 만들어 먹는 게 그리 부담이 되지 않는데, 한국은 사정이 다르죠. 한국에서는 그냥 완성품을 사 먹는 게 비용면에선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영국 가정요리의 대모 딜리아 스미쓰Delia Smith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립니다. 시간 날 때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ementhal의 난이도 높은 엘더플라워 치즈케이크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바닐라 치즈케이크


재료

 

바닥재 base
영국 쇼트브레드 200g
버터 녹인 것 50g


 filling
크림치즈full fat cream cheese 300g
골든 카스터 슈가golden caster sugar 175g
중력분plain flour 25g
크렘 프레쉬creme fraiche 350ml
달걀 알 굵은 것 3개, 풀어 놓기
바닐라 엑스트랙트 10ml


캬라멜 소스 [캬라멜 소스 없어도 맛있음]
흔히 쓰는 보통 굵기 입자의 백설탕white granulated sugar 250g
뜨거운 물 45ml [3큰술]
더블 크림double cream 150ml
바닐라 엑스트랙트 1작은술 [=5ml]


준비물
지름 20cm, 높이 4cm 크기의 영국 스폰지 케이크용 원형 틴, 들러붙지 않게 버터 칠을 하거나 논-스틱 라이너를 댈 것.
소스팬



만들기

 

1. 오븐을 150˚C로 예열해 둔다. 팬fan 오븐은 130˚C.


2. 쇼트브레드를 푸드 프로세서로 곱게 간 뒤 우묵한 그릇에 옮겨 녹인 버터를 붓고 잘 섞는다.


3. 2를 케이크 틴에 옮겨 담고 윗면이 고르게 되도록 신경 쓰면서 틴 바닥에 밀착시킨다. 똑같은 틀이 하나 더 있다면 그 틀의 바닥을 써서 누르면 된다.


4. 소를 만든다. 우묵한 새 그릇에 크림치즈, 카스터 슈가, 밀가루를 먼저 넣고 잘 섞은 뒤 크렘 프레쉬, 달걀, 바닐라 엑스트랙트를 넣고 다시 잘 섞는다.


5. 쇼트브레드 베이스를 깐 케이크 틴 위에 4의 소를 반만 채우고 오븐의 맨 아래 선반에 넣는다. 그 뒤 나머지 반을 마저 붓는다. 55분 정도 굽는다. 구운 색이 나면 안 되고 가장자리만 겨우 굳으면 된다. 케이크 가운데는 여전히 촉촉하면서 흔들거려야wobbly 한다. 오븐 안에 그대로 두어 완전히 식힌 뒤 냉장고로 옮겨 수 시간 굳힌다.


6. 그 다음, 캬라멜 소스.
소스팬에 백설탕을 넣고 약불에 올려 설탕 가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완전히 녹인다. 어느 한 부분만 눌어서 타지 않도록 팬을 가끔씩 흔들어 주어야 한다. 설탕이 완전히 녹으면 불을 강불로 올려 거품이 일면서 갈색이 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몇 초 안에 맹렬히 끓기 시작하면 숟가락으로 잘 저어 준 뒤 불에서 뗀다. 뜨거운 물을 넣는다. 격하게 일어나는 거품이 잦아 들면 더블 크림과 바닐라 엑스트랙트를 넣고 잘 섞는다. 그대로 완전히 식힌 뒤 뚜껑 있는 그릇에 옮겨 담아 필요할 때까지 보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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