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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왜 길고양이가 보이질 않는 걸까? 본문
영국에서 벌써 몇 년을 살았어도 길에서 고양이 보기가 힘들다. 여긴 정원 있는 집들도 많고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 고양이 키우는 집이 한국보다 많다. 키우는 집이 많으면 그만큼 버림 받는 고양이도 많을 텐데 길냥이 보기가 힘드니 희한하다. 길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발견 즉시 잡아 어디 가두는 걸까? 이런 인건비 비싼 나라에서 일일이 사람 써서 잡아들이기 쉽지 않을 텐데? 유기 동물 보호소가 많긴 해도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고. 어떻게 이렇게 길냥이 보기가 힘든 걸까?
영국은 집집마다 담 안쪽에 뚜껑 달린 키 큰 플라스틱 쓰레기 통을 놓고 쓴다. 그래서 길냥이가 있어도 쓰레기 봉투 뜯어 말썽 일으킬 일이 없다. 밤마다 '러브송' 불러대는 소리도 듣기 힘들다. 그러니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
여기라고 길냥이가 왜 없겠나. 내 생각엔, 정원 있는 집들이 워낙 많아 길냥이들이 거리를 배회하지 않고 다들 어느 집 정원 꽃나무 밑에 틀어박혀 길에서 보기 힘든 게 아닌가 싶다. 동네 길을 산책하다 보면 볕 좋은 정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고양이를 많이 본다. 목에 띠가 없는 걸로 봐서는 주인이 없다는 소린데, 남의 집 정원에서 참 넉살좋게 잘도 지낸다. 길냥이도 선진국에서는 팔자가 좋구나.
나는 처음엔 정원에 있는 고양이들은 다 그 집 고양이인 줄 알았다. 영국인들은 자기 집 정원에 찾아오는 고양이를 반긴다. 기꺼이 밥그릇도 장만해 주고 때맞춰 밥도 잘 준다. 몇 번 밥 얻어먹으러 갔다가 그 집 주인이 잘해 주고 정원이 마음에 들면 그냥 그 집에 눌러앉는 거다. ㅋ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모양인지 개체수도 늘지 않고 늘 그 고양이 수 그대로다. 사람들이 해코지하지 않고 잘 대해 주는 걸 알기 때문에 이곳의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낯선 사람도 잘 따르고, 예뻐해 달라고 몸 부비며 재롱도 잘 떤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동물이 동물답게 살려면 역시 정원이 있어야 하나 보다. 정원 있는 집에서 동물들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 참 행복했다. '골골송' 들으며 고양이한테 마사지 받아본 적 있는 분? 천국이 따로 없다. ☞ 고양이 안마 '꾹꾹이'
▲ 장 보러 가는 길에 늘 만나는 늙은 마말레이드 고양이.
꼭 이렇게 이 집 정원 어딘가에 앉아 졸고 있다.
▲ 응?
▲ 으흐흐흐, 리추얼 시작이로구나.
▲ 낼름낼름 부비부비 낼름낼름 스윽스윽.
▲ 고양이 발 -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 중 하나.
▲ 꾸벅꾸벅. 오늘은 볕이 좋구나.
▲ 어? 그러고 보니 새 잎이 돋았네.
▲ 이파리 감상 잘 하렴. 난 이만 장 보러 갈게. 안녕~
▲ 장 보러 가는 길에 만난 고양이 2.
이 녀석도 어느 집 마당에서 지낸다.
▲ 현재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고양이, 봅Bob. 길냥이 출신.
▲ 거리의 악사와 함께한 ☞ 봅의 이야기.
한때 베스트셀러이기도.
▲ 낮 시간엔 주인과 함께 버스킹busking.
▲ 길냥이 덕에 새 인생을 살게 된 영국 노숙자 청년.
▲ 수퍼마켓 고양이 사료 코너에서 본 제품들.
디자인이 예술. 맛도 다양. 두 번째 것은 심지어 유기농.
☞ 영국 허핑턴 포스트에 실린 기가 막힌 고양이 사진 하나
☞ 처칠 차트웰 하우스에 고양이 족Jock 6세 새로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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