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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 스머프

짠 밥상

단 단 2014. 5. 16. 00:00

 

 

 

 맨 위 밥상: 건강식으로 차렸다는 어느 집 밥상.

일인분으로는 양이 과한 데다 짜 보임.
바로 위 밥상: 심혈관계 질환자를 위한 1식3찬 밥상.

반찬 구성 괜찮고 간도 겉으로 보기에는 알맞아 보임.
밥과 감잣국 양이 많아 탄수화물이 좀 많아 보이기는 함.

밥과 국 양을 3/4으로 줄이면 좋을 듯.

 

 

 

살면서 내 주변의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니, 음식을 짜게 먹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부류 중 어느 하나이거나 둘이거나 셋 다인 경우가 많았다.


1.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
2.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
3. 몸이 성치 않은 사람


나도 짜게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내 경우는 3번에 해당한다. 1번도 약간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음식을 짜게 먹는 사람은 못 배웠거나 가난한 사람인가?


중도 좌파였다가 영국 와서 점점 더 프롤레타리아 극 레프티가 되어 가는 다쓰베이더는 제아무리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도 돈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짜게 먹게 된다고 역설한다. 짜게 먹는 건 교육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라고 본다. 머리 속에서는 바른 식생활을 하라고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돈이 없으면 결국 짠 반찬, 짠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신선한 재료 사다 바로바로 조리해 먹으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 노동 시간이 길거나 박봉인 노동자는 이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밑반찬이란 것, 얼마나 고마운가. 간 세게 한 반찬을 밀폐용기째 그대로 꺼내 먹었다가 냉장고에 다시 넣었다가 또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가.

 

나는 생각이 다르다. 돈과 상관 없이 교육 수준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편이다. 아니, 음식에 간장·소금 덜 넣는 게 돈하고 무슨 상관이람? 이건 순전히 의식의 문제인 거지. 내 본가는 음식을 짭짤하게 먹는 편이고 시가는 싱겁게 먹는 편인데, 시부모님 두 분 다 매우 성실하신 분들이긴 하나 재산이 많으시거나 하진 않다. 그냥 평범한 가정이다. 대신 두 분 다 건강 관련 정보를 열심히 챙겨 보시고 실천하신다. 외식도 잘 안 하신다. 내 본가 식구들은 '맛있게! 멋있게! 즐겁게!'를 표방한다. 내 부모님은 건강 정보를 챙겨 보시지 않는다. 권여사님이 감각이 있으셔서 음식이 맛있기는 하나 간은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시가 음식보다는 센 편이다.


교육 수준이 높다는 건 꼭 가방 끈이 길다는 뜻만은 아니다. 제도권 교육은 많이 못 받았어도 스스로 부지런히 건강 정보, 식품 정보를 챙겨 보는 사람은 식생활에 있어서는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다. 게다가, 먹는 문제는 제도권 교육에서 잘 가르쳐 주지 않는다.


나는 다음Daum 첫 화면에 오르는 <미즈넷>이나 <아고라>의 음식 사진들을 눈여겨보는 편인데,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이 현재 어떻게 먹고 사는지를 관찰하는 게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몇 가지 특징과 패턴이 보일 때가 많으니 여기에 대해서는 언젠가 글을 한번 써 봐야겠다. 음식 관련 학과의 박사 과정 학생이나 교수들은 다음 미즈넷이나 아고라에 오르는 서민들의 밥상을 연구해 논문을 써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미즈넷이나 아고라에 올라온 밥상들을 오랫동안 관찰한 바 'politically incorrect'한 솔직한 발언을 해보자면 -

 

짠 반찬 잔뜩 늘어놓은 밥상, 별로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들이 짜 보이는 건 그러려니 하는데, 집에서 정성껏 차려 식구들 잘 먹였다고 자랑하는 밥상이 짠지투성이, 양념 범벅인 걸 보면 밥상 차린 이의 교육 수준이 엿보이고 의식 수준이 드러나 보인다. 짠 반찬 담은 그릇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극명히 드러난다. 식단을 짜는 지식과 감각도 모자라 보인다. 그냥 자기가 만들 줄 아는 걸 몽땅 만들어 올려 자랑한다. 생선구이를 올리고 어묵과 멸치볶음을 또 올린다. 김치, 젓갈, 장아찌도 몇 가지씩 겹쳐 올라와 있다.


짜게 먹는다고 누가 지적이라도 하면 "맨날 이렇게 먹진 않고 가끔씩만 이렇게 먹어요."한다. 거짓말이다. 짜게 먹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은 항상 짜게 먹는다. 짬뽕 한 그릇을 건더기는 물론 국물까지 다 마시면서 "맨날 짬뽕만 먹는 것도 아닌데요, 뭐." 한다. 그런 사람은 오늘은 짬뽕 한 그릇을 국물까지 다 먹고 내일은 칼국수 한 그릇을, 내일 모레는 라면 한 그릇을 국물까지 다 비울 것이다. 엄마나 아빠 혼자 짜게 먹으면 괜찮은데 애들을 어릴 때부터 짠맛에 인이 박이게 하니 문제다. 한 가지 더 불만이 있다면, 생선을 왜들 그렇게 바싹 구워 수분 다 날아간 말라 비틀어진 걸 먹는가 하는 것이다.

 


☞ 짠 음식은 왜 비만을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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