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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올드 윈체스터 Old Winchester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올드 윈체스터 Old Winchester

단 단 2014. 3. 13. 00:00

 




영국 남서부에 있는 솔즈버리Salisbury 근처의 소규모 농가에서 만듭니다. 수분이 적고 단단해 보이죠? 저온살균한 소젖으로 만드는 경성 치즈입니다. 18개월 정도 숙성시킵니다. 단단한 정도를 설명하자면, 저 유명한 이태리 경성치즈인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 [일명 '파마산' 치즈]와 영국 체다의 중간쯤 된다고 하면 되려나요? 질감뿐 아니라 맛도 중간쯤 되고요. 숙성 하우다Gouda 같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냥 먹기도 하고 요리에 넣기도 해서 쓰임새가 많습니다. 

말랑말랑한 연성 치즈나 쫀득쫀득한 반연성 치즈들이 식감도 좋고 참 맛있다고들 하는데요, 경성 치즈들도 무조건 단단하기만 한 게 아니라 치즈마다 나름 독특한 식감이 있어 꽤 즐길 만합니다. 특히, 파마산이나 이 올드 윈체스터처럼, 경성 치즈 중에서도 더 단단한 치즈들은 껍질쪽과 안쪽의 맛과 질감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져 먹는 재미가 좀 있어요. 마치 두 가지 치즈를 동시에 먹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이런 치즈들은 어떻게 잘라서 내는가에 따라 미각 체험이 많이 달라집니다. 바깥 부분과 속을 따로 잘라 먹어 보는 것도 좋고, 두 부분이 다 포함되도록 잘라 치즈 전체의 맛을 두루 음미해 보는 것도 좋아요. 치즈의 가운데 속 부분은 마치 삶은 달걀 노른자 씹을 때와 같은 식감이 납니다. 입천장에 쩍 달라붙을 정도로 부드럽지요. 겉껍질에 가까워질수록 젖산염 결정이 서걱서걱 경쾌하게 씹히며, 깔짝깔짝 모래알처럼gritty 혀 위에 흩어집니다. 

이 올드 윈체스터는 채식주의자들이 파마산 치즈 대신 쓰기도 합니다. 치즈를 굳힐 때 동물성 효소rennet 대신 식물성 효소를 쓰거든요. 파마산 치즈는 그 이름을 아무나 갖다 쓸 수 없도록 유럽연합에 의해 제도PDO적으로 보호를 받는 대신 재료와 제조법을 전통식으로 엄격하게 고수해야 합니다. 젖을 아직 안 뗀 어린 수송아지의 위장에서 뽑아낸 효소를 넣어 우유를 굳혀야 하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는 파마산을 먹을 수가 없지요. "나 채식주의자야." 하면서 채식 피짜나 파스타에 파마산 갈아 넣고 있는 자를 보시면 "사이비!"라고 손가락질하며 마음껏 비웃어 주십시오. 저도 한때 채식주의자가 될까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요, 고기 안 먹고 사는 건 거뜬히 할 수 있어도 섬세한 생선살과 꼬리꼬리 맛난 치즈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잡식주의자로 그냥 남게 되었습니다. 전통 치즈들 중에는 수송아지 위장에서 뽑은 효소를 쓰는 것들이 많거든요.



 

 

 

 



파마산 치즈처럼 한번 갈아 보았습니다. 경쾌하게 잘도 갈립니다. 파마산도, 올드 윈체스터도, 오래 숙성시켜 수분을 많이 날렸기 때문에 농축된 진한 맛이 납니다. 이런 농축된 치즈에 감칠맛umami 내는 천연 글루타민산염이 많이 들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요리에 조미료처럼 넣으면 아주 좋아요. 껍질쪽에서는 견과류 같은 고소한 맛도 납니다. 쨍한 산미 역시 인상적인데, 영국인들은 체다나 이 올드 윈체스터 같은 경성 치즈에서 느껴지는 짠맛, 단맛, 감칠맛이 뒷받침된 산미를 "생양파의 쨍함raw onion tang"이라고 표현합니다. 파인애플 향미도 납니다. 껍질 쪽으로 갈수록 이 파인애플 맛이 강해집니다.
     
올드 윈체스터의 값은 체다보다는 약간 비싸고 파마산보다는 약간 저렴합니다. 여기서는 파마산을 멀리서 수입해 들여와야 하니 그렇겠지요. 맛은 파마산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값도 좀 더 싸니 저로서는 이 올드 윈체스터를 마다할 이유가 없겠습니다.  라이번 농장Lyburn Farm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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