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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스틸턴, 스틸튼 Stilton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스틸턴, 스틸튼 Stilton

단 단 2010. 9. 3. 12:28

 

 

 

 골동품 같은 치즈 덩이.

크어어, 저 대리석 같은 환상적인 푸른곰팡이의 배열!

영국 블루 치즈의 특징 중 하나다.

 



오랜만에 영국 치즈 이야기를 다시 해봅니다. 블루 치즈 - 그 화려한 무늬로 인해 서양식 파티의 치즈 보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치즈. 잘 알려진 것으로는 이태리의 고르곤졸라, 프랑스의 록포르, 영국의 스틸튼이 있지요. 이들을 '세계 3대 블루 치즈'라 속 편히 묶어 부르는 이들도 있고요. 고르곤졸라와 스틸튼은 소젖으로, 록포르는 양젖으로 만듭니다. 소젖으로 만든 것들은 익숙한 맛 때문인지 양젖 치즈에 비해 소스나 딥, 수프 등 요리에서의 쓰임새가 좀 더 다양한 편입니다.

 

스틸튼의 가장 큰 장점은 블루 치즈이면서도 많이 짜지 않아 먹을 때 부담이 없다는 것이지요. 록포르는 너무 짜서 요리에 넣었을 때나 겨우 먹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건강 단체가 조사를 해봤더니 영국 수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전세계 치즈 722개 중 록포르가 가장 짠 치즈로 꼽혔더군요. 록포르 맛보고 나서 블루 치즈 애호가인 저도 너무 짜다고 불평을 한 적이 있습니다. [1회 제공량 30g당 소금 함량 무려 1.06g]

 

 

 

 

 

 

 



체다와 마찬가지로 스틸튼 역시 생산지 이름이 치즈 이름이 된 전형적인 예일 것 같지만 스틸튼은 생산지 이름이 아니라 판매지 이름입니다. 런던과 잉글랜드 북부를 오가는 주요 도로에 위치한 스틸튼 마을의 한 여인숙The Bell Inn에서 팔던 블루 치즈가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스틸튼의 블루 치즈"로 통하게 되었고, 이것이 곧 치즈 이름이 되었습니다. 치즈는 스틸튼 마을보다 좀 더 북쪽에 있는 멜튼 모우브리 마을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고요.

 

현재는 다비셔, 레스터셔, 노팅엄셔, 이 세 개 지역에서만 스틸튼 치즈 생산이 가능한데, 스틸튼 마을이 속해 있는 곳은 케임브리지셔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스틸튼 생산이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또, 이들 세 개 주에 있는 치즈 농장이라고 해서 아무 데서나 다 이 스틸튼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단 여섯 개의 농장creamery만이 스틸튼 치즈를 생산할 수 있다 하니 귀한 치즈가 되겠습니다. 스틸튼 만드는 영상 두 개를 아래에 걸어 드립니다. 잔손이 많이 갑니다.

 

 

 

 

 

 

 

 

 

영상 맨앞에 보여 주는 블루 치즈는 스틸튼이 아니라 프랑스의 블루 치즈네요. 한눈에 대번 구별할 수 있는 이유는, 프랑스 블루 치즈들은 푸른곰팡이 부분에 구멍이 숭숭 나 있고, 영국 블루 치즈들은 열린 공간 없이 푸른곰팡이가 대리석 무늬처럼 촘촘히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치즈 바탕색도 좀 더 노랗고요.

 

8kg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78리터의 원유가 들어갑니다. 성형을 마친 직후는 11kg 정도가 되나 숙성 과정 중 수분이 증발해 최종 결과물은 8kg 정도가 되는 거죠.

 

 

 

 

 

 

 

 

 

이 영상은 <콜스톤 바셋> 스틸튼 생산 과정을 보여 주는데, 스틸튼 중에서는 가장 고급입니다. 다른 생산자들과 달리 응유curd를 국자로 얕게 살살 떠서 옮기기 때문에 공정에 정성이 더 들고 인건비도 더 들죠. 값도 당연히 올라가고요. 이렇게 조심스럽게 다루면 응유 속 유지방과 유단백을 유장whey에 많이 방출하지 않게 돼 질감이 더 부드럽고 맛도 풍성해집니다.

 

두 영상 모두에서 보이는 스틸튼의 독특하면서 필수적인 공정 두 가지 -

 

(1) 스패출라로 치즈 표면을 문질러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차단. 산도PH에 영향을 미치는 푸른곰팡이가 숙성 초기에 너무 많이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2) 6주쯤 숙성되었을 때 치즈를 긴 꼬챙이들이 세심하게 배열 장착된 장비에 넣고 전신에 골고루 구멍을 뚫어 주어 그 뚫린 구멍으로 산소가 드나들면서 대리석 무늬의 멋진 푸른곰팡이를 자라게 합니다.

 

그 뒤 4주쯤 더 숙성을 시킵니다. 영국의 스틸튼은 유럽 블루 치즈들 중 숙성 기간이 긴 축에 듭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의 블루 치즈들처럼 수분을 통제하기 위한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해 출하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스틸튼의 자격 요건

다비셔, 레스터셔, 노팅엄셔 지역의 엄선된 여섯 개 생산자만 만들 수 있다.

저온살균된 소젖만 사용할 수 있다. [이 점이 현재 논란이 좀 되고 있습니다.]

원기둥cylindrical 형태여야 한다.

제조 시 압착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잘 부스러집니다crumbly.]

푸른곰팡이가 가운데를 중심으로 섬세하고 고르게 잘 퍼져 있어야 한다.

스틸튼 고유의 겉껍질을 생성해야 한다. [잡맛이 좀 있으므로 저는 제거하고 먹습니다.]

유지방 함량 최소 35%, 유단백 함량 최소 23%가 되어야 한다.

 


숙성에 따른 구분 [숙성 기간이 길수록 값도 비싸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Stilton: 9주-12주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스틸튼이 대개 여기에 속합니다.]

Mature Stilton: 10주-15주

Vintage Stilton: 15주 이상 [치즈 전문점을 가야 볼 수 있습니다.]



스틸튼을 생산할 수 있는 여섯 개의 생산자

Colston Bassett Dairy

Cropwell Bishop Creamery

Hartington Creamery

Long Clawson Dairy

Tuxford & Tebbutt Creamery

Websters


영국에 계신 분들은 이 여섯 생산자들의 스틸튼을 모두 맛보시길 권합니다.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보호를 받고 있어 그 제법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생산자마다 맛과 질감과 뉘앙스가 조금씩 다 다릅니다. 크림처럼 좀 더 부드러운 스틸튼도 있고 더 단단한 것도 있고 그렇습니다. 푸른곰팡이의 매운 정도도 조금씩 다르고요. 또, 같은 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라 해도 취급하는 수퍼마켓에 따라 숙성 정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크롭웰 비숍> 사의 스틸튼.



<크롭웰 비숍>의 스틸튼 사진들입니다. 한국의 청국장 비슷한 느낌이 좀 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단면을 찍은 건데, 마치 현미경으로 세균을 들여다보는 듯 카리스마 넘치는 형상이죠.

 

 

 

 

 

 

 

 

 


<콜스톤 바셋> 스틸튼.

 


<콜스콘 바셋>의 스틸튼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스틸튼 생산자들 중 유일하게 국자로 응유curd를 살살 떠서 담는 방식을 고집합니다. 그래서 값이 좀 더 비싸죠. 이렇게 하면 질감이 더 부드러워지고 맛이 풍성해집니다. 크롭웰 비숍 스틸튼보다는 맛이 좀 더 맵고 쨍하면서 질감은 더 부드럽습니다.

 

 

 

 

 

 

 

 


<턱스포드 앤드 테벗> 스틸튼.

 


<턱스포드 앤드 테벗> 스틸튼입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벌써 푸른곰팡이 수가 현저히 적죠? 그래서 맛이 순합니다. 초심자한테 좋을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 스틸튼이 항상 이렇게 순한 맛은 아닐 겁니다. 대개는 납품하는 곳의 요구에 맞춰 숙성 기간을 조정하거든요. 같은 곳에서 납품하는 치즈라 해도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의 치즈들이 <웨이트로즈> 수퍼마켓 치즈들보다 숙성 기간이 짧고 맛이 좀 순한 경향이 있습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롱 클로슨> 스틸튼.

 


<롱 클로슨 스틸튼>입니다. 이것도 <크롭웰 비숍>이나 <콜스톤 바셋>의 스틸튼보다는 덜 짜면서 순하고 크림 치즈처럼 부드럽습니다. 마치 삶은 달걀 노른자에 소금 친 것 같은 익숙한 맛이 나죠. 이것도 맛있는데, 저는 성깔 있는 블루 치즈를 좋아해서 <크롭웰 비숍>이나 <콜스톤 바셋> 스틸튼을 더 애용합니다. 취향껏 골라 드세요.

 




- 제2부 스틸튼 활용 요리들 -

 

 

 

 

 

 

 

① 브로콜리 스틸튼 수프


브리나 카망베르 같은 흰곰팡이 치즈는 곧잘 먹어도 저 보기만 해도 심란한 푸른곰팡이 치즈는 먹기가 힘들다는 분들이 많죠. 이런 분들께는 저 맛난 치즈를 절대 포기하지 말고 녹여서라도 꼭 즐겨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국수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스파게티 면을 삶아 소스로 얹어 먹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곧 쌀쌀한 계절이 다가올 텐데, ☞ 브로콜리 스틸튼 수프를 해먹어도 별미이고요. 브로콜리 스틸튼 수프는 영국의 전통 수프입니다. 여기 사람들의 된장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우리 된장국과 비슷한 풍미가 있고요. 빵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데, 다쓰부처는 밀크티와 이 스틸튼 수프 없이는 영국의 겨울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저 고운 연둣빛은 놀랍게도 모두 브로콜리로만 내는 겁니다. 조리법이 중요합니다. 대충 만들면 누렇게 뜬 색이 납니다.

 

 

 

 

 

 

 



② 우리집 '곰팡토스트'

 

스틸튼 치즈를 이용한 수프를 소개해 드렸으니 스틸튼을 이용한 토스트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집 '곰팡토스트'입니다. 다쓰베이더는 이 곰팡토스트를 훈향 나는 랍상 수숑lapsang souchong 홍차와 함께 먹고 나면 '다크 포스'가 충만해짐을 느낀다고 합니다. 치즈와 함께 녹은 거뭇거뭇한 것이 푸른곰팡이입니다. '으악'이라고요? 얼마나 향긋하고 맛있는데요. 푸른곰팡이에서 과일향이 난다니까요.

 

밤양송이버섯chestnut mushroom, brown mushroom과 리크leek를 올리브 오일에 볶아 바삭하게 토스트한 식빵에 올린 뒤 블루 치즈 덩어리를 듬성듬성 올려 오븐의 그릴에 녹여 주세요. 리크는 한국의 대파와 비슷하나 맛이 좀 더 순하고 단맛이 많은 채소로, 구하기 힘들면 대파로 대체해도 됩니다. 마찬가지로 맛있습니다.

 

버섯과 리크를 볶을 때 생타임thyme 잎을 넣어 주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향이 더해집니다. 자연의 흙내음을 만끽하고 싶은 분들은 야생 타임wild thyme을 쓰셔도 좋고요. 야생 타임은 적은 양으로도 향을 충분히 살릴 수 있으니 아주 조금만 넣으시면 됩니다.

 

치즈가 녹으면서 치즈 속에 있던 곰팡이의 향이 더욱 향긋해져 생으로 먹을 때는 못 느꼈던 기분 좋은 향이 증폭되니, 블루 치즈를 그냥 드시기 힘든 분들은 이렇게 녹여서라도 꼭 즐겨 보실 것을 권합니다.

 

 

 

 

 

 

 



같은 고명topping을 이번에는 ☞ 쟈킷 포테이토에.

 

 

 

 

 

 

 



③ 스틸튼 치즈볼


이건 스틸튼으로 만든 치즈볼입니다. 영국인들이 크리스마스나 연말 와인 파티, 혹은 콕테일 파티에 많이 곁들입니다. 스틸튼을 으깨 녹색 후추알 다진 것, 파슬리 다진 것, 포트port와 섞어 동그랗게 빚은 뒤 호두 부순 것에 굴려서 만듭니다. 술안주로 그만이죠.

 

 

 

 

 

 

 



④ 스틸튼 월넛 샐러드


스틸튼과 호두를 이용한 요리를 또 하나 소개합니다. 전채나 샐러드, 또는 술안주로 아주 좋은 스틸튼 월넛 샐러드입니다. 빳빳하고 귀여운 치커리 잎에 얹어서 내는 간단한 샐러드죠. 너무 간단해서 요리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합니다. '조립식품'입니다. ☞ 스틸튼 월넛 샐러드 만들기

 

 

 

 

 

 

 



⑤ 포티드 스틸튼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이렇게 예쁜 도자기 단지에 담긴 스틸튼이 수퍼마켓이나 백화점 치즈 매대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단지에 담겼다고 해서 '포티드 스틸튼potted stilton'이라고 부릅니다. 이 포티드 스틸튼은 크리스마스 때만 잠깐 볼 수 있으니 영국에 계신 분들은 하나쯤 사 두셔도 좋지요. 치즈 선반에서 늘 보던 스틸튼보다는 풍미가 훨씬 강하니 스틸튼 처음 드시는 분들께는 권하지 않겠습니다.

 

 

 

 

 

 

 

 

 

⑥ 강화 와인fortified wine인 포트port와 함께

 

영국에서는 클래식 콤비로 통합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수퍼마켓들이 아예 포트와 스틸튼을 함께 묶어 팔기도 하죠. 

 

 

스틸튼을 크리스마스 치즈라 부르는 이유

 

이때쯤 먹는 게 가장 맛있기 때문입니다. 치즈란 게 일년 내내 매대에 놓여 있으니 우리 같은 도시의 소비자들은 언제든 같은 맛일 거라 여기는데, 모든 치즈는 본래 최적의 맛을 내는 때가 따로 있게 마련입니다. 풀이 가장 맛있어지는 때에 생산된 원유로 만들어야 결과물인 치즈도 맛있어진다는 건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스틸튼 원유 공급지의 풀은 초가을부터 마르면서 달아지는데다,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서늘해져 소들이 날씨 신경 쓰지 않고 맛있는 풀을 하루종일 뜯을 수 있게 됩니다. 이때 짠 원유로 만들어 숙성시킨 치즈가 크리스마스 즈음 풀리게 되죠. 요즘은 기술이 좋아 언제 사 먹든 일정 수준 이상의 맛 좋은 치즈들을 내긴 하지만요.

 

 

 

 

 

 

 



재미있는 실험 한 가지
영국에서는 이 스틸튼을 먹고 자면 '괴상한' 꿈을 꾼다는 괴소문이 오랫동안 전해져 왔는데요, 호기심 많은 이 영국인들이 가만히 있을 턱이 있겠습니까. 이에 지난 2005년, 영국치즈협회British Cheese Board에서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잠자기 30분 전에 20g의 스틸튼 치즈를 먹이는 실험을 했는데, 과연 남성 참가자의 75%, 여성 참가자의 85%가 괴상하고 생생한 꿈을 꾸었다는 응답을 했습니다. 신기하다 생각할 법도 한데, 사실 스틸튼 치즈를 곰곰 들여다보면 답이 나오죠. 위의 치즈 사진을 자세히 한번 들여다보세요. 대리석 같기도 하고, 프랙탈 이미지 같기도 한 저 환상적이면서 강렬한 곰팡이 패턴을 잠자기 직전 빤히 들여다보고 입에 넣기까지 했는데, 이상한 꿈을 꾸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않겠습니까.

 

 

 

 

 

 

 

 

☞ 원조에 오히려 더 가까우나 PDO 자격을 못 얻은 비운의 치즈 스티첼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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