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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슈롭셔 블루 Shropshire Blue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슈롭셔 블루 Shropshire Blue

단 단 2014. 3. 25. 00:00

 

 

 

 Long Clawson's Shropshire Blue

 

 


이름이 다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치즈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곳은 잉글랜드의 슈롭셔가 아닌 스코틀랜드의 인버네스Inverness였고[1970년대], 그 뒤로는 잉글랜드의 레스터셔Leicestershire와 노팅엄셔Nottinghamshire의 스틸튼 생산자들이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야 슈롭셔의 치즈 생산자들이 이 슈롭셔 블루의 생산에 나섰습니다. 슈롭셔가 가장 늦게 생산에 뛰어들었으나 소비자는 이름 때문에 슈롭셔산 슈롭셔 블루가 정통이라 생각할 확률이 높겠지요. 재미있습니다.


스틸튼과 거의 유사한 제법으로 만드나 스틸튼보다는 맛이 순합니다. 식물성 천연 염료인 아나토annatto를 써서 주황색을 내기 때문에 블랙스틱스 블루Blacksticks Blue와 외형이 비슷하나 블랙스틱스 블루보다는 덜 부드럽고 맛은 약간 진합니다. 삶은 달걀 노른자에 소금 많이 쳐서 으깨 먹는 듯한 질감과 맛이 납니다.


저온살균한 소젖으로 만들고 10주에서 13주 가량 숙성시킵니다. 유지방 함량은 약 43%로 적당한 편입니다. 치즈 전체 무게의 43%가 지방이라는 소리가 아니라 수분을 모두 날린 치즈의 고형 성분 중에서 유지방이 43%를 차지한다는 겁니다. 헷갈리기 쉬워요.

 

이 슈롭셔 블루는 대개 식물성 효소vegetable rennet를 써서 굳힙니다. 대량 소비를 위해 수퍼마켓에 납품할 때는 약자들과 채식주의자들을 배려해 저온살균한 소젖과 식물성 효소를 써서 만들 때가 많고, 치즈 전문점에 납품할 때는 치즈 애호가들을 위해 생유와 동물성 효소를 써서 만들 때가 많습니다.

 

 

 

 

 

 

 


 Long Clawson's Shropshire Blue

 


곰팡이의 배열을 눈여겨봐두십시오. 영국의 블루 치즈들은 대체로 이런 무늬를 보입니다. 대리석 표면 같죠. 프랑스의 록포르Roquefort는 제주 현무암처럼 구멍이 숭숭 난 모양을 하고 있고, 독일의 바바리아 블루Bavaria Blu나 캄보졸라Cambozola 같은 것들은 푸른곰팡이가 '한일'자 모양의 얌전한 주머니 형상을 하고 있죠. 치즈에 푸른곰팡이를 표현하는 방법에도 국민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Long Clawson's Shropshire Blue

 


으악, 심란해!
껍질이 어째 우리나라 메주 표면과 똑 닮았죠? 잘 보시면 꼬챙이로 낸 구멍들이 보이는데, 꼬챙이로 치즈를 여기저기 쑤셔주면 그 부분에 공기가 드나들어 푸른 곰팡이가 쑥쑥 자라는 겁니다. 스틸튼도 이 제법으로 만듭니다. 껍질은 얇게 도려내고 속살만 드시면 됩니다. 흰곰팡이 치즈들은 껍질째 먹어야 하지만 블루 치즈들은 껍질을 도려내고 먹는 경우가 많아요. 할인 행사를 하길래 저는 ☞ 롱 클로슨 치즈 농장Long Clawson Dairy의 제품으로 샀고요,

 

 

 

 

 

 

 



이건 스틸튼으로 유명한 <크롭웰 비숍 크리머리Cropwell Bishop Creamery>의 제품입니다. 좀 더 고와 보이죠. 주황색이 더 밝은데다 겉도 좀 닦아낸 것 같네요. 위의 롱 클로슨 제품보다는 더 부드럽고 더 진한 맛이 납니다. 값도 좀 더 나갑니다. 소금 친 삶은 달걀 노른자 맛뿐 아니라 고소한 크래커 맛도 살짝 납니다. 짜면서 쓴맛도 좀 있습니다.

 

같은 치즈라 해도 생산자마다 맛과 외형이 조금씩 다 다르니 어떤 치즈를 처음 접하고 맛이 없다고 느꼈을 땐 맛없다고 성급히 판단을 내릴 게 아니라 여러 농장의 제품을 골고루 드셔보시는 게 좋아요. 전세계에서 너도나도 만들고 있는 체다는 천국의 맛이 날 수도 있고 지옥의 맛이 날 수도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어떤 치즈 먹고 맛이 없었다면 운이 없어 맛없는 치즈를 잘못 고른 탓도 있지만, 대개는 지식이 없거나 안목이 없어 좋은 제품을 고르지 못한 본인의 탓일 확률이 높습니다. 맛있는 치즈를 기껏 골라 놓고 보관을 잘못했거나 냉장고에서 막 꺼내 풍미가 아직 덜 회복된 차가운 치즈를 급하게 먹은 무지 탓도 있고요. 치즈도 와인처럼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만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겁니다. 경험도 많이 해봐야 하고, 자료 찾아가며 공부도 해야 해요.

 

 

 

 

 

 

 

 

 Cropwell Bishop's Shropshire Blue

 



슈롭셔 블루의 생산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잉글랜드 중부the East Midlands 지역에 있는 네 개의 스틸튼 생산자들>

 

 Colston Bassett Dairy  Nottinghamshire
Cropwell Bishop Creamery  Nottinghamshire
Long Clawson Dairy  Leicestershire
Tuxford & Tebbutt Creamery  Leicestershire

 


<이것저것 다양한 치즈를 생산하던 치즈 회사들이 제품 구색을 늘리기 위해 합류>


 Belton Farm
The Shropshire Cheese Company
Ludlow Food Centre



저는 스틸튼 전문 생산자들이 만든 슈롭셔 블루로 추천하겠습니다. 원래 블루 치즈를 전문으로 만들던 곳이니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 싶어요. 전문가들은 슈롭셔 블루를 다음과 같은 것들과 함께 즐기면 좋다고 추천합니다.


질 좋은 영국 브라운 에일brown ale
진한 강화 와인rich fortified wine
포트port
샐러드에 부숴 넣어
수프에 넣어 녹여서

 

생으로 그냥 먹어도 좋지만 녹이면 풍미가 더욱 진해지고 질감은 매끄러워지면서 윤이 나기 시작합니다. 피짜나 토스트 위에 올려 그릴로 살짝 흘러내릴 정도로만 녹여보세요. 치즈가 부글부글 끓지 않도록 오븐 앞에 서서 눈 부릅 뜨고 잘 지켜 보시고요. 치즈를 펄펄 끓이면 풍미와 질감이 많이 저하됩니다. 이 슈롭셔 블루는 잘 녹는데다 색도 곱고 아주 맛있습니다. 잘 녹는 천연 치즈가 수두룩 존재하니 유럽인들은 비닐에 대고 낱장으로 찍어낸 미국 스타일의 가공 물질을 먹을 이유가 없는 겁니다. 제가 '가공 물질'이라고 쓴 이유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치즈 맛을 흉내 낸 이런 유가공물에 '치즈'라는 용어를 붙이지 못하도록 법이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슬라이스slices' 혹은 '싱글즈singles'라고만 불러야 합니다.

 

 

 

 

 

 

 


 Cropwell Bishop's Shropshire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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