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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블랙스틱스 블루 Blacksticks Blue - 블루 치즈와 친해지기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블랙스틱스 블루 Blacksticks Blue - 블루 치즈와 친해지기

단 단 2014. 3. 23. 00:00

 

 

 

 

 

프랑스는 수분 많은 말랑말랑한 치즈를 잘 만들고, 영국은 단단한 치즈와 푸른곰팡이 치즈를 잘 만듭니다. 어디 가서 다음과 같은 문구 읊조리며 잘난 척 팍팍 하셔도 됩니다.

 

"영국은 하드 치즈와 블루 치즈가 유명하지. 대표적인 것으로 체다와 스틸튼이 있고 그밖에도 많은 하드 치즈와 블루 치즈가 있는데, TV에서 우리나라 라면 광고 하듯 블루 치즈 광고를 하기도 한다. 한국인은 된장찌개를 먹고 영국인은 블루 치즈를 먹는다. 스틸튼 같은 블루 치즈는 일년 내내 먹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 때는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 절기 음식으로 통하기도 한다."


TV 광고를 보고 블루 치즈 한 덩이를 사 왔습니다. 원래는 레스토랑에만 납품하던 치즈였는데 인기가 좋아 수퍼마켓들이 갖다 놓고 팔기 시작했습니다. 광고 재미있게 잘 만들었죠? <버틀러스 팜하우스 치즈>라는 회사가 단독으로 내는 제품입니다.

 

 

 

 

 

 

 

 


포장에 나무의 나이테와 어둠 속의 나무 실루엣이 보이죠. 치즈 이름은 치즈 농장 근처의 키 큰 밤나무 숲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겨울철에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밤나무의 실루엣이 마치 검은 막대처럼 보인다 해서 블랙스틱스. 'B'는 '버틀러스'라는 회사 이름의 B인지, 블루 치즈의 B인지, '블랙스틱스'라는 제품 이름의 B인지 알 수 없어요. 머리 좋아요. 식물성 응고 효소로 굳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습니다. 저온살균한 소젖을 쓰고 9주에서 12주 숙성시킵니다.

 

 

 

 

 

 

 



이 치즈의 미덕은 다음의 두 가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먹음직스러운 주황색, 그리고,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 주황색은 식물성 천연 염료인 아나토annatto로 냅니다. 스틸튼이 워낙 유명한 치즈이다보니 이 두 가지 점을 이용해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겠지요. 스틸튼이 그만큼 막강한 치즈라는 소립니다. 저희 집에는 스틸튼이 마치 된장 고추장처럼 냉장고에 항상 있어요.

 

제 주변에 블루 치즈 못 먹겠다는 분들이 하도 많아 블루 치즈와 친해지는 방법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다음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한번 친해져 보시기 바랍니다.


1. 블루 치즈의 강도에도 나름 등급이 있다. 일단 순한 것들로 시작해 보자. 소위 '세계 3대 블루 치즈'라는 록포르[프랑스], 고르곤졸라[이태리], 스틸튼[영국]은 강도가 센 블루 치즈에 속하니 이것들은 나중으로 미루자. 양젖이나 염소젖으로 만든 블루 치즈는 곰팡이 향 외의 특유의 향이 또 하나 더해지니 일단 소젖으로 만든 블루 치즈로 시작해 보자.


"단단 님, 순한 블루 치즈 목록 좀 읊어 주세요!"
아, 그건 곤란합니다. 세상에는 블루 치즈 종류가 너무 많아요. 치즈 소개 문구에 "이건 록포르보다 순하다", "스틸튼보다 순하다" 따위의 문구가 있는지 보는 게 가장 빠를 겁니다. 포장에 '마일드mild'라 써 있는지도 찾아 보세요.


2. 만만하게 이용해 볼 수 있는 요리는 단연 파스타. 크림 소스 파스타 만들 때 작은 덩어리로 부숴 조금만 넣어 녹여 보자. 녹이면 험악한 냄새가 다소 누그러지고 곰팡이에서 향긋한 과일 냄새가 날 것이다.


3. 소스나 딥 만들 때 조금 넣어 녹여 보자.


4. 피짜 위에 올려 녹여 보자. 다른 토핑들에 정신이 분산돼 블루 치즈 맛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5. 스테이크 위에 올려 그릴로 살짝 녹여 먹어 보자. 쇠고기와 블루 치즈는 클래식 콤비에 속한다.


6. 블루 치즈의 비율이 매우 높은 크림 수프를 해먹어 보자.


7. 토스트 위에 블루 치즈만 단독으로 올려 그릴로 살짝 녹여 먹어 보자.


8. 이제는 샐러드에 부숴 넣어 다른 재료들과 함께 생으로 즐겨 보자.


9. 치즈 보드에 올려 단독으로 먹어 보자. 과일이나 와인을 곁들여도 좋다.

 

 

 

 

 

 

 

 

 

블루 치즈 특유의 '퐈~spicy'한 곰팡이 맛은 푸른곰팡이를 중심으로 5mm 안에서 납니다. 그 부분이 가장 맛있어요. 블루 치즈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mild' 문구가 써 있는 것으로, 그리고, 곰팡이가 최대한 적게 박힌 것으로 고르시면 되고, 차차 익숙해지면 곰팡이가 치즈 전체에 고르게 많이 박혀 있는 것을 드시면 좋습니다.


이 치즈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잘 녹기 때문에 요리에 써도 좋습니다. 껍질 단단하고 속 부드러운 빵 위에 으깨듯 발라서, 샐러드에 부숴 넣어서, 버섯 요리 위에 올려 녹여서, 스테이크 위에 올려 녹여서 먹으면 좋다고 치즈 회사가 귀띔을 하네요.

 

 

 

 

 

 

 


카리스마 넘치는 외양의 우리 집 '곰팡 토스트'.

 


다쓰 부처는 밤양송이 버섯chestnut mushroom과 리크leek 볶은 것을 토스트 위에 올리고 블루 치즈를 듬성듬성 흩뿌려 그릴로 구워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일명 우리 집 '곰팡 토스트'라 불려요. 영국 밤양송이 버섯, 고소하고 오돌오돌 정말 맛있는 버섯입니다. 이거 먹기 시작하면 흔해빠진 흰 양송이 버섯은 잘 안 사게 돼요. 한국에서도 재배하기 시작했다죠? 반가운 소식입니다.


소를 만들 때 소금과 후추 외에 야생 타임wild thyme을 조금 넣어 보세요. 자연의 흙내음이 물씬, 진정한 영국 전원의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향초herb 중 어떤 것들은 말리면 향이 희미해지는 것도 있고 더 강해지는 것도 있는데, 이 야생 타임은 말릴수록 향이 강해집니다. 향이 강하니 소량만 넣어도 되죠. 특히 버섯 요리에 아주 잘 어울립니다. 일반적인 타임과는 향이 많이 다르고 흙내음 비슷한 특별한 맛이 납니다. 으흠, 대지의 맛.


이 치즈를 생으로 먹었을 때의 맛을 묘사하자면, 삶은 달걀 노른자에 소금을 많이 넣고 으깬 것과 놀랍도록 흡사하다고 할까요? 무슨 맛인지 상상이 가시죠? 맛뿐 아니라 식감도 똑 닮았고요. 스틸튼에 비하면 강도와 맛 모두 떨어집니다. 곰팡이 향이 너무 안 나 사실 다쓰 부처 입맛에는 좀 싱겁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분들께는 아주 좋겠어요. 스틸튼이 워낙 맛있어서 그렇지 이 치즈도 사실 상당히 훌륭합니다. 이 회사 ☞ 누리집을 걸어 드릴게요. 자사 치즈를 활용한 맛있는 레서피가 수두룩한데, 꼭 이 회사 제품이 아니더라도 블루 치즈 레서피를 찾고 있는 분들께 유용하겠습니다. 음식 사진들이 끝내줍니다. 시간 날 때 방문해 보세요. 녹았을 때의 식감이 아주 좋아 요리 활용도가 높습니다.

 

 

 

 

 

 

 


Butlers Farmhouse Cheeses

영국의 블루 치즈 전문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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