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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세인트 자일스 Saint Giles 본문
순한 영국 치즈를 사 왔습니다. 영국 수퍼마켓에서 파는 치즈들 포장에는 종종 숫자가 붙어 있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맛이 순합니다. '1'은 보기 힘들고 대개 '2' 이상이 많아요. 숫자가 작은 치즈에는 보통 'mild'나 'mellow' 등의 문구가 함께 따라 붙곤 합니다. 이 치즈 포장에도 순한 치즈라는 문구와 숫자가 보이죠? 체다는 '4'이상은 돼야 풍미가 제대로 납니다. 그럼 세인트 자일스도 체다처럼 '3', '4', '5', '6', '7'이 있느냐? 그건 아니에요. 이 치즈는 애초부터 그냥 이 정도 숙성된 풍미로만 즐기는 치즈인 것 같습니다.
에멘탈 계열의 치즈들만큼은 아니지만 이 치즈도 제법 잘 휘는 말랑말랑한 식감을 가졌습니다. 주황색 껍질이 아름답죠? 껍질이 하도 얇고 치즈에 밀착돼 있어 전체를 다 먹을 수 있어요. 잉글랜드 남동부의 웨스트 서섹스 지역에 있는 한 치즈 농장에서 만듭니다. 저온살균한 유기농 우유로 만드는 반연성 치즈입니다.
☞ High Weald Dairy
지방 27%, 단백질 20%, 소금 1회 제공량 30g에 0.44g, 열량은 111kcal.
짜지 않고 순하면서 부드러워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겠습니다. 버터 풍미가 진하게 나서 고소합니다. 이 치즈는 자연치즈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가공치즈와 비슷한 맛과 질감을 냅니다. 쓰기가 편하고 맛이 순한데다 부드러운 질감 때문에 한국에서는 가공치즈들을 많이 찾잖아요? 이 치즈를 먹고 나니 앞으로 가공치즈 살 일은 더더욱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지방이 27%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이렇게 기름지면서 혀에 착 감기는 질감을 내는 걸까요? 기술도 좋아요.
세인트 자일스는 프랑스 치즈 중 ☞ 공장제 포르 살뤼Port Salut나 생 폴랭Saint Paulin과 비슷한 느낌이 납니다. (이런 치즈들을 업계 용어로는 '트라피스트 치즈'라고 부릅니다. 연결해 놓은 포르 살뤼 글에 설명이 있습니다.) 수퍼마켓 선반 앞에 서서 포르 살뤼와 세인트 자일스를 나란히 놓고 성분 비교를 해보았는데, 세인트 자일스는 유기농 우유를 쓰는데다 보존료가 들지 않아 포르 살뤼보다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르 살뤼는 '나타마이신natamycin'이라는 보존료를 쓰고 있더라고요. 잡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표면에 처리를 해준다는데, 포르 살뤼는 제법 유명한 치즈잖아요? 자연치즈에 보존료라... 흐음...
토스트와 함께 먹어보았습니다. 고소한 버터 풍미가 빵에 잘 어울립니다. 에멘탈은 토스트 위에 단독으로 얹어 먹어도 술술 잘 먹혔는데 이 세인트 자일스는 이것만 얹어 먹기에는 다소 느끼합니다. 치즈 자체의 풍미는 아주 좋아요. 새콤달콤한 처트니chutney나 영국 고추잼을 곁들이면 훌륭하겠습니다.
▲ 먹다 흘린 고추잼 한 톨 접사. 영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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