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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로자리 애쉬 Rosary Ash 염소젖 치즈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로자리 애쉬 Rosary Ash 염소젖 치즈

단 단 2014. 5. 4. 00:00

 

 

 

 

 

고트 치즈goat's milk cheese는 처음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염소젖 치즈는 냄새 나서 도저히 못 먹겠다는 분들은 숙성 치즈 대신 신선 치즈fresh cheese로 한번 시도해 보세요. 오늘 소개해 드릴 치즈가 바로 그런 치즈입니다. 겨우 3일 숙성시킨 염소젖 치즈인데, 고작 3일이긴 해도 엄연히 숙성은 숙성. 허나, 이 로자리 애쉬는 신선 치즈로 분류해도 될 만큼 '신선'합니다.

 

 

 

 

 

 

 

 

 

무디 씨 부부가 만든 로자리 애쉬라... 치즈 이름이 어째 가톨릭스럽습니다. 가톨릭 의식 중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날 사제가 신도들 이마에 숯으로 십자가를 그어주는 전통이 있다죠? 여기서 따온 이름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제가 쓸 말이 포장에 이미 다 써 있어 김이 새네요. 상쾌하고refreshing, 잡맛 없이 깔끔하고clean, 순하고 가벼운mild and light 맛에, 먹어도 안 죽는 식물성 재가 뿌려져 있는 고트 치즈입니다. 영국인들은 숯가루나 재를 식품에 잘 넣더라고요. 전에 영국 숯 과자 이야기한 적 있었죠?
☞ 영국인들은 숯 과자를 다 먹더라고

 

 

 

 

 

 

 



양이 얼마 안 들었습니다. 100g밖에 안 되는데다 수분이 많으니 실제 치즈 양은 정말 얼마 안 되겠네요. 한 번 뜯으면 그냥 다 먹어야 하는 치즈입니다. 장기 보관하기에 썩 알맞은 치즈가 아니니 이렇게 적은 양을 담아 파는 게 맞겠지요. 영국에서는 고트 치즈를 대개 70~120g 정도의 작은 포장으로 판매를 합니다.

 

 

 

 

 

 

 



휴, 이렇게 멋있게 생긴 치즈는 처음 봅니다. 카리스마 넘칩니다. 재를 뿌린 것이 시각적으로도 효과가 아주 좋네요. 치즈에 미묘한 맛도 더하겠지만 살균이나 방부 효과도 좀 내려나요?

 

 

 

 

 

 

 



잘라 보니 속이 아이스크림 떴을 때처럼 보슬보슬합니다. 토스트나 크래커에 펴 바르기에도 좋아 보이고 샐러드에 부숴 넣기에도 좋아 보입니다.

 

 

 

 

 

 

 



숯 과자 두 쪽을 곁들이긴 했습니다만, 치즈 맛이 워낙 가볍고 섬세해 무얼 곁들여 먹는다는 게 범죄인 듯합니다. 그냥 치즈만 입에 조금씩 넣고 음미하는 편이 훨씬 나아요.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습니다. 부드러운 치즈를 '크리미creamy'하다고들 하는데, 혓바닥에 미끌미끌한 크림 남기듯 녹는 그런 부드러움이 아니라 이 치즈에서는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녹아 순식간에 사라지는 덧없는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고로, 저는 '아이스크리미ice creamy'하다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신선한 염소젖 맛에, 단맛에, 어린 치즈 특유의 요거트 같은 산미가 납니다. 곁들이는 음식 없이 이렇게 치즈만 단독으로 먹어도 질릴 때쯤 되면 양이 하도 적어 치즈가 이미 다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고트 치즈들 중 가장 '럭셔리'한 느낌을 줍니다.


맛은 정말 좋은데 안타깝게도 제 형편에는 너무 비싸네요. 100g짜리 한 덩이가 무려 3.15파운드나 하거든요. 우리돈으로 약 5,500원 정도입니다. 이곳 수퍼마켓에서 본 치즈들 중에서도 무게당 값이 가장 비싼 축에 들었으니 떨이로 나오지 않는 한 또 사 먹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좀 더 저렴한 고트 치즈를 소개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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