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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와일드 갈릭 야그 Wild Garlic Yarg 본문
다쓰베이더가 집에 오는 길에 떨이 치즈를 사 왔습니다. 포장을 벗겨 보니 어딘지 익숙합니다.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 코니쉬 야그 치즈의 자매품인 '와일드 갈릭 야그'입니다. 같은 농장에서 생산합니다. 치즈는 같으나 겉을 감싸는 잎을 달리해 치즈맛이 달라지는 거지요. 쐐기풀nettle과는 달리 이 와일드 갈릭 잎에는 치즈의 숙성을 더디게 하는 성분이 있어 코니쉬 야그보다 숙성을 더 시켜 줘야 한답니다. 저온살균한 소젖을 쓰고 식물성 효소로 굳히는 반경성치즈입니다.
와일드 갈릭 야그를 만드는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이파리 채집부터 시작해야 하죠. 잎을 딸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아 최적의 상태일 때 부지런히 따야 합니다.
사진 보고 깜짝 놀란 분?
네에, 그렇습니다, 이 와일드 갈릭 잎, 바로 '명이나물'로 잘못 알고들 먹는다는 '곰파'입니다. 맛이 좋아 한국에도 명이나물과 곰파 즐기는 분들이 많죠. 마트나 시장에서는 보기 힘들어 대개 농사 짓는 분과 직거래를 통해 사 드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 땅에 나는 농산물의 존재는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멀리 타국 땅에 와서, 그것도 치즈를 통해 접해 알게 되다니,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치즈가 참 번듯하니 잘생겼습니다. 맛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요, 마늘빵이 치즈로 환생했습니다. 마늘맛 드센 우악스런 여느 마늘빵 말고 은은하고 우아한 고급 마늘빵이요. 와일드 갈릭 잎의 마늘향이 치즈에 영향을 상당히 많이 미칩니다. 코니쉬 야그의 쐐기풀 껍질은 이렇게까지 치즈맛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데요. 맛치즈들 중에는 아예 치즈 속에 마늘이 박힌 것들도 있는데, 이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섬세하고 맛이 우아합니다.
기분 좋은 젖산의 산미도 느껴집니다. 와일드 갈릭 잎이 치즈와 함께 숙성을 한 탓에 잎에서 마늘맛과 동시에 된장에 무친 나물 맛이 납니다. 다진 마늘 넣어 향 낸 기름에 고추장을 볶다 눌었을 때의 그 양념 캬라멜 맛도 납니다. 어우, 정말 맛있어요. 치즈를 깨무는 곳마다 맛이 다 달라 실로 복잡하고 오묘하기 짝이 없습니다. 빵도, 크래커도, 과일도 다 필요 없고, 그냥 이 자체로 완벽합니다.
섬세한 마늘향이 있어 요리에 쓰기에는 좀 아까울 것 같습니다. 코니쉬 야그도 맛있는 치즈였는데 이건 더 맛있습니다. 같은 곳에서 생산하는 치즈이니 맛도 비슷하겠거니 하며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이거 맛 못 봤으면 인생의 커다란 낙 하나를 영영 놓칠 뻔했습니다. ㅋ 이제라도 우연히 맛보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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