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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치즈 ◆ 더블 글로스터 Double Gloucester 본문

영국 치즈

영국 치즈 ◆ 더블 글로스터 Double Gloucester

단 단 2014. 5. 10. 00:00

 

 

 

 앗, 내 발이 왜 이러지?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잉글랜드 남서부에 글로스터셔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철자와 발음이 다르니 주의해야 합니다. 영국 지명 중에는 '-cester'가 들어있는 곳이 더러 있는데, 철자 그대로 '세스터'라 발음하는 한국인이 많아요. 심지어 기자들도 기사 쓸 때 이렇게 쓰는 걸 봅니다. '-ce-'가 묵음입니다. 'Leicester'는 '레이세스터'가 아니라 '레스터'라고 발음해야 합니다. 도자기 회사 'Royal Worcester'는 '로얄 워세스트'가 아니라 '로얄 우스터'입니다. 'Gloucester'는 '글로우세스터'가 아니라 '글로스터'입니다.


이 지역에 '쿠퍼스 힐Cooper's Hill'이라 불리는 경사가 심한 언덕이 하나 있어요. 매년 5월 말 법정 휴일bank holiday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 떠들썩한 행사를 하나 엽니다. 한국의 언론에서도 가끔 소개하죠. '쿠퍼스 힐 치즈 굴리기 대회'.


언덕 위에서 주최측 사람이 치즈 원반 하나를 언덕 아래를 향해 굴립니다. 곧이어 한 무더기의 참가자들이 그 치즈를 차지하기 위해 언덕 아래로 사정없이 몸을 내던지며 구르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언덕 아래 도착점에 도달하는 사람이 치즈 원반을 통째로 차지하는 겁니다. 남자부, 여자부로 나뉘어 열리는데, 심지어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외국에서 원정도 다 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아래의 영상을 한번 보시죠.

 

 

 

 

 

 

 

 

 

역대 쿠퍼스 힐 더블 글로스터 치즈 굴리기 대회 사진 중 압권은 이것. 아래 사진을 보세요. 작년 2013년 대회 여자부 사진입니다. 우승은 맨 앞에 있는 16세 소녀가 차지했습니다. 근육 찰지고 뼉다구 실한 젊은 처자들이 절대 유리하죠. 단단은 보기만 해도 뼈가 다 시큰거립니다.

 

 

 

 

 

 

 


 미끈덕, 철푸덕, 우당탕퉁탕, 데굴데굴 덱데굴

 


여기서 의문점 하나 - 
도대체 어떤 치즈이길래 부상의 위험을 마다하고 서로 차지하려 이 난리들인가? 외국에서 원정까지 다 오고 말이죠.

더블 글로스터 치즈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영국 전통 치즈들은 왁스가 아니라 천으로 감싸서 숙성을 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즈가 숨을 쉴 수 있죠. 치즈 속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천을 적시므로 곰팡이가 벨벳처럼 천 표면에 형성됩니다. 흰색이었던 천이 숙성을 거치면서 가죽 색으로 변하게 되는 거지요. 전통 제법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먹을 때는 저 곰팡이 핀 천을 벗겨내고 먹으면 됩니다. 천으로 감싸 숙성시킨 치즈cloth-bound cheese는 프리미엄 급에 속합니다. 돈을 좀 더 줘야 합니다.

 

어느 수퍼마켓이든 이 더블 글로스터 치즈는 기본으로 갖다 놓고 파는데, 이것도 더 맛있는 치즈가 따로 있어요. 전통 제법으로 만든 것, 오래 숙성시킨 것, 실력 좋은 농장의 제품으로 사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좋기로는 글로스터 지역의 고유 품종 젖소의 젖으로 만든 아티잔artisan 치즈로 사는 것이고요[위 사진].

 

 

 

 

 

 

 

 

 광고용 뽀샵 이미지

 


제가 수퍼마켓에서 사 온 것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대개는 4개월 정도 숙성시켜 출하를 하는데, 이 제품은 8개월 숙성시킨 제품입니다. 맛이 더 복잡하면서 더 고소하죠. 15세기부터 그 기록이 전해져 오고 있는 유서 깊은 치즈입니다. 체다와 비슷해 보이나 제법이 좀 다릅니다. 제법이 달라 맛도 약간 다릅니다. 지금은 소젖으로 만들지만 원래는 양젖으로 만들던 치즈였습니다. 이름에 왜 '더블'이 들어가느냐? 그럼 '싱글 글로스터'도 있느냐?


네, 있습니다. 더블 글로스터는 싱글 글로스터보다 숙성도 오래 시키고 크기도 더 큽니다. 완성된 치즈의 높이가 더 높다고 해서 더블. 더블 글로스터를 만들 때 쓰는 소의 품종이 좀 특별한데, 크림 성분이 느리게 떠오르는 성질을 갖고 있어 두 번에 걸쳐 크림을 걷어내야 하기 때문에 더블. 아침에 짠 우유에서 크림을 걷어 저녁에 짠 우유에 합쳐 치즈를 만든다 해서 더블. 그래서 유지방 함량이 싱글 글로스터보다 더 높다고 해서 더블. 마치 '싱글 크림', '더블 크림' 할 때 처럼요. 이름에 '더블'이 붙게 된 데는 이렇게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합니다.

 

 

 

 

 

 

 

 

실제 이미지.

아, 저 떨이 스티커는 뒤에만 붙였으면 좋겠구만.

 

 

 

 

 

 

 

 

 치즈 실물

 


생긴 건 지극히 평범합니다.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법한 주황색의 단단한 치즈이나 맛은 좀 다릅니다. 제대로 만든 더블 글로스터는 우리가 '치즈'라 부를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아주 맛있는 치즈입니다. 영국의 소젖 경성 치즈hard cheese들은 항상 체다와 비교를 당하게 돼 있는데, 이것도 체다와 굳이 비교를 하자면, 맛과 질감은 많이 닮았으나 뉘앙스가 다릅니다. 체다보다는 톡 쏘는 맛과 쨍한 맛이 덜한데다 질감이 훨씬 부드럽죠. 생긴 것과는 달리 입 안에서 살살 녹아 먹기가 편합니다. 잘 만든 정통 체다에서 나는 모든 맛을 다 갖고 있으면서 삶은 밤맛이 특히 많이 나서 더 고소하게 느껴집니다. 식물성 천연 염료인 아나토annatto의 쌉쌀한 맛도 느껴집니다. 색소는 후대에 와서 넣은 겁니다. 안 넣어도 될 텐데 체다와 경쟁하려니 이렇게라도 차별화를 해야겠지요. 음식에 색 낼 때 좋긴 합니다.


영국인들은 아무 때나 부담 없이 간식처럼 막 집어먹을 수 있는 치즈를 '스낵킹 치즈snacking cheese'라 부릅니다. 스낵킹 치즈로는 더블 글로스터가 체다보다 좀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체다는 쨍한 양파의 산미와 톡 쏘는 짜릿한 맛이 있어 개성이 강하고 요리에 넣어도 그 맛과 향이 절대 기죽지 않고 당당히 드러나죠. 대신 멜랑꼴리한 무드일 때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더블 글로스터는 이런 부담이 없어 아이들 간식으로도 좋겠습니다. 체다보다는 더블 글로스터가 오히려 한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치즈 맛에 더 가깝습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치즈이지만 요리에도 한번 이용을 해볼까요?

 

 

 

 

 

 

 

 

 아니, 이 아저씨, 험상궂게 생겨가지고는

 

 

 

 

 

 

 

 

 어쩜 이렇게 스콘을 얌전하게 잘 구웠디야?

 


티타임용 단 스콘 말고 식사용 짭짤한 치즈 스콘을 한번 만들어 봅시다. 영국 미슐랭 스타 셰프 톰 케리지의 <더블 글로스터 치즈 스콘>입니다. 한국에서는 더블 글로스터를 구하기 힘들 텐데, 그냥 체다나 체다 스타일 치즈, 또는 레드 레스터로 대체하셔도 맛은 그럭저럭 비슷하게 날 겁니다. 노릇노릇 구운 뒤 뜨거울 때 반 갈라 허브 버터를 발라 드세요. 지방 적고 두툼한 영국식 베이컨과 함께 즐기면 한끼 식사로 훌륭합니다. 샐러드를 곁들이면 영양 면에서도 손색이 없고요. 허브 버터는 어떤 허브로 만들든 상관이 없지만 기왕이면 돼지고기에 잘 어울리는 세이지sage로 만들면 더욱 좋겠지요.

 

 

 

 

 

 

 

 


먼저, 세이지 버터


 실온에 두어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진 버터 250g
세이지 잎 30장, 잘게 다지기
바나나 샬롯 2개, 잘게 다지기. 없으면 양파 작은 것으로 한 개를 써도 됨.
소금 1/2 작은술
케이옌 페퍼cayenne pepper 1/4 작은술


우묵한 그릇에 위의 재료를 모두 넣고 잘 섞는다.
지름 2.5cm 통나무 모양으로 뭉쳐 랩으로 단단하게 싼 뒤 냉동실에 둔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잘라 쓴다. 세 달까지 보관 가능하다.

 


스콘을 굽자

 

 225g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가 이미 들어 있는 것self-raising flour으로. 
소금 한 꼬집pinch
50g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찬 버터, 깍둑 썰기
75g 더블 글로스터, 치즈갈이를 써서 곱게 갈기
150ml 우유
 밀가루와 우유는 반죽용과 붓질용으로 약간의 여분이 더 필요하다.


오븐을 220도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200도. 
우묵한 그릇에 밀가루와 깍둑 썬 버터를 넣고 손으로 비벼 보슬보슬한 빵가루를 만든다.
치즈 75g 중 50g만 우유, 소금과 함께 넣고 부드러운 반죽으로 뭉친다. 
평평한 곳에 반죽을 옮겨 밀대로 2cm 두께가 되도록 민다. 
5cm 원형 커터로 스콘 8개를 찍어낸다. 
남은 반죽을 모아 밀대로 다시 밀어 써도 된다. 
베이킹 트레이에 올리고 붓으로 우유를 스콘 윗면에만 칠해준다. 
우유 칠한 윗면에 치즈 남은 것을 솔솔 뿌려준다. 
예열된 오븐에 넣고 12-15분간 굽는다. 
식힘망에 올려 완전히 식히든지 뜨거울 때 바로 먹든지 한다.
 반죽에는 손을 덜 댈수록 잘 부풀고 질감이 가벼워진다.
 집집마다 오븐이 다 다르니 구워지는 상태를 잘 살펴가며 시간을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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