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치즈 ◆ 세인트 엔델리온 코니쉬 브리 St Endellion Cornish Brie

 

 

 

▲ 콘월 북쪽의 세인트 엔델리온 마을

St Endellion, Cornwall [빨간색 지역의 흰 점]

 

 

 

 

 

 

 

 

 

300g이나 되는 치즈를 3천원 조금 넘게 주고 사 왔습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값이 3분의 1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치즈 카운터 아주머니가 "운 좋으시네!" 하셨습니다. 영국 전통 치즈들에는 본래 체다, 랭커셔, 글로스터, 체셔, 레드 레스터 등 단단한 경성 치즈들이 많으나 2차대전 이후부터는 수분 많은 연성 치즈들도 꾸준히 생산해 오고 있습니다. 실력 좋은 치즈 장인이 많아 국제대회 신생 치즈 부문에서 수상도 곧잘 하곤 합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흰곰팡이 껍질의 연성 치즈들은 유통기한이 다 된 걸 사 와 그날 바로 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풍미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이거든요. 사 와서 일부러 유통기한 마지막 날까지 보관했다 먹는 사람들도 많죠. 대신 김치와 마찬가지로 이때를 넘기면 전성기가 지나 풍미가 저하되기 시작하니 유통기한에 맞춰 소진해 주는 것이 좋아요.

 

 

 

 

 

 

 

 

 

냉장고에서 꺼낸 지 얼마 안 된 상태입니다. 흰곰팡이 치즈들은 차가워서 아직 단단할 때 먹을 만큼을 미리 썰어 두면 편합니다. 상온에 두어 시간이 지나면 가장자리부터 흐르기 시작하는데, 이때 썰면 그릇과 칼에 찐득하게 들러붙어 치즈 모양이 다 뭉개지고 떼는 데도 애먹습니다. 미리 썰어 둔 뒤 좀 더 흐를 때까지 기다렸다 드셔야 합니다. 치즈 가운데에 비교적 단단한 심지가 보이죠? 저 부분이 줄어들 때까지 기다렸다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맛은 예전에 소개해 드렸던 숙성 '브리 드 모'와 어린 '서머셋 브리'의 중간쯤 됩니다. 흰곰팡이 껍질에서는 브리의 특징인 생양송이맛이 나나 톡 쏘면서 '퐈'한 매운 느낌이 좀 더 납니다. 한 조각 입에 넣고 씹으면 숙성 브리와 어린 브리의 특성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갓 끓인 김치찌개 속 아삭거리는 신 김치 맛(푹 익어 축 처진 김치가 아닌), 보이차 맛, 어린 브리 특유의 산미와 고소한 우유맛이 나면서 밤꽃향이 납니다. 질감은 여느 브리와 비슷하나 우유에 크림을 별도로 넣어 주기 때문에 더 부드럽습니다. 약간 차가울 때 먹어도 맛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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