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내가 대학 다닐 때는 '매트'한 화장이 유행이어서 얼굴 반짝이는 나 같은 아가씨는 촌스러움의 상징이었어. 그래서 다들 유분 제거용 필름지까지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만 나면 부지런히 땀과 기름기를 닦아 댔지. 눈썹은 가늘게, 뒤쪽 3분의 2 지점에서 산을 약간 표현해 그리는 게 유행이었고. 피부는 잘 그을려 약간 까무잡잡하고, 머리는 염색을 쫌 해 줘서 너무 까맣지 않아야 섹시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이건 아마도 미쿡 물 먹고 들어온 압구정동 오렌지족이 퍼뜨린 게 아닌가 싶다. 하여간 나도 또래들과 함께 화장법 고민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 아, 옛날 생각 난다.

 

그런데 요즘은 창백한 피부에, 짱구 눈썹 같은 시커먼 송충이 눈썹에, 번쩍번쩍 광나는 얼굴이 유행인가 봐? 나는 처음엔 단순히 화장 유행이 바뀌었나 보다 생각했는데, 얼굴에 광내는 거, 그거 화장의 힘이 아니라 얼굴 밑에 주삿바늘 찔러 히알루론산인가 뭔가 하는 걸 주입하는 거라며? 어제 이 사실 알고 놀라 자빠졌다오.

다쓰베이더는 얼굴 번들번들한 요즘 한국 여자들을 보면 콜드 크림으로 광내던 우리 엄마들이 생각 나서 너무너무 촌스럽다나. (콜드 크림이 뭔지는 아니, 요즘 애들아?) 그러니까, 주름 안 생기게 하려고 주삿바늘로 얼굴 밑에 보톡스 찔러 넣고, 수분 많은 촉촉한 피부로 보이게 하려고 히알루론산 찔러 넣고. 독하다, 한국 여자들.

 

게다가, 동그랗고 예쁜 이마 만드느라 마빡에도 뭔가를 넣는다며? 애굣살 만든다고 눈밑에도 또 뭔 짓을 한다 하고. 한국인인 게 창피한 모양인지, 인종적 특성 지우느라 코 높인다고 철심 같은 거 박아 넣고, 눈 커 보이게 한답시고 앞뒤로 찢고. 입술은 또 왜 다들 오리니. 얼굴도 똑같은데 심지어 셀카 표정도 똑같아. 주둥이 쭉 내밀고 복어처럼 볼 부풀리기.

바가지 엎어 놓은 것 같은 갑툭튀 이마에, 깎아서 일부러 박복하게 만든 턱에, 왕눈이 눈에. 나는 이런 여자들 보면 외계인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 알지? 홀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흔히 보는 그 외계인.

남자들도 이상해졌다. 남자란 자고로 훤한 이마와 짙은 눈썹이 주는 시원스럽고 늠름한 인상이 중요한데, 요즘 총각들은 왜 다들 떠벅이처럼 앞머리 내려 이마와 눈썹을 가리고 있냐. 볼 때마다 답답해 죽것어 아주. 사내 새끼들이 호리호리, 얼굴 뽀얗고 턱 뾰족한 게 다들 계집애들처럼 생겨 가지고 저눔들이 과연 결혼해서 밤일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요즘 잘 나간다는 한국 젊은 남자 연예인들 여기 영국이나 유럽에 데려다 놔 봐라. 딱 게이로 보지.

미인이란 무엇이냐. 이목구비 완벽하지 않더라도 신비로운 아우라가 있어 뭇 남성들 가슴 뛰게 만들고 자꾸 돌아보게 싶게 만드는 게 미인 아니었냐? 이마와 뺨에 필러질 하고, 눈 앞뒤 죽죽 찢고, 눈 밑에는 또 애벌레 붙여 꾸물거리게 만들고(난 성형 중 이게 제일 징그러움), 얼굴 밑에 주삿바늘 여기저기 찌르고, 코에 심 박고, 입술에 또 뭔짓 하고, 턱 깎고... 어느 부위에 견적 얼마짜리 시술이나 수술 받은 게 첫 눈에 모두 파악 가능한 얼굴. 이런 얼굴에 무슨 신비가 있고 가슴 뛰게 만드는 설렘이 있냐? 수술로 키운 가슴, 제 가슴인 양 뻐기는 것도 우습고. 누리터에서 오빠들이 절규한다. "흑, 가슴 뛰게 하던 옛날 미인이 그립소, 내 순정 돌리도~"

 

 

 

 

 

 

 

▲ 저 지겨운 오리입 셀카.

 

 

 

 

 

 

 

 

 

 

 

▲ 너도나도.

 

 

 

 

 

 

 

이런 문구 내걸고 영업하는 의사, 쪽 안 팔리니.

 

 

 

 

 

 

 

털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