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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이태리 고르곤졸라 Gorgonzola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이태리 고르곤졸라 Gorgonzola

단 단 2014. 6. 11. 00:00

 

 

 

 

 

고르곤졸라를 드디어 소개합니다. 이태리 북부 삐에몬테Piedmont와 롬바르디아에서 생산을 합니다. 롬바르디아는 얼마 전에 소개해 드렸던 탈렛지오Taleggio와 그라나 파다노Grana Padano의 생산지이기도 하죠. 같은 지역에서 같은 소의 젖을 짜서 만들고 숙성 기간 동안 표면을 소금물로 닦아줘서 그런지 고르곤졸라도 탈렛지오와 유사한 맛이 납니다. 고르곤졸라는 그간 몇 번 사서 죄 요리에 쓰느라 맛을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맨입에 그냥 먹기로 하고 두 가지 제품을 모두 사 보았습니다. 고르곤졸라는 두 가지로 나뉩니다: 나뚜랄레 혹은 피칸테, 그리고 돌체. 돌체는 이태리어로 '달다sweet', 피칸테는 '맵다, 혹은 톡 쏜다piquant'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본고장에서는 종류가 더 나뉘는지 어떤지 알 수 없는데, 하여간 영국 수퍼마켓에서는 고르곤졸라를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해 팝니다. 눈으로 봐도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아래 사진들을 비교해서 보세요.

 

 

 

 

 

 

 

 


 돌체

 

 

 

 

 

 

 

 

 

 나뚜랄레 혹은 피칸테

 

 

 

돌체는 수분이 많아 심하게 질척거리고 푸른곰팡이의 양이 적습니다. 부드럽죠. 나뚜랄레 혹은 피칸테는 수분이 적고 단단하면서 푸른곰팡이의 양이 많습니다. 당연히 맛도 더 강하고 푸른곰팡이의 매운 맛도 더 나고요. 돌체를 오래 숙성시키면 피칸테가 되느냐? 그건 아니랍니다. 처음부터 따로 만들어야 한다네요.

 

돌체의 맛
푸른곰팡이의 달콤한 맛과 탈렛지오의 쌉쌀한 누룩 맛이 희미하게 납니다. 수분 많고 누룩 맛이 약한 순한 탈렛지오 같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푸른곰팡이 맛이 거의 안 납니다. 여느 블루 치즈처럼 '숭악'하지가 않아 블루 치즈 초심자들한테 권하기 좋겠습니다.


질감은 실크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우면서 찰기가 있어 쫄깃거립니다. 치아에 들러붙어 먹고 나서 물 양치를 해도 잘 안 떨어집니다. 하도 끈끈해서 포장에서 분리해 접시에 옮겨 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치즈 나이프는 쓸 수 없고 숟가락으로 떠 먹어야 할 지경이죠. 한 입 떠 먹고 나니 속에서 크래커를 간절히 부릅니다.

 

 

 

 

 

 

 

 


돌체는 크래커에 발라 먹으면 특히 맛있습니다. 통곡이나 견과류가 든 크래커보다는 맛이 강하지 않은 담백한 플레인 크래커가 좋습니다. 쫀득쫀득한 치즈와 얇고 바삭한 크래커의 식감 대비가 훌륭합니다. 여느 크림 치즈처럼 부드럽게 발리지를 않고 매우 찐득여서 저항감을 내며 겨우 발립니다. 사진이 이를 생생히 말해주고 있죠. 저렇게 바르는 데 힘 많이 들었어요. 수분 많고 찐득이는 치즈는 얇고 단단하고 담백한 <카스Carr's> 같은 테이블 워터 비스킷하고 특히 잘 어울립니다. 부드러워서 소스에도 많이들 넣죠. 푸른곰팡이는 녹회색green-grey을 내는 페니실리움 글라우쿰penicillium glaucum을 씁니다. 고르곤졸라에 전통적으로 쓰이던 푸른곰팡이입니다.



피칸테의 맛
돌체와는 맛이 다릅니다. 이건 오히려 탈렛지오풍의 누룩 맛이 덜 납니다. 푸른곰팡이 양이 더 많아서 살짝 더 맵긴 하지만 이름만 피칸테일 뿐 생각보다 곰팡이 맛이 강하지는 않습니다. 이 곰팡이 부분에서 달착지근하고 기분 좋은 과일향과 꽃 향이 나서 아주 맛있습니다. 치즈가 달아요. 쌍 따귀르Saint Agur만큼 푸른곰팡이 맛이 강렬하지는 않은데다 덜 짜서 먹기가 훨씬 낫네요. 소위 세계 3대 블루 치즈 - 스틸튼, 록포르, 고르곤졸라들 중에서는 이 고르곤졸라가 가장 순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둥글둥글한 느낌에 우아한 기운이 감돕니다.

 

돌체만큼은 아니지만 이것도 제법 수분이 있어 부드럽습니다. 미끌거리면서 쫀득거려 혀에서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넘어갑니다. 돌체보다는 잘 부서지긴 하나 이것도 식감이 관능적입니다. 푸른곰팡이는 돌체 만들 때 쓰는 전통적인 페니실리움 글라우쿰을 쓸 수도 있고, 록포르 만들 때 쓰는 청녹색blue-green 나는 페니실리움 록포르티penicillium roqueforti를 쓸 수도 있습니다. 생산자가 각자 알아서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피칸테는 요리에 특히 많이들 쓰죠. 고르곤졸라를 쓰는 요리는 워낙 많이 알려져 있으니 굳이 따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리조또, 파스타, 폴렌타, 피짜, 샐러드 등, 어디든지 마음 내키는 대로 넣어보세요. 돌체와 피칸테 모두 저한테는 순한 블루 치즈 축에 듭니다. 피칸테가 곰팡이 양이 많아 돌체보다 살짝 더 맵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맛은 서로 다르지만 둘 다 맛있습니다.

 

 

 

 

 

 

 

 

고르곤졸라 피칸테.

냉장고에 넣고 일주일을 방치했더니 푸른곰팡이가

훨씬 매워졌고 단맛도 강해졌음. 나름 숙성을 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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