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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티백 본문

차나 한 잔

개를 위한 티백

단 단 2014. 5. 26. 19:46

 

 

 

영국 빅토리아 시대 때 어느 화가가 자기 딸을 그린 작품.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거실에 앉아 있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이

비로소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한 시기였음.

조지안 시대까지만 해도 어른들끼리 사교모임 하느라 바빠

'애덜은 가라' 분위기.

 

 


아이고 두야.


영국 <우프 앤드 브루Woof & Brew> ㅋㅋ 사에서 개를 위한 티백을 출시했습니다. 값은 좀 비싼데 티백 하나당 1리터나 되는 차를 우릴 수 있어 편하다고 하네요. 많이 우려 보관했다가 가족들이 티타임 가질 때마다 개 물그릇에 조금씩 부어주면 된다고 합니다. 인간들끼리만 도란도란 티타임을 즐기려니 뒷골이 땡겼던 게죠. 티타임 가질 때마다 개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주인을 올려다보니 그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겠습니까. 저도 개 많이 키워 봐서 알아요. 영국인들 중에는 실제로 개가 보내는 애처로운 눈빛의 부담을 견디지 못해 개한테 자기가 마시던 차와 비스킷을 조금씩 나누어 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카페인과 우유가 개한테는 좋지 않다잖아요.

 

 

 

 

 

 

 


값은 3.99파운드서부터 11.99파운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위의 제품은 티백이 겨우 28개밖에 들지 않았는데 무려 9.99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1만8천원이나 합니다. 이 정도면 거의 인간용 최고급 티백 수준과 맞먹는데도 반응이 좋답니다. 개 티백에도 여러 가지 맛이 있는데, 사진에 있는 '행복한 잔디' 제품에는 golden rod, yucca root, tomato flakes 등이 들었습니다. 개 오줌 성분을 덜 독하게 바꿔 잔디에 해를 적게 입힌다고 하네요. 엥? 개를 위한다더니? 순 인간의 편의을 위한 거였잖아요? 그래도 개가 맛있어하고 개 몸에도 유익한 성분이 들었다니 '윈-윈 시추에이션'이라 할 수 있겠죠.


다른 제품들의 성분도 기가 막힙니다. 사람이 마셔도 될 정도입니다. 녹차, 홍차 할 때의 그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ia sinensis 찻잎이 아니라 주로 향초 위주로 구성이 돼 있습니다. 입냄새를 줄여 주고 털도 윤기 있게 가꿔 준다고 효능 자랑을 합니다. ☞ 누리집을 걸어 드릴 테니 구경해 보십시오. 티타임을 개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애견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죠.

 

영국인들은 성탄절에도 자기들끼리만 잘 먹지 않고 개를 꼭 챙겨 줍니다. <포트넘 앤드 메이슨>이나 <해로즈> 같은 고급 백화점뿐 아니라 일반 수퍼마켓들도 성탄절 즈음엔 멍멍이용 럭셔리 간식을 예쁜 깡통에 넣어 판매합니다. 개한테도 성탄절 선물을 주는 거지요. "지구상에 굶어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개한테 이딴 사치를 부려?" 하는 한국 아저씨들 많죠. 가만 보면 뒤에서 이런 말하며 툴툴대는 사람보다 동물 각별히 대하며 키우는 사람들이 기부나 성금도 더 많이 합니다. 개를 개로 보니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영국인들에게 자기 집에 있는 개는 가족입니다. 가족을 잘 먹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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