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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프랑스 모르비예 Morbier 본문
▲ 프랑쉬-콩떼 Franche-Comté
프랑쉬-콩떼 지역의 모르비예 마을에서 만들던 소젖 반연성 치즈입니다. 과거에는 콩떼Comté를 만들고 남은 응유로 만들었습니다. 치즈 장인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콩떼 만들 만큼은 양이 안 되는 응유를 치즈 틀에 넣고 퇴근을 합니다. 이때 응유 표면에 막이 형성되지 않도록 위에 숯가루를 뿌려 놓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해 어제의 응유 위에 아침에 짠 우유로 만든 새 응유를 쌓습니다. 두 겹짜리 치즈인 거죠. 그래서 가운데에 저런 검은 색 줄이 생깁니다. 푸른곰팡이가 아니라 재ash예요. 저는 처음 모르비예를 보고 푸른곰팡이 치즈인 줄 알았습니다. 곰팡이 참 신기하게 피웠네 했죠.
오늘날에는 콩떼 만들다 남은 응유로 만들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모르비예를 만듭니다. 더이상 이틀에 걸친 응유는 쓰지 않고 한 번 공급 받은 분량의 우유로 단번에 만들어버립니다. 재로 된 저 검은 선도 이제는 장식으로만 존재하고요. 가운데 들어간 선 때문에 누구라도 단번에 모르비예를 알아볼 수 있지요.
이틀치 응유로 만든 옛날 모르비예는 저 검은 선을 중심으로 아래쪽과 위쪽의 맛과 질감이 달랐다고 합니다. 당연하겠죠. 전날 오후에 만든 응유와 다음날 아침에 만든 응유 맛이 같을 리가 없잖아요? 오후에는 소도 사람처럼 피곤해지는데, 오후에 짠 우유가 대체로 아침에 짠 우유보다 유지방 함량이 살짝 더 높습니다. 그래서 같은 치즈라도 소가 피곤할 때 짠 우유로 만든 치즈들이 더 맛있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이태리 치즈 중에 탈렛지오가 그렇고, 알프스 산자락에서 만드는 치즈들 중에 그런 것들이 많아요. 소들이 계절에 따라 산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니 지칠 때가 많죠.
옛날 모르비예의 아래 위 맛이 다른 데는 질감 차이도 꽤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봅니다. 전날 만든 응유가 아무래도 수분이 더 빠져나간 탓에 더 건조할 테니까요. 오늘날에는 양쪽의 맛과 질감이 다르면 그건 오히려 치즈를 잘못 만들었다는 증표가 될 수 있습니다. 숙성시키는 동안 뒤집기를 게을리했다는 소리죠. 치즈의 질감을 고르게 하려면 수분과 유지방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치즈를 뒤집어줘야 하거든요.
최대 4개월까지 숙성시킬 수 있으나 보통은 2~3개월 정도 숙성을 시킨다고 합니다. 제가 사 온 건 60일 숙성 제품입니다. 저온살균을 하지 않은 생유로 만들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을 하려면 최소 60일은 숙성을 시켜줘야 합니다. 이 치즈도 숙성기간 동안 일주일에 몇 차례 소금물로 껍질을 닦아냅니다. '껍질 세척washed rind'치즈라고 하는데, 냄새는 여느 껍질 세척 치즈처럼 '숭악'하지는 않습니다. 겉을 닦아낸 치즈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보지 않으면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합니다.
껍질에서는 마른 오징어 같은 희미한 건어물 냄새가 납니다. 코쟁이들은 이를 건초향이라 부르더군요. 제가 도시녀라 지푸라기 향은 겨우 알아도 건초 향은 잘 모릅니다. 속살에서는 신선한 우유 향과 리어다머 유사한 향이 납니다.
맛을 보니 껍질쪽으로 갈수록 스위스 에멘탈 계열 치즈 맛이 많이 나는데, 아쉽게도 고소한 맛과 단맛은 부족하고 시고 짜고 쓴맛이 많이 납니다. 이 쓴맛이 오래 남아요. 치즈 100 g당 소금이 무려 2.48 g나 들어 짜기는 또 엄청 짭니다. 소금 과다 투척은 프랑스 치즈들의 고질병 중 하나입니다. 소비자들도 소금 많이 든 치즈가 심심한 치즈보다 풍미가 더 짙은 맛있는 치즈인 줄 착각하는 경향이 있고요. 우유 맛이 물씬 나는 것은 매력적입니다. 어린 그뤼에르 같은 느낌이 들어요. 껍질 쪽으로 갈수록 풍미가 점점 짙어집니다. 희한하게도 매번 잘라 먹을 때마다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반연성 치즈라서 에멘탈보다는 말랑말랑합니다. 물기가 제법 있어 영국의 세인트 자일스Saint Giles나 프랑스 포르 살뤼Port Salut처럼 치아에 다소 들러붙으면서 녹습니다.
같이 먹으면 좋다고 하는 것들:
• Gewürztraminer
• Pinot Noir
• local Arbois wine
• light and fruity wines such as Beaugolais or Jura
전반적인 인상 - 좀 과대 평가된 치즈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격표 보면 아시겠지만 값이 만만찮죠. 이렇게 비싼 돈 주고 모르비예를 사 먹느니 차라리 더 맛있는 콩떼나 그뤼에르나 오쏘 이라티 같은 프랑스 치즈를 사 먹겠습니다. 아니면 스위스 치즈들이나 가격 대비 성능 우수한 리어다머를 사 먹거나요. 명성과 값에 비해 개성이 없고 맛이 좀 떨어집니다. 떨이로 나와서 한번 사 먹어 봤어요. 맛없는 제품으로 잘못 사 먹고는 엉뚱한 소리하는 것 아니냐? 고급 수퍼마켓인 <웨이트로즈>의 치즈들 중에서도 특별히 고급 라인의 제품을 산 것이었습니다. 제 돈 주고 다시 사 먹게 되지는 않을 듯합니다. 맛이 아주 없지는 않은데 돈값은 못하는 것 같아요. 전에 먹었던 맛있는 치즈들과 자꾸 비교를 하니 안됐는데, 성격이 아예 다른 치즈이거나, 유사해도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이 추가되면 괜찮아요. 비슷하면서 무언가 부족하니 그 부족한 점이 단점으로 인식되는 거지요. 으음, 어째 예술작품 평가와 비슷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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