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치즈 ◆ 네덜란드 올드 암스테르담 Old Amsterdam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네덜란드 올드 암스테르담 Old Amsterdam

단 단 2014. 6. 17. 00:30

 

 

 올드 암스테르담 원반. 배트맨과 고담 시티 삘이 물씬.

 

 

 

 

 

 

 

 

 


이 올드 암스테르담은 네덜란드의 국민 치즈인 하우다Gouda를 18개월까지 숙성시킨 제품입니다. 체다나 하우다 같은 치즈 종류의 이름이 아니라 특정 회사의 특정 상품 이름입니다. 그 때문에 올드 암스테르담 이름 옆에 ® 표시가 붙어 있죠. 숙성 하우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하우다 시식기를 보시면 좋겠네요. 네덜란드 간척사업으로 더이상 어업을 할 수 없게 된 어부 집안이 업종을 바꿔 1932년부터 만들기 시작한 치즈입니다. 네덜란드 시장에 공식적으로 출시한 것은 1985년에나 와서였는데, 수출을 염두에 두고 영어로 이름을 지었다고 하죠.

 

 

 

 

 

 

 

 


검은 왁스를 씌운 것과 치즈의 색상과 질감 등이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숙성 하우다와 유사한데, 지난 번 것은 1년, 이 올드 암스테르담은 1년 6개월을 숙성시켰습니다. 수분이 더 적고 단단한데다 장기 숙성 치즈의 특징인 하얀 젖산칼슘 결정이 군데군데 보입니다. 여느 하우다와 마찬가지로 이 치즈에도 색소와 보존료가 들어갑니다. 색은 식물성 천연 염료인 아나토annatto로 내니 괜찮은데, 자연치즈에 질산염sodium nitrate을 넣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치즈에 질산염을 넣는 이유
부티르산균에 의한 가스 팽창을 방지할 목적으로 넣는다.


글쿤요. 근데 부티르산균이란 건 또 뭡니까
당 또는 전분을 대사하여 butyric acid(낙산)를 생성하는 세균. 그 대표적인 균종으로서 Clostridium butyricum을 들 수 있다. 이 균종은 편성혐기성 Gram양성 포자간균으로, 주편모를 갖고 운동성이 있다. 형태는 0.5~1.7×2.4~7μm로 단재, 이연상 혹은 단연쇄상으로 관찰된다. 포자의 위치는 거의 중앙부에 존재하며, 포자 형성은 액체배지와 한천상에서도 검출된다. 세포벽에는 meso-DAP와 포도당을 함유한다. Peptone-yeast extract-glucose(PYG)배지에 접종 5일 후 pH는 4.6~5.0에까지 내려간다. 최적 발육온도는 30~37℃로, 6.5% NaCl배지로 발육억제를 받는다. PYG배지보다 낙산, 초산, 개미산, 젖산, 호박산, 에탄올 및 butanol을 산생한다. 펙틴에서 대량의 메탄올, 초산, 수소가스 및 탄산가스를 산생한다. 본 균의 기준균주는 JCM 1391(=ATCC 19398=DSM 552=IFO 13949=IAM 14194)이고, 이의 GC mol%는 28%이다. 본 균종은 자연계 도처에 널리 분리된다. 특히 토양, 반추위, 사람 및 동물의 장관이나 임상재료 등에서 분리된다.



ㅡ,.ㅡ;; ?????
Greek to me


검은 왁스에 인쇄된 그림을 보세요. 어째 배트맨과 고담 시티 삘이 좀 나죠.

 

 

 

 

 

 

 



Speak of the devil, 배트맨 등장!
권여사님께서 오래 전에 주신 치즈 슬라이서입니다. 유럽에서 치즈 많이 먹게 될 거라며 주신 건데, 한국 어디서 이런 걸 다 사셨을까요? 선견지명이 있으십니다.


자세히 보니 배트맨이 아니라 마귀 새끼네. 저 뿔이 장식으로 괜히 달린 게 아녜요. 치즈를 옮길 때 저 부분으로 콕 찍어서 옮기라는 겁니다. 손으로 치즈를 직접 만지지 않도록 신경 써서 고안한 부분이죠. 치즈 껍질과 치즈 슬라이서가 지나치게 잘 어울리잖아요? 고담, 이것도 왠지 네덜란드 지명 같고요.

 

 

 

 

 

 

 



오래 숙성한 치즈라서 생각만큼 매끄럽게 저며지지는 않습니다. 건조해서 자꾸 부서져요. 수분이 좀더 많고 쫀득쫀득 탄력이 있는 어린 하우다라면 예쁘게 잘 저며지겠습니다. 원래는 아래 광고 사진에서처럼 근사하게 저며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이건 사기다

 

 

이 치즈는 파는 곳에서 보관을 잘못해서 지나치게 마른 건지, 1년 숙성 하우다에 비하면 오히려 맛과 향과 질감이 모두 떨어집니다. 숙성을 더 시켰다고 반드시 맛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값은 비싸지지만요. 콩떼comte 먹을 때 깨달은 겁니다. 올드 암스테르담은 하우다와 체다와 파마산을 합쳐 놓은 듯한 맛이 나는데, 장기 숙성을 해서 그런지 하우다보다는 파마산맛에 더 가깝습니다. 하우다 특유의 풍미보다는 파마산에서 나는 파인애플맛이 강하게 나죠. 먹고 난 뒤 입 안에 파인애플맛이 오랫동안 남습니다. 1년 숙성 하우다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맛과 향이 덜 복잡하나 오래 숙성한 탓에 풍미는 진합니다.

 

껍질 부분은 수분이 적기 때문에 단단하고 건조하면서 입자가 까슬까슬 씹힙니다. 치즈맛은 안 나고 싱거운 기름 맛이 나면서 강한 파인애플향, 희미한 코코아향, 건초향이 납니다. 속살은 맛이 진하긴 하지만 1년 숙성 하우다에서 나던 그 매력적인 단맛과 땅콩버터의 고소한 맛은 안 나고 짠맛과 쓴맛에 강한 우마미가 더해집니다. 치즈보드에 올려 즐기기보다는 파마산과 체다가 결합된 치즈라 생각하고 요리에 쓰면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만일 저더러 선택을 하라면, 치즈보드용으로는 1년 정도 숙성한 하우다를, 요리용으로는 이 올드 암스테르담을 고르겠습니다. 요리에 쓰실 분들은 ☞ 올드 암스테르담 누리집에 있는 조리법을 참고하세요. 만들기 쉽고 맛있어 보이는 요리가 그득합니다.

 

 

 



- 2014년 10월 20일 추기 -

 

 

 

 

 



떨이로 나와서 다시 사 먹어 봅니다. 휴... 위에 썼던 시식기를 죄 갈아엎어야겠습니다. 지난 번에 산 건 아무래도 파는 쪽에서 보관을 잘못해 치즈가 바싹 말랐었던 모양입니다. 이 치즈는 여러 단계의 숙성 제품으로 출시되지 않고 항상 18개월 고정 숙성으로 생산되는 공장제 대량생산 치즈이지요. 즉, 이론상으로는 전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맛을 내야 하는 거죠.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파는 쪽이 보관을 잘못하면 맛있는 치즈가 이렇게 순식간에 맛없는 치즈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겁니다.

 

오늘 먹은 것은 1년 숙성 하우다와 거의 흡사한 맛이 나면서 아주 맛있었습니다. 6개월이나 더 숙성됐기 때문에 맛은 물론 훨씬 진합니다. 지난 번에 산 것처럼 잔뜩 말라서 까슬거리질 않고 촉촉하고 탄력이 있네요. 사진상으로도 벌써 차이가 느껴지죠? 치즈에 송송 뚫린 구멍에 심지어 '치즈 이슬'도 다 맺혀 있었습니다. 칼로 써니 귀여운 구멍에서 물이 왈칵 쏟아져 칼을 적십니다. 신기했습니다. 촉촉해서 치즈 슬라이서로도 잘 저며지겠습니다.


맛도 제대로 납니다. 지난 번의 그 바싹 말랐던 올드 암스테르담은 풍미가 흐리면서 파마산풍의 파인애플맛이 났었는데, 오늘 사 온 것에서는 하우다 특유의 매력적인 해산물 우마미가 물씬 납니다. 이게 본래 나야 할 맛인 거죠. 한국에서 밑반찬으로 많이 쓰는 진미 오징어채 있죠? 빨갛게 고추장 양념해서 먹는 오징어채요. 이 올드 암스테르담에서 그 진미 오징어채 맛이 납니다. 한국인들 입맛에도 잘 맞겠어요.


저는 이 때문에 수퍼마켓 치즈 카운터에서 치즈를 사는 것보다는 치즈 생산자들이 아예 공장에서 작게 잘라 낱개 포장해서 납품하는 치즈 선반용 제품들을 더 선호합니다. 치즈 카운터에 가서 직접 잘라 달라고 주문해 사는 사람들은 어쩐지 치즈를 더 잘 아는 사람 같고 더 세련된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수퍼마켓 치즈 카운터에 서 있는 사람들은 치즈 전문가가 아니라 그냥 수퍼마켓 직원일 뿐입니다. 치즈를 보관하고 다루는 지식이 전문 치즈 가게에 비해 많이 딸릴 수밖에요. 이 맛있는 치즈를 그 따위로 보관해 나의 첫 시식을 망치다니, 괘씸합니다.


올드 암스테르담, 아주 맛있는 치즈입니다. 안심하고 사 드셔도 되겠습니다. 이 자체로 완성도 있으니 요리에 쓰지 마시고 치즈보드에 올려 그냥 즐기세요. 앞으로는 치즈 시식기도 여러 번 먹어 본 후 좀더 신중히, 책임감을 가지고 써야겠습니다. 한 번 먹어 보고는 전부를 아는 양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깨달았습니다.

 

 

 

 

 

 

 


 치즈 전문점에서 사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이렇게 공장에서

 미리 포장해 내는 제품을 사는 게 낫다는 거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