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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오리지날 다이제스티브의 위엄

단 단 2014. 9. 3. 00:00

 

 

 

 

 

 

영국에서는 어쩌다가 가끔, 아주 잠깐 동안 다이제스티브가 깡통에 담겨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전세계 다이제스티브 애호가들과 비스킷 틴 수집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이런 깡통 제품이 나오면 잽싸게 낚아채죠. 이베이 같은 데서 몇 배를 남기고 되팔기도 합니다. 저도 소장용으로 깡통 두 개를 챙겼습니다. 영국에 계신 다이제스티브 애호가 여러분, 얼른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으로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게 아녜요.

 

무려 25cm 길이의 깡통입니다. 안에는 다이제스티브가 들어 있어요. 뚜껑을 열어 보겠습니다.

 

 

 

 

 

 

 

 


햐...
아니, 과자가 어떻게 이렇게 뚜껑 바로 아래까지 꽉꽉 들어찰 수가 있나요.

 

 

 

 

 

 

 

 

 

깡통 밑바닥이 살짝 들린 걸 감안하면 깡통 길이와 과자 높이가 거의 일치하는 거죠. 소포장으로 여러 번 나누어 과자 양 줄이려는 꼼수도 안 부립니다. 무려 500g짜리 대용량입니다. 얼마를 줬냐면요,


2파운드 주고 샀으니 오늘 환율 1,700원으로 계산하면 우리돈으로 약 3,400원. 깡통에 담긴 기념판이라 값이 평소보다 두 배 비쌌는데, 깡통 없이 과자만 산다면 500g짜리 한 팩이 1.01파운드, 즉, 우리돈으로 1,717원.


정말 놀라운 가격 아닙니까? 오리지날 다이제스티브 500g 한 팩이 1,717원. 영국인들 체감 물가로는 약 1,000원. 영국 물가가 비싸다고들 하는데, 교통비, 전기세, 주거비 등이 비싸서 그렇지, 식료품 값은 생각보다 쌉니다. 장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일본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한국 식료품 값이 일본보다 비싸다고 자주 글들을 올리곤 합니다.

 

 

 

 

 

 

 

 

 

영국 오리지날 다이제스티브에는 통밀이 16% 들었습니다. 한국 다이제는 모방품이면서 값도 더 비싸고 통밀 14% 넣고선 자랑자랑하죠.

 

다이제스티브는 다쓰 부처가 둘 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과자입니다. 이게 '어른의 맛'이라 아이들 입맛에 맞기가 쉽지 않은데, 둘 다 한입 먹고 즉시 반했었지요. 과자를 만들 때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는 밀가루입니다. 그런데 과자 먹으면서 우리는 양념 맛을 논하지, 밀가루 맛을 논하지 않죠. 다이제스티브는 밀가루 맛을 논하게 만드는 몇 안 되는 과자라고 생각합니다. 통밀의 풍미가 참 좋아요. 단단은 다이제스티브의 자매품 홉놉스HobNobs도 좋아합니다. 귀리oat를 넣은 과자인데, 이것도 참 쌉니다. 맥비티 과자들뿐 아니라 영국의 티타임용 비스킷들은 대부분 값이 쌉니다. 영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도 티타임에는 반드시 과자 한 쪽이라도 곁들여 차를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어서 그렇답니다. 이 블로그를 통해 그간 여러 번 말씀 드렸었죠. 과자를 먼저 먹었으니 저는 이제 홍차를 우려 마셔야겠습니다. 즐거운 추석 보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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