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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영국음식] 커피 월넛 케이크

단 단 2014. 9. 14. 00:00

 

 

 

 

몇 년 전 우연히 알게 바비 케이크.
미국 엄마들은 딸내미 생일에 이런 걸 다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대단한 정성이죠. 다쓰 부처, 밥 먹으면서 이 영상 보다가 하도 신기하고 재밌어서 턱 떨어뜨렸습니다. (떠꺽) 그러고 보니, 우리 미일리어와 이리나, 말 안 들으면 이렇게 케이크 안에 가두고 팔 들고 서 있게 해야겠어요. 바비의 저 뻣뻣한 팔은 볼 때마다 재밌어서 웃습니다.

 

 

*  *  *

 

 

 

 


홍차의 계절, 베이킹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다쓰베이더가 어제 밖에 나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뜬금없이 커피콩 모양 쵸콜렛을 사 왔습니다. 툭 던지더니만, "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커피맛 케이크를 구워 내시오." 합니다. 아니, 이 양반?


오늘은 영국의 티타임 클래식인 커피 월넛 케이크를 구워 보겠습니다. 사연이 있는 케이크입니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 구워 본 케이크가 바로 이 커피 월넛 케이크였거든요. 영국 클래식 티타임 케이크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커피와도 잘 어울리고 홍차와도 잘 어울리죠.
이런 시절이 다 있었네

 

 

 

 

 

 

 



일단 짜주머니질 연습 좀 하고...
아, 이거 생각보다 힘들구나;;

 

 

 

 

 

 

 



휴... 벌벌 떨면서 겨우 짜 올렸습니다. 버터크림 대신 마스카포네를 썼습니다. 영국에서는 요즘 마스카포네로 케이크 아이싱 올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더 맛있는 데다 덜 기름지고 산뜻한 느낌이 있는데, 대신 치즈의 특성상 거품기로 한참을 칠 수가 없어서 버터크림만큼 부드럽지는 않습니다. 값은 버터나 마스카포네나 비슷하니 취향껏 선택해서 쓰시면 됩니다. 부드러운 질감을 중시한다면 버터를, 열량이 조금 신경 쓰인다면 마스카포네를, 양쪽의 장점을 적당히 취하고자 하면 버터와 마스카포네를 섞어 쓰셔도 좋고요. 참고로, 미국에서는 케이크 위에 크림 짜 올리는 것을 '프로스팅frosting', 영국에서는 재료에 상관없이 '아이싱icing'이라고 부릅니다.

 

 

 

 

 

 

 

 


아이싱 얹은 케이크를 곁들여 홍차를 마시면 왠지 제대로 격식 갖춰 티타임 가진다는 기분이 듭니다. 과자 한 쪽 곁들이는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고, 크림 없는 파운드 케이크 썰어 내는 것과도 또 다르죠. 서양의 시판 케이크들은 우리 한국인이 즐기기엔 너무 달죠. 그런데 너무 안 달면 또 쌉쌀한 홍차와 함께 먹는 맛이 반감됩니다. 맨입에 먹었을 때 '아, 달다' 하는 느낌이 좀 있어야 홍차에 잘 어울립니다. 아래에 있는 조리법 대로 먼저 한번 구워 보시고, 두 번째부터는 입맛에 맞게 설탕양을 조절해 보세요. 이것도 파운드 케이크 쉬트를 쓰는 클래식 케이크이니 버터:설탕:달걀:밀가루를 기본 1:1:1:1로 잡은 뒤 취향껏 조절하시고 커피 농축액과 호두 다진 것을 추가하면 됩니다. 원래는 큰 원형으로 굽는 건데 여러 사람이 먹기 좋게 한입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미니 케이크 24개로 구웠습니다. 24구짜리 미니 머핀 팬을 준비하시고, 컨벤셔날 오븐은 180˚C, 팬fan 오븐은 160~170˚C로 예열하세요. 레서피 나갑니다. 


커피 월넛 케이크
[24개]


케이크

무염 버터 60g,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놓아 마요네즈처럼 부드러워진 것으로


라이트 브라운 슈가light brown sugar 30g [연갈색의 다소 찐득한 설탕입니다. 캬라멜 색소 넣어 억지로 까맣게 만든 한국의 흑설탕과 달리 천연 색이며 풍미도 훨씬 좋습니다. 연한색의 머스코바도 설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카스터 슈가caster sugar 30g [미국에서는 수퍼파인 슈가superfine sugar라고 합니다. 일반 설탕을 제과제빵에 쓰기 좋도록 좀 더 잘게 분쇄한 것을 말합니다. 새하얀 아이싱 슈가 파우더와는 다릅니다. 없으면 그냥 일반 설탕으로 쓰셔도 됩니다.]

 

달걀 알 굵은 것으로 1개


밀가루plain flour 70g

 

베이킹 파우더 1작은술 [1작은술 = 5ml]


소금 한 꼬집pinch

 

에스프레소 커피 120ml [냄비에 끓여 20ml로 졸이세요. 지름이 넓은 냄비에 끓여야 금방 졸일 수 있습니다. '리덕션reduction'이라고 합니다.]


바나나 작은 것 1개 [곱게 으깨서 퓨레로 만드세요. 포크로도 잘 으깨집니다. 포크로 치대다 보면 어느 순간에 단단하던 것이 물처럼 흐르게 됩니다. 케이크에 쓴맛을 살짝 입히므로 이 쓴맛이 싫은 분들은 바나나 무게만큼 밀가루, 설탕, 달걀, 버터를 동량으로 넣으시면 됩니다.]


호두 60g [잘게 다져 놓으세요. 케이크 안에서 씹는 맛이 나야 하니 너무 가루 내면 안 됩니다.]


1. 버터와 설탕을 합쳐 설탕 지근거리는 소리가 안 들릴 때까지 잘 풀어 준다. [이 작업을 잘해야 케이크가 가벼워집니다.]


2. 달걀을 넣고 고운 혼합물이 되도록 잘 섞는다. [이 작업도 잘해야 케이크가 가벼워집니다.]

 

3. 밀가루, 베이킹 파우더, 소금을 함께 체 쳐서 2.에 넣고 잘 섞는다.


4. 졸인 커피액 중 1과 1/2 작은술을 넣어 잘 섞는다. 남은 커피액은 아이싱에 넣을 것이므로 잘 둔다.


5. 바나나 퓨레를 합친 뒤 잘 섞는다.


6. 호두 다진 것을 넣고 잘 섞는다.


7. 버터 칠한 미니 머핀 팬에 고르게 배분해 담는다. [짜주머니에 넣어 짜 주는 게 숟가락으로 떠 넣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덜 걸리고 깔끔합니다. 24개나 되는 조그만 머핀 구멍에 숟가락으로 반죽을 일일이 떠서 넣다가는 화병 납니다.]


8. 오븐에 넣고 14분 정도 굽는다. 오븐마다 성격이 다르니 10분 넘어가면서부터는 구워지는 정도를 잘 살펴 굽는 시간을 조절하셔야 합니다. 3분의 2정도 익기 전까지는 오븐 문 열면 안 됩니다. 조급하게 오븐 문을 자꾸 열면 케이크가 부풀다 말고 꺼져 버립니다.]

 


아이싱

마스카포네 170g
아이싱 슈가 50g [밀가루처럼 고운 흰 설탕을 말합니다.]
에스프레소 커피액 남은 것
커피콩 모양 쵸콜렛 24개

 


9. 마스카포네를 숟가락으로 부드럽게 풀어 준다.


10. 아이싱 슈가를 체 쳐서 9.에 넣고 잘 섞는다.

11. 에스프레소 커피액 남은 것을 10.에 넣고 잘 섞는다. [농도와 색을 보아가며 알아서 양 조절을 하세요. 너무 많이 넣으면 쓰니 주의하시고요. 모자라 보이면 졸이지 않은 걸로 더 넣으셔도 됩니다.]


12. 별모양 깍지를 끼운 짜주머니에 넣고 케이크 위에 장식한다.


13. 커피콩 모양 쵸콜렛을 하나씩 얹어 마무리한다. 구하기 힘들면 호두로 장식해도 된다. 끝.



아이싱은 케이크가 완전히 식은 다음 짜 올려야 합니다. 아이싱을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두었다가 쓰면 뻑뻑해서 못 씁니다. 예쁘게 짜지질 않아요. 필요할 때 즉석에서 만들어 쓰는 게 가장 좋죠. 짜주머니질은 제과 장인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국인들은 제가 한 것처럼 삐뚤빼뚤 불완전해 보이는 것을 손맛 난다고 더 좋아합니다. 너무 완벽해 보이면 기계가 찍어 낸 영혼 없는 공장제 케이크인 줄 알고 수상해합니다. 베이킹 한 번도 안 해 보신 분들은 지금부터 이거 틈틈이 만들어 크리스마스 때 한번 내 보세요. 영국 티타임 케이크들은 굽기 쉬운 편에 듭니다. 호두와 커피가 들어 맛있습니다. 마스카포네 아이싱도 혀 위에서 꿈같이 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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