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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우스타 소스 · 우스터 소스 · 우스터셔 소스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우스타 소스 · 우스터 소스 · 우스터셔 소스

단 단 2014. 8. 19. 00:00

 

 

 

 

 

Worcestershire Sauce - 이거 어떻게 발음해야 합니까?

 

'우스터셔 소스'라고 발음하면 됩니다. 영국인들은 'Worcestershire'가 원래 자기네 주county 이름이고 오랫동안 써온 자기네 소스 이름이라서 발음하는 데 문제를 전혀 못 느끼지만 영국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애를 먹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게 철자하고 발음이 너무 달라 헷갈리기 딱 좋아요. "워세스터샤이어"라고 발음하는 한국인도 종종 봅니다. 영국 도자기 브랜드 중에 <로얄 우스터Royal Worcester>가 있는데, 이것도 "로얄 워세스터"라고 쓰는 사람이 많아요. 심지어 같은 영어권 국가인 미국에서도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아래의 미국 영상을 보고 제대로 된 발음을 한번 익혀봅시다. 미국인들 발음과 영국인들 발음이 살짝 다릅니다. 미국 발음을 먼저 소개하자면, 'Worcester'의 첫 세 글자는 '우'와 '워'를 빠르게 이어 붙여서 발음해야 합니다. 쓰기는 '우'라고 쓰지만 발음은 '워'에 가깝죠. 스터셔 소스. 첫 글자에 강세를 두어 빠르게 발음하면 됩니다. 묵음이 무려 세 개나 들어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중간의 '-rce-'는 그냥 무시하시면 됩니다.

 

 

 

 

 

 

 

 

 

자, 입에 붙도록 골백번 뇌까려봅시다. 미국식 발음입니다.
스터셔 소스
스터셔 소스
스터셔 소스
스터셔 소스


반면, 영국인들은 그냥 편하게 '우'스터셔 소스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터셔 소스
스터셔 소스
스터셔 소스
스터셔 소스


이게 영국에서 영국 지명을 따서 탄생한 영국 소스이니 가능하면 영국 발음으로 불러주면 좋겠죠.

 

 

 

 

 

 

 


 고든 램지의 선생이었던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욕은 덜 하는데 성격은 고든 램지보다 열 배는 더 까칠.



발음은 대충 익혔습니다. 어디에 쓰는 건가요?

 

서양인들에게 우스터셔 소스는 우리 동양인들의 간장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간장보다는 한참 덜 짜지만요[나트륨 - 간장의 20%]. 우스터셔 소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식재료. 바로 고기입니다.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 어떤 종류의 고기 요리에든 다 쓸 수 있죠. 스테이크, 바베큐, 고기 파이, 고기 스튜, 캐서롤, 고기 든 수프, 소세지 등에 그냥 뿌려 먹거나 다른 재료와 섞어 소스를 만들어 곁들이면 됩니다. 우스터셔 소스 향을 맡아보면요, 먼저 이국의 향이 물씬 밴 달콤함에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맛을 보면 천연 재료들이 장기간 숙성·발효해 만들어 내는 웅숭깊고 복잡한 풍미, 정신이 버쩍 날 정도의 짜릿한 활기가 느껴지고요. 이국 향신료 좋아하는 저는 특히 우스터셔 소스의 향을 참 좋아합니다.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고 나면 잘 구운 쇠고기 스테이크 생각이 간절해질 겁니다.


어린 나이에 미슐랑 스타를 세 개나 받았으나 미슐랑 스타 따윈 필요 없다고 반납해 버린 건방진 영국 요리사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나, 이 우스터셔 소스 덕에 쇠고기 요리를 위한 최고의 소스를 만들 수 있었어. The sauce allows me to create the most delicious sauce in the world to serve with beef." 영국 요리사들 중에는 이런 말 하는 사람 수두룩 - "내가 전세계 유명하다는 주방들 두루 돌아다니며 일해봤지만 우스터셔 소스 없는 주방은 하나도 못 봤다고."


고든 램지의 '셰퍼즈 파이' 레서피를 걸어 드릴 테니 양고기 잘 드시는 분들은 한번 만들어보세요. 영국의 전통 파이입니다. '코티지 파이cottage pie'는 쇠고기로 만들고 '셰퍼즈 파이'는 이름이 암시하듯 양고기로 만듭니다. 조리법은 같고 주재료인 고기만 다릅니다.

 

 

 

 

 

 

 

 

 

우스터셔 소스를 활용한 스테이크 소스 영상도 걸어 드릴게요. 집에서 좀 더 폼 나고 맛있게 스테이크를 한번 즐겨보세요. 소스가 기가 막힙니다. 완두콩과 감자, 로즈메리를 곁들여 영국색을 가미한 프랑스식 조리법의 미국음식으로 (응?) 소스에도 영국 우스터셔 소스와 프랑스 디종 머스타드가 동시에 쓰이고 있죠. 서양인들은 여행도 많이 다니고, 일자리 찾아 요리사들이 이 나라 저 나라 옮겨 다니기도 많이 하고, 교류도 활발해, 20세기 이후 탄생한 요리들부터는 국적이 점차 애매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이미 올리버 요리책에 소개된
<리 & 페린스> 우스터셔 소스 공장



우스터셔 소스는 누가 처음 만들었나요?

 

어떻게 해서 우스터셔 소스가 탄생하게 되었는가. 유래에 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미스테리한 소스죠. 안초비를 쓰는 다양한 소스들이 예로부터 유럽에 존재해 왔으나 인도 식재료와 결합해 이를 상업적으로 성공시킨 첫 사례는 1837년 영국의 <리 & 페린스> 사로 보고 있습니다. 영국의 어느 귀족이 인도에서 돌아와 약제사 두 명에게 의뢰해 인도에서 맛보았던 소스를 재현해 보려 했으나 자극적이고 맛이 신통찮아 지하 창고에 그냥 방치해 두었다가 2년 뒤 다시 맛을 보니 기똥찬 맛을 내는 물질로 변해 있더라. 이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유래죠. 그 귀족이 인도에 갔던 적도 없고, 사실 무근이라는 증거들이 많으나, 어쨌거나 약제사였던 리와 페린스에 의한 발효와 숙성의 산물인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시판 즉시 인기를 얻어 영국에 우스터셔 소스 광풍이 일고 여러 나라로 수출이 되었습니다. 모방품도 많이 생기고요. 우스터셔 소스를 처음 만들어 팔 때는 오늘날 우리 한국인이 잘하는 '효능 드립'을 좀 하면서 팔았던 모양입니다. 옛날 우스터셔 소스 광고들을 보면 그 허풍과 과장에 배꼽을 잡게 되는데, 만병통치약도 이런 만병통치약이 없어요. 인기가 있다 보니 너도나도 만들어 팔게 되어 특허와 원조 관련한 유명한 재판만도 두 번이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확실한 것은, 영국 우스터셔 주에 있는 우스터 시에서 처음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상업적인 제조·판매는 <리 & 페린스>가 처음 했다는 것입니다.


부침도 많았습니다. 1930년에 <HP Foods> 사에 팔리고, 이 <HP Foods>는 또 1967년에 <Imperial Tobacco Company>에 팔렸다가, 1988년에는 다시 <다농Danone>에 팔렸고, 2005년에는 미국 <하인즈> 그룹에 팔렸죠. 그래서 <리 & 페린스> 우스터셔 소스를 검색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하인즈 그룹 누리집에서 끝나게 됩니다. 유럽용은 아직도 영국 우스터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하고, 미국용은 미국에서 생산합니다. 캐나다에서는 영국 것을 직수입해 포장에 영어와 불어를 병기해 판다고 합니다. 우스터에 있는 유럽용 우스터셔 소스 공장은 원조라는 명성과 어마어마한 판매량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규모가 작습니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더욱 아끼는 모양입니다. 우스터셔 소스에 관한 무려 213쪽짜리 논문이 다 있으니 시간과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세요.

History of Worcestershire Sauce 1837-2003

 


우스터셔 소스는 뭘로 만드나요?

 

며느리도 모릅니다. 제품에 성분 표기가 돼 있긴 하나 늘 그렇듯 '씨크릿 인그리디언트'가 있답니다. 성분이 낱낱이 알려진다 하더라도 제조 공정을 모르면 절대 같은 맛을 낼 수가 없다며 자신만만해 합니다. 성분표에 있는 재료를 한번 읊어볼까요? 영국산 오리지날의 성분은 이렇습니다:


Malt vinegar (from barley), spirit vinegar, molasses, sugar, salt, anchovies, tamarind extract, onions, garlic, spice, flavouring.


마지막 두 성분인 'spice'와 'flavouring'에는 정향, 간장, 레몬, 피클, 고추가 들었을 거라고 추측들을 합니다. 공장제 소스이면서도 무려 18개월이나 숙성을 시킵니다. 우리나라 시판 양조간장보다 세 배나 긴 숙성 기간을 갖습니다. 완성된 소스를 18개월 숙성시키기 전에 재료인 마늘과 양파를 먼저 1~2년간 삭혀야 합니다. 소스 하나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시간이 들죠. 집에서 만들 생각 마시고 사서 쓰세요. 값도 안 비싸고 성분도 나쁘지 않습니다. 식초가 들어가기 때문에 보존료를 따로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영국산과 미국산의 성분이 약간 다릅니다. 미국산에는 과거 사악하기 짝이 없는 고과당 옥수수 시럽[High Fructose Corn Syrup, 액상과당]이 쓰였다가 해악이 속속 밝혀지면서 2011년부터는 다시 설탕을 씁니다. 영국산 오리지날에 들어가는 맥아 식초malt vinegar 대신 화이트 증류 식초distilled white vinegar를 쓰며, 좀 더 걸죽한 성상의 제품도 낸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우스터셔 소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영국에서 생산되는 유럽용 제품에 비해 오히려 더 고풍스러운 포장을 하고 있는데, 영국에서 미국으로 우스터셔 소스가 처음 수입돼 들어갈 1840년 당시 병이 깨지지 않도록 보호 차원에서 두꺼운 종이로 병을 한 번 더 싸줬다고 하네요. 그때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거죠.

 


모방 우스터셔 소스들에 주의

 

원조가 아닌 모방 우스터셔 소스들 중에는 간혹 식품 생산에 쓰여서는 안 될 공업용 색소나 첨가물이 들어가기도 하니 주의해야 합니다. '수단1' 색소가 든 저가의 불량 우스터셔 소스 때문에 2005년에 대규모 식품 회수가 일어난 적이 있었습니다. 식품 업계야 늘 원료비를 한푼이라도 줄여야 하니 가능하면 싼 대체품을 쓰게 마련이죠. 이 때문에 애먼 <리 & 페린스> 우스터셔 소스가 덩달아 판매 부진을 겪고 고전을 했었습니다. 오리지날 <리 & 페린스> 우스터셔 소스, 그리 비싸지 않으니 일반 가정에서는 되도록 이걸 사서 쓰시길 권합니다. 한국에도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래 사진에 있는 150ml짜리 작은 병 하나가 우리돈 2천원도 안 해요. 한 번 사면 오래 씁니다. 모방품들 중에는 18개월씩 천천히 숙성시키지 않고 속성으로 처리해 내보내는 것들이 많습니다. 제대로 된 식초 대신 빙초산을 희석해 쓰는 것들, 안초비를 넣지 않고 MSG나 기타 첨가물로 맛낸 것들, 타마린드와 당밀을 생략하거나 적게 쓰고 색소를 별도로 넣은 것들, 생양파와 생마늘을 삭혀서 쓰지 않고 건조시킨 것이나 분말로 넣은 것들이 수두룩합니다. 사실 때 성분표를 꼼꼼히 읽어보세요.

 

 

고기 요리 외에 우스터셔 소스를 쓸 수 있는 요리는 또 무엇이 있나요?

 

고기 외에도 토마토나 치즈를 쓰는 요리들에 무난히 쓸 수 있습니다. 첫 사진에 있는 것은 체다를 올린 영국식 치즈 토스트입니다. 창의력을 발휘하셔서 이곳저곳에 활용해보세요. 참, 소스에 안초비가 재료로 들어가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는 먹을 수 없습니다. 안초비를 뺀 채식주의자용 모방품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그런 제품들을 이용하시면 되겠네요. 아래에 양파, 리크leek, 체다를 넣어 만든 영국식 어니언 수프, 영국의 치즈 토스트인 웰쉬 래빗, 씨저 샐러드, 그리고 블러디 메리 콕테일 영상을 차례로 걸어 드릴 테니 참고하시고요. 토마토 소스를 쓰는 채소 그라탕이나 채소 오븐 구이에도 활용을 해보세요. 유튜브에 우스터셔 소스 ☞ 전용 공간이 따로 있으니 이런저런 레서피를 둘러보시면 좋겠네요. 온갖 맛난 요리를 잔뜩 소개하고 있습니다. 170여년간 쓰인 소스라 여기저기 들어가는 곳이 많습니다.

 

 

 

 

 

 

 

 

 

 

 

 

 

 

 

 

 

 

 

 

 

 

 

 

"이거 넣으면 다 맛있어져."
- 1900년 미국의 우스터셔 소스 광고.

 

 

 

 

 

 

 


"이거 넣으면 다 맛있어져."

- 일제 시대 한국의 미원 광고.
(미국 새댁보다 우리 새댁이 훨씬 섹시하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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