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의 크리스마스 광고

영국의 리테일러들은 크리스마스 광고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광고 하나 만드는 데 공도 많이 들이고 돈도 참 많이 들여요. 이때 잘 벌어 놓지 않으면 다음 한 해를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죠.

 

올해는 1차대전 발발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오늘은 영국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광고 영상을 하나 소개할까 하는데요, 단단이 애용하는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의 크리스마스 광고입니다. 참전병, 부상병, 전쟁 유족들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영국의 자선 원호 단체 'The Royal British Region'과 손잡고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1차대전 이후 설립된 단체입니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영국 전역에서 종이로 만든 빠알간 양귀비 꽃 파는 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이 단체에서 기금 마련을 위해 하는 행사입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은 많이 보셨을 거예요. 광고 영상은 아마도 돈은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이 대고, 고증이나 사료 지원 등은 이 단체를 통해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밀리터리 취미가hobbyist인 다쓰베이더에 의하면, 복식이나 소품, 참호를 판 모양까지, 고증이 굉장히 잘 되었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 다들 잘 아실 텐데요, 다 알면서도 저는 들을 때마다 매번 큰 감동을 받곤 합니다. 서양인들에게 크리스마스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이들이 크리스마스에 갖는 애착은 우리 한국인이 설이나 추석 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아요.

옛날에는 전쟁하는 사람들은 다 군인 '아저씨'였는데, 지금 보니 맙소사, 다 우리 아들들 같은 앳된 청년들이잖아요? 가슴이 더 서늘해집니다. 네, 물론, 많은 희생자를 낸 의미 없고 명분 없는 전쟁이었죠. 이런 전쟁을 감동의 옷을 입혀 상업적으로 이용해 먹는다며 입 삐죽거리는 영국인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있었던 일화를 담은 이 영상을 보고 "그래, 그 전쟁은 할 만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있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전쟁이 얼마나 허무하고 잔인한 것인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아주 잘 만든 영상이라는 생각이 드는걸요. 전쟁 치른 지 100년이나 지나 이제는 참전 용사들도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시점에 다시금 전쟁의 덧없음과 스러져간 이들을 마음에 새길 수 있게 되었다며 많은 영국인들은 이 광고를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집집마다 꼬맹이들이 이 광고를 보고 1차대전에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묻기도 한답니다.

 

양쪽 진영의 모습이 빠른 속도로 교차돼서 좀 헷갈리실 텐데요, 군모에 빨간 띠가 있는 쪽이 독일, 군모 한가운데에 금장 배지badge가 붙어 있는 쪽이 영국입니다.

 

 

 

 

 

 

 

 

 

참, 영상에 나왔던 영국 청년의 쵸콜렛 있잖아요? 이걸 실제로 <세인즈버리즈>에서 판매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당시의 포장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하니 꼭 가서 몇 개 사 와야겠습니다. 수익금은 전액 <The Royal British Region>으로 간다고 합니다. 사 오면 사진을 찍어 이 밑에 걸어 보겠습니다. ■

 

 

 

 

 

 

 

11월 25일.
드디어 나왔습니다. 하하하, 영상에서 보던 것보다 작고 얇아요. 대신 값이 많이 쌉니다. 100g짜리 바 하나가 1파운드밖에 안 해요.

 

 

 

 

 

 

 

가성비 아주 좋네요. 다른 쵸콜렛의 반값 정도밖에 안 합니다. 성분도 좋아요. 고급 쵸콜렛은 아니지만 잘 만든 쵸콜렛입니다. 질감도 쫀득쫀득 매끄럽고 관능적이고요. 고향에서 온 소중한 쵸콜렛을 오토에게 건네고 짐은 다시 바싹 마른 비스킷으로 성탄절을 보내야 하죠. 참호에서 먹는 쵸콜렛 맛을 과연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요. 문득, 영화 <피아니스트>의 슈필만이 다락방에서 손가락으로 허겁지겁 딸기잼 떠 먹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때 그 신음 소리와 표정. 보면서 저도 같이 신음을 냈더랬죠. 그 영화 이후 다시는 딸기잼을 예사로이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고 난 이후 쵸콜렛도 이제는 무심히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