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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공학도들의 섬세함 본문
단단의 막내 오라버니가 식품공학과 출신입니다. 지금도 식품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식당 하는 사람은 없지만 제 본가 식구 모두 음식과 식품에 관심이 많아 밥상에 세 시간을 넘게 앉아 음식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치즈 시식기를 써 오고 있는데요, 치즈를 평가할 때 꼭 질감과 식감texture에 관한 언급을 하지요. 무식한 저로서는 치즈를 그저 부드럽다, 매끄럽다, 끈적거린다, 잘 부서진다, 까실거린다, 뭐 이런 수준으로나 평가를 하는데, 식품공학도들은 다음과 같은 용어들을 써서 세밀하게 구분을 하더군요. 숫자와 그래프도 막 나오고 그럽니다.
조직도 변화
① 견고성(Hardness)
② 부서짐성(Fracturability)
③ 부착성(Adhesiveness)
④ 탄력성(Springiness)
⑤ 응집성(Cohesiveness)
⑥ 점착성(Gumminess)
⑦ 씹힘성(Chewiness)
⑧ 복원성(Resilience)
허허, 섬세하고 멋진 사람들이죠. 이분들 덕에 우리가 식품을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섭취하고 있는 거지요.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3분카레 담은 레토르트 파우치retort pouch, 이런 거 참 신기하고 고맙지 않습니까. 방부제 안 넣고도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니.
식품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더라도 음식을 대할 때 조금이라도 과학적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특정 식품의 효능을 맹목적으로 신봉하거나 인류에 꼭 필요한 식품첨가물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있어 좋아요. 주부들 요리 블로그를 보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수제' 신화, '집밥' 신화, '천일염' 신화, '천연' 신화를 갖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천연이면 다 좋은 줄 알아요. 공장제 식품에 대한 근거 없는 의심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고요. 집에서 내 손으로 만들어 장기 숙성시킨 치즈나 발효시킨 장이 공장제 치즈나 장보다 안전하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죠. 지식도 없는 개인이 무슨 수로 유해물질을 파악해서 관리를 합니까. 그런데도 집에서 만든 음식은 공장제 음식보다 안전하고 우수하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많습니다. 집에서 튀긴 튀김은 건강한 튀김이라는 인식, 천일염을 썼으니 우리 집 김치는 공장제 김치보다 유익균이 더 많을 거라는 인식, 천일염은 몸에 좋으니 좀 많이 먹어도 상관없고, 정제 소금은 화학 소금, 독성 소금이니 먹으면 큰일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천일염과 정제염이 어떻게 해서 생산되는지를 전혀 모르니 이런 소리들을 하는 거지요. 형편없는 재료를 쓰고 있으면서도 그게 형편없는 재료인 줄도 모르고 그저 집에서 만든 음식이니 내 아이한테 좋은 걸 먹이고 있다고 뿌듯해하는 엄마, MSG를 장기 섭취하면 성인병에 걸리는 줄 아는 사람, 그야말로 백태입니다. ■
▲ 영국의 미슐랑 스타 셰프들은 천일염 안 쓰고 자염을 쓴다.
불순물이 적어 깨끗하고, 잡맛 쓴맛 없이 깔끔하고 경쾌한
짠맛을 내기 때문.
▲ 이들이 즐겨 쓰는 자염은 몰든 바다 소금과,
▲ 앵글시 바다 소금. 둘 다 맛이 아주 깔끔하면서 좋다.
수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앵글시 바다 소금은 심지어
유럽연합이 PDO 제도로 보호까지 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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