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피쉬 앤드 칩스 ② 런던 코벤트 가든 제이미 올리버 유니온 잭스 Jamie's Union Jacks 본문
아래의 글들을 먼저 읽고 나서 이 글을 보시면 좋습니다.
잠깐 다녀오세요.
☞ 피쉬 앤드 칩스 잘 먹는 법
☞ 런던 코벤트 가든의 또 다른 피쉬 앤드 칩스 집 <더 록캔 쏘울 플레이스>
장소를 옮겨 이번에는 <유니온 잭스>로 왔습니다.
점심은 <더 록캔 쏘울 플레이스>에서, 저녁은 이 <유니온 잭스>에서 먹은 거지요.
뭣?
저 양 많은 피쉬 앤드 칩스를 두 끼나 연속으로 먹었어?
휴... 이게 다 블로그 독자분들을 위해서라니까요.
같은 날 먹어야 그나마 공정한 비교가 되지 않겠습니까.
일단 커틀러리가 <더 록캔 쏘울 플레이스>보다 훨씬 크면서 무겁고 제대로입니다. 여긴 치피(chippy, 피쉬 앤드 칩스 전문점) 같은 간이 식당이 아니라 비록 캐주얼 레스토랑이긴 해도 제대로 된 식당이거든요.
<유니온 잭스>에서는 생선튀김의 크기와 생선 종류를 정할 수가 없습니다. <더 록캔 쏘울 플레이스>의 '레귤러 사이즈'와 같은 것으로 해덕haddock 하나만 냅니다. 코드cod는 현재 어획고가 해덕만큼 넉넉지 않아 의식적으로 이렇게 결정한 것 같습니다. 영국 요리사들은 해산물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매우 민감해하고 손님들 중에도 이런 걸 따지는 이들이 많습니다. 맛 차이는 거의 안 나니 옳은 결정이라고 봅니다. 사실 생선 값은 현재 해덕이 코드보다 더 비쌉니다.
<더 록캔 쏘울 플레이스>에서는 위 사진에 있는 것과 동일한 구성으로 먹으려면 19파운드, 여기서는 14.95 파운드가 듭니다. 머쉬 피즈, 피클gherkin, 감자튀김용 소스 값이 따로 안 들거든요. 머쉬 피즈가 기본으로 포함돼 있으면서 맛도 집에서 만든 것처럼 맛있습니다. 민트 잎을 넣어서 훨씬 맛있어요. 주방에서 직접 만든 맛난 케첩도 공짜로 마음껏 먹게 해줍니다.
타르타르 소스도 향초herbs가 들어 더 맛있고 레스토랑 퀄리티입니다. 입가심하라고 길게 썬 오이 피클 한 쪽까지 곁들였습니다. 접시도 더 나은 걸 썼고 감자튀김 밑에 빨간 깅엄gingham 패턴 종이도 한 장 깔았습니다. 사소한 곳에까지 꼼꼼히 신경 쓴 티가 납니다. 제이미가 확실히 눈치가 빠르고 사업 수완이 좀 있는 게, 이 집은 관광객이 주로 오는 집이라서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에 미리 간을 다 해서 내보냅니다. 먹는 사람 입장에선 그냥 썰어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니 편해서 좋긴 하더라고요.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알아서 간 해서 드슈." 하면 안 되죠. 주방에서 모든 걸 완벽하게 해서 손님한테 '척' 바쳐야 하는 겁니다.
간은 미리 다 돼서 나오지만 생선튀김 위에 소금이 안 보이면 왠지 허전해하고 서운해할 손님도 있을까봐 소금을 소량 살짝 얹어서 냈습니다. 그런데 저 소금이 어떤 소금이냐면요, 여기 유명 요리사들이 즐겨 쓰는 질 좋은 영국산 자염입니다. 맛뿐 아니라 식감과 멋을 위해서도 종종 음식 위에 뿌리곤 하는 거지요. 아까 <더 록캔 쏘울 플레이스>의 식탁 위에 있던 평범한 테이블 솔트와는 질적으로 다른 겁니다. 값도 훨씬 비싸죠. 아, 이런 꼼꼼한 것까지 신경을 쓴 게 눈에 보이니 일단 먹기 전에 기분이 좋아지지 않았겠습니까.
주인공인 생선튀김과 감자튀김도 여기가 훨씬 낫습니다. 아까 그 집보다 튀김옷은 더 바삭거리면서 생선살은 그야말로 살살 녹아 흐물어져 다쓰 부처 둘 다 신음 소리를 내며 먹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반죽batter이 '비어beer 바터'라는 점입니다. 풍미가 아주 좋아요. 감자튀김은 가늘게 썰었으니 전통식은 아니지만 훨씬 바삭하고 맛있었습니다.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를 감수하고 식감 때문에 먹는 감자튀김인데, 어차피 튀기는 거, 기왕이면 더 바삭하고 경쾌한 게 낫죠.
식탁마다 하나씩 놓여 있었던 케첩 통입니다. 예쁘죠? 주방에서 직접 만든 케첩이 한가득 들어 있었는데, 맛있어서 반 통을 저 혼자서 다 먹은 것 같아요. 감자튀김을 찍어 먹었습니다.
이 집은 <더 록캔 쏘울 플레이스>보다 모든 면에서 더 낫습니다. 음식 맛과 질도, 담음새도, 식당 분위기도, 값도요. 노천식당 특유의 활기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의자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다리 아프고 지쳤었는데 의자가 푹신해서 편했고, 놀랍게도 의자에서 온돌처럼 열이 나 먹는 내내 엉덩이와 발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런던 한복판에서 찜질방 경험을 다 했네요. 음식 먹으면서 피곤이 많이 풀렸습니다.
피쉬 앤드 칩스 먹는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관광객들이 한 가지 아쉬워할 만한 점이 있다면, 이 집의 피쉬 앤드 칩스는 맛있기는 하나 전통식은 아니라는 겁니다. 영국에 왔으니 기왕이면 맥주ale가 안 든 전통 반죽의 생선튀김을 경험해 보고 싶고 (에일은 따로 주문해 마실 수 있으므로 굳이 생선튀김 반죽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퓨리스트'들이 많음.) 영국인들처럼 자기가 소금도 직접 쳐보고, 몰트 비니거도 뿌려보고, 노더너들처럼 저 영국식 두툼한 감자튀김을 커리 소스에도 찍어 먹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온전한 식문화 체험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참, 코벤트 가든의 <유니온 잭스>는 복층으로 돼 있는데, 위층에서 드시는 게 서비스가 더 빠르고 낫다고 합니다. 저희는 아래층이 있는 줄 몰라서 위층에서 먹었습니다. ㅋ 여름에도 의자를 데워 줄지는 모르겠으나, 피로를 풀고 싶은 분들은 들어가실 때 "따끈한 자리로 주세요Heated seats, please."라고 요청하세요.
이 <유니온 잭스>는 피쉬 앤드 칩스 전문점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전문 치피보다 재료도 더 좋은 걸 쓰고 음식 맛과 값도 더 낫다니 재미있지 않습니까? 기회 되면 런던의 다른 치피들도 방문해 꼼꼼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더 읽을 거리
☞ 바닷가에서 먹는 피쉬 앤드 칩스의 맛
☞ 영국엔 피쉬 앤드 칩스 맛 과자도 다 있다는 사실
☞ 피쉬 앤드 칩스만 찾지 말고 다른 것도 경험해봅시다 - 영국음식 열전
'영국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쓰 ③ 바쓰, 거대한 조지안 테마 파크 (16) | 2015.06.05 |
---|---|
바쓰 ② 바쓰 애비 Bath Abbey (12) | 2015.05.31 |
바쓰 ① 샐리 런 Sally Lunn's, Bath (23) | 2015.05.29 |
대영박물관 관람 전략 두 가지를 짜보았습니다 The British Museum (22) | 2015.04.27 |
피쉬 앤드 칩스 ① 런던 코벤트 가든 <락 앤 솔 플레이스> (The Rock & Sole Plaice) (0) | 2015.04.20 |
[아프터눈 티] 런던 체스터필드 호텔 (18) | 2015.04.17 |
2014년 영국 윈체스터 크리스마스 마켓 (6) | 2014.12.23 |
영국 롬지 애비 Romsey Abbey (12) | 2014.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