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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지나치게 까다로운 당신

단 단 2015. 1. 13. 00:00

 

 

 

단단의 찻잔 수집 조건을 다시 한 번 정리해봅니다.

 

1. 본 차이나여야 한다. 또는 본 차이나처럼 뽀얗고 섬세한 맛이 있어야 한다.
2. 금테나 은테를 두르고 있어야 한다.
3. 찻잔 - 받침 - 간식접시tea plate로 된 트리오여야 한다.
4. 푸른 꽃이 주 소재여야 한다.


두툼한 도기earthenware나 석기stoneware에는 보통 금테를 두르지 않기 때문에 2번은 1번에 종속될 때가 많습니다. 금테는 얇은 자기에나 두르지요.

 


한국 도자기 회사들에 고함

 

유럽, 미국, 일본산 찻잔들만 살피다가 문득 우리 한국산 찻잔들이 궁금해진 단단. '그래, 한국산 도자기도 품질이 좋으니 디자인 괜찮은 것만 나오면 내 당장 산다.' 결심하고 검색에 나섰으나...

 

한국도자기, 행남자기 같은 국내 도자기 회사들은 이상하게도 '커피잔'을 꼭 2조 한 묶음으로 팝니다. '부부잔'인 거죠. 간식접시도 없이 커피잔만 무조건 2조를 사야 한다니, 참으로 괴이한 관행이 아닐 수 없으나, 그냥 수 년째 그렇게 팔고들 있습니다. 상품을 어떻게 구성해야 더 잘 팔릴지 트렌드 조사도 않고 그저 외국 유명 상품 베끼는 데만 골몰. 누가 한국도자기나 행남자기 본사에 가시게 되면 저 대신 건의 좀 해주세요. 커피잔이라 하지 말고 찻잔이라 이름 붙이고, 1조씩 따로, 간식접시도 함께 내야 한다고요. 홍차 즐기는 사람이 커피 즐기는 사람보다 찻잔이나 커피잔에 관심을 더 많이 갖고 더 자주 사는 경향이 있으니 도자기 회사들은 차 마시는 사람들 취향과 트렌드를 잘 살펴야 합니다. 홍차 동호회 같은 곳도 수시로 드나들면서 시장 조사와 구매 패턴도 분석해야 해요.

 

저는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요즘은 커피를 얇은 본 차이나 잔에 마시지 않고 보온 잘 되는 두툼한 잔에 담아 마시지 않나요? 만들기는 서양식 본 차이나 찻잔을 만들어 놓고선 이름은 커피잔이라 붙이고, 간식접시도 없이 1인 가구 많은 요즘 세상에 부부잔을 고집스럽게 내고들 있다니. 부부라 해도 각자 취향이 다를 수 있을 텐데, 이건 마치 '커플룩' 만큼이나 촌스럽지 않습니까. 다쓰 부처도 좋아하는 찻잔이 달라 찻자리에서 서로 다른 찻잔을 고르는데 말이죠.

 


웨지우드 찻잔 사기 거참 힘드네

 

영국 살면서 홍차 즐기고 찻잔 모은다는 단단의 집에 의외로 영국 도자 산업의 아버지뻘 된다는 웨지우드의 찻잔이 적습니다. 로얄 알버트는 거의 모든 자사 찻잔에 금테를 두르지만 웨지우드는 애석하게도 로얄 알버트 만큼 찻잔에 열심히 금테를 두르질 않아요. 그래서 웨지우드에서는 푸른 꽃 찻잔은 고사하고 금테 두른 찻잔도 찾기가 힘듭니다. 금테 두른 찻잔을 찾았다 해도 저 4번이 참으로 골치 아픈 조건으로 작용을 해 찻잔 수집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수집 조건에 맞는 웨지우드 찻잔 들이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요즘 나오는 제품들 사진을 곁들여 설명해 보자면요,

 

 

 

 

자, 이 찻잔은 분명 위의 모든 조건에 들어맞습니다. 하지만 푸른 꽃 찻잔이라 자신 있게 말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데가 있어요. 분홍 꽃이 너무 주연처럼 튄단 말이죠. 안타깝지만 불합격.

 

 

 

 

이것도 푸른 꽃이 조연이라서 불합격.

 

 

 

 

 

이건 푸른 꽃이 주연이긴 한데, 푸른 꽃 찻잔이라 하기엔 전체 색감이 좀 애매하므로 불합격.;;

 

 

 

 

 

 

 

 

 

푸른 꽃이 쌈빡하고 예쁘게 튀긴 하나 분홍 꽃의 시녀라서 불합격.

 

 

 

 

주황색이 좀 많긴 하지만 어쨌거나 조건에 딱 맞는 푸른 꽃 찻잔 간만에 발견!

이 정도면 푸른 꽃 찻잔으로 쳐줄 수 있지요. 

사려고 봤더니, 
같은 무늬의 간식접시를 따로 팔지 않고 쓸데없는 것들과 섞어서 4개 1조로 묶어 팝니다.

원치 않는 것까지 함께 사느라 돈이 너무 많이 들게 되니 트리오 구성 불가.

고로 불합격. (흑흑)

 

 

 

 

너도 꽃이냐? 정체를 밝혀라.
애매하므로 불합격.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찻잔 수집한다는 차 애호가 단단이 오히려 예쁜 게 눈에 띄면 거리낌없이 사는 비수집가들보다 찻잔을 적게 갖고 있더라는 겁니다. 이럴 때 '아이러니'라는 영어 단어를 쓰면 적절할까요?

 

그런데 오늘.
어떻게 하면 웨지우드 찻잔을 들일 수 있을까 궁리하던 단단에게 쓸모있는 남편 다쓰베이더가 우연히 누리터에서 웨지우드 신상품을 발견하고선 보고를 했으니.

 

 

 

 

 


"마눌, 이것 좀 보오. 웨지우드 푸른 꽃 찻잔 찾는다 하지 않았소?"
아아, 정말 오랜만에 웨지우드가 금테 두른 본 차이나 푸른 꽃 트리오를 냈구나. 도대체 이게 몇 년 만인지 감개무량입니다. 10년에 한 번 일어날까말까한 대사건이니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사야겠다 마음먹은 단단.


미국에만 출시됐습니다.
단단은 비싼 해외 배송비까지 물면서 찻잔을 사 들이지는 않아요.


푸쉬쉬쉬쉬쉬쉬......
(김 빠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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