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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

새해 첫 아프터눈 티

단 단 2015. 1. 14. 00:00

 


비가 잠깐 내리긴 했지만 오늘은 햇빛이 정말 좋았습니다. 찬란한 햇빛을 보고 나니 창가에 앉아 아프터눈 티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나는 거예요. 장 보러 가는 길에 해 잘 드는 곳에 앉아 한참 햇빛을 쬤습니다. 영국에서는 좌우간 해만 봤다 하면 맨살 드러내고 햇빛을 쬐야 합니다. 영국 여자들이 노출증이 있어 툭하면 길에서 옷 훌렁훌렁 벗어제끼는 게 아녜요. 그게 다 살려고 발버둥치는 거예요. 며칠 전 한국 신문을 보니 한국 여성들이 하도 잡티 없는 뽀얀 피부에 집착을 해 비타민D 부족이 심각하다는 경고가 다 났던데, 

한국에 계신 여성 동지 여러분, 
거죽 뽀얀 건 중요하지 않아요. 뼈 다 삭으면 어쩌려고요. 햇빛을 쬐야 뇌도 팔팔하다면서요. 햇빛을 쬐세요, 햇빛을!

 

 

 

 

 

 

 

 

 

오늘은 햇빛이 하도 강해 스티로폼 판으로 창문을 가렸습니다. 별일이죠. 햇빛이 너무 세면 사진이 안 나옵니다. 2단 스탠드에 이번에는 금테 두른 하얀 접시를 올렸습니다. 지난 번 크리스마스 찻상보다는 좀 더 격식 갖춘 듯한 느낌이 들죠? 아, 하얀 접시의 힘이란.

 

 

 

 

 

 

 



죄 수퍼마켓에서 사다가 차렸습니다. 그래도 수퍼마켓을 두 곳이나 들러 나름 질 좋고 맛있는 걸로 골랐어요. 영국 티 샌드위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새우 마요네즈prawn mayo 샌드위치입니다. 제 입맛에는 <웨이트로즈> 수퍼마켓 것이 가장 맛있습니다. 뒤엣것은 다쓰베이더가 고른 채소 잔뜩 든 샌드위치입니다. 우리 집 영감이 '초식남'입니다. 외모는 매우 우락부락, 털 북실북실한데 고기를 잘 안 먹어요. 채소 과일을 좋아합니다.

 

 

 

 

 

 

 

 

빠알간 라즈베리 타트는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에서, 나머지 둘은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에서 최고급 라인으로 사다 얹었습니다. 외모는 수수해도 맛과 성분이 좋습니다. 수퍼마켓표 공장제 과자들인데도 유지는 진짜 버터만 (듬뿍) 쓰고, 달걀은 자연 방사란free range eggs에, 단맛도 고과당 옥수수 시럽 따위 싼 대체물 안 쓰고 그냥 설탕을 써서 냅니다. 좋은 재료 사다 집에서 직접 만드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요. 그러면서도 공장제 대량생산품이라 비용은 덜 들어요.  

저는 이제 누가 사주는 호텔 아프터눈 티가 아니면 밖에 나가서 제 돈 내고 아프터눈 티를 잘 안 사 먹습니다. 찻상 차리기가 일상인 나라이다 보니 영국의 수퍼마켓들이 티타임용 음식들을 좋은 값에 잘 내고 있어 굳이 밖에서 사 먹을 필요가 없어요. 풍광이 특별히 좋은 티룸이라면 모를까. 그냥 이렇게 자기 취향에 맞는 걸로 골라 사서 2단이나 3단 트레이 위에 얹기만 하면 되죠. 집에서 힘 하나 안 들이고도 만족도 높은 티타임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어설픈 티룸들 샌드위치보다 수퍼마켓 샌드위치가 훨씬 맛있고요. 단것들도요. 티타임용 2단, 3단 트레이도 어디서나 쉽게 재질별로 골라서 살 수 있어서 우리 집에도 현재 도자기, 유리, 나무, 돌, 금속 등 온갖 재질의 1, 2, 3단 트레이들이 있어요. 홍차도 내로라 하는 호텔 티룸 차보다 우리 집 차가 품질이 훨씬 좋을 겁니다.

 

 

 

 

 

 

 


이건 다쓰베이더가 고른 찻잔. 
엄밀히 말하면, 다쓰베이더 소유의 찻잔입니다. 이 찻잔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지요. 

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들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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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가 고른 찻잔입니다. 로얄 알버트의 1950년대 손그림 손채색 제품입니다. 붓으로 깔끔하게 그린 얇은 금테도 좋지만 이렇게 스폰지로 콕콕 찍어 효과를 낸 금테도 좋더라고요.

 

홍차는 또 칸톤티Canton Tea의 쵸콜렛 티로 우렸습니다. 올 겨울 우리 집 크리스마스 티였습니다.

 

아, 날씨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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