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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프랑스 샤비슈 뒤 푸아투 Chabichou du Poitou 염소젖 치즈 본문
▲ 프랑스 푸아투-샤랑트 Poitou-charentes, France.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인 루와르Loire 강을 낀 푸아투-샤랑트 주는 프랑스에서 염소젖 치즈의 메카쯤으로 통한다고 합니다. 이 지역 염소젖 치즈 중에 샤비슈 뒤 푸아투라는 아주 개성 있게 생긴 치즈가 있는데 오늘은 그 치즈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제가 수퍼마켓에서 사 온 것은 4500개 생산자로 구성된 협동조합 '에우리알Eurial'의 염소젖 치즈 전문 브랜드 <쑤애뇽Soignon> 제품이었습니다. 독립 농가fermier, 협동조합coopérative, 공장industrial 제품이 모두 가능합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안에 뭔가 심상치 않은 게 들어 있죠.
<쑤애뇽>은 프랑스에서 염소젖 치즈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판매량 1위 브랜드 치즈가 반드시 가장 잘 만든 치즈라는 뜻은 아닙니다. 맛은 좀 모자라도 소위 '가격 대비 성능'이 좋거나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대기업이 현란한 광고 문구로 조악한 치즈를 그럴듯하게 선전해 대 익숙한 탓에 집어 드는 것일 수도 있고요. 프랑스인이면 다들 치즈 박사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치즈맛을 잘 몰라 그저 설익혀 내놓는 대기업 공장제 치즈들이나 사 먹는 이들이 수두룩하다고 개탄하는 프랑스 영상을 본 적 있죠. 아티잔 치즈 장인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소식 자주 듣습니다.
<쑤애뇽>이 생산하는 염소젖 치즈들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가는 원통형의 쌩뜨 모흐Sainte-Maure가 있습니다. 영상의 맨 앞부분에서도 소개가 되고 있죠. 오늘 소개할 치즈는 위가 잘린 원뿔 모양의 샤비슈 뒤 푸아투입니다. 영상에서는 보이질 않네요. 위의 두 사진에 있는 치즈는 결국 같은 곳에서 생산하는 같은 치즈인데, 제가 사 온 것은 수퍼마켓 자사 상표를 달고 판매가 되기 때문에 수퍼마켓 고유의 포장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오오, 카리스마 넘치죠? 수퍼마켓 치즈 선반에서도 단연 돋보이더라고요. 포장에 "Full fat mould ripened soft cheese made with pasteurised goats' milk"라고 써 있는데요, 지방을 빼지 않고 전지유 그대로 쓰되 안전을 위해 저온살균을 한다는 뜻입니다. "Mould ripened"는 껍질의 흰곰팡이에 의해 겉에서부터 안으로 숙성해 들어온다는 소리이고요.
영양 정보를 읊자면,
100g당
열량 303kcal
지방 25g
단백질 17.6g
탄수화물 1.9g
포장을 보니 저 150g 한 덩이를 5인분으로 잡고 있네요. 치즈보드에 올리면 크기도 알맞고 외모도 카리스마가 넘쳐 근사하겠습니다. 뇌 같고, 곱창 같고, 애벌레 들끓는 것 같다고 다들 도망가려나요? ㅋ
볼수록 멋있습니다. 치즈가 안으로 숙성해 가고 겉이 마르면서 쭈글쭈글해지는 겁니다. 아직 덜 말라서 저렇게 주름이 깊습니다. 더 숙성돼서 건조해지면 오히려 표면이 좀 평평해집니다. 3주까지 숙성을 시킨다고 합니다. 제가 사 온 것은 어느 정도 숙성을 시켰는지 밝히지를 않아 알 수가 없습니다.
칼로 반을 가르는데 생각보다 속살의 밀도가 높아서 칼이 잘 안 나갑니다. 제법 뻑뻑합니다.
치즈 포장 문구에 있던 그 "mould ripened"라는 표현은 이렇게 반을 갈라 속을 보면 단번에 이해가 됩니다. 대개의 치즈들은 공기에 항상 닿고 있는 껍질이 가장 단단하고 가운데로 갈수록 촉촉하기 마련인데요, 이렇게 외피에 흰곰팡이가 있는 치즈들은 겉에서 안으로 숙성돼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 가운데 속살보다는 오히려 껍질 바로 안쪽이 숙성이 먼저 돼 물처럼 흐릅니다. 이런 치즈들은 저 물처럼 흐르는 껍질 바로 아래 부분의 질감이 정말 관능적입니다. 맛도 좋고요. 가운데 속살은 아직까지 껍질의 곰팡이와 미생물 기운이 덜 미쳐 단단하면서 보슬보슬합니다. 숙성이 좀 된 치즈들은 어린 치즈들보다 속살의 밀도가 더 높아집니다.
질감이 주는 관능미는 역시 훌륭합니다. 이 치즈는 3단계로 질감을 음미할 수 있겠습니다. 부드러우면서 제법 쫄깃하게 씹히는 껍질 - 이보다 더이상 매끄러울 수 없는 껍질 바로 밑의 흐르는 부분 - 달걀 노른자와 비슷한 질감이나 그보다는 좀 더 밀도가 높으면서 입자가 매우 곱고 부드러운 속살.
무시무시한 생김새와는 달리 껍질의 맛과 향은 강하거나 부담스럽거나 하진 않습니다. 기분 좋을 정도의 약한 쓴맛과 신맛이 느껴집니다. 껍질 밑의 흐르는 부분에서는 고소한 버터 맛이 물씬 납니다. 산미가 느껴지는 속살과는 맛이 전혀 다릅니다. 다쓰 부처 입맛에는 비슷한 크기의 프랑스 염소젖 치즈인 ☞ 발랑세보다는 맛과 질감 모두 낫네요. 무게당 값도 좀 더 싸고 외모도 더 특이하고요. 특히, 발랑세가 가지지 못한 껍질 씹는 맛이 있습니다. 발랑세보다 치즈가 약간 더 단단하면서 덜 '고티goaty'합니다. 염소젖 특유의 맛이 아주 안 나는 건 아니지만 발랑세에서 나는 그 발냄새 나는 남정네의 비에 젖은 양말 냄새와 막걸리 냄새가 안 납니다[발랑세 = 발냄새]. 단맛이 염소젖 경성 치즈들만큼은 안 나지만 어쨌거나 맛있는 치즈입니다. 뇌처럼 생긴 징그러우면서 특이한 외모도 마음에 쏙 듭니다.
지금까지 맛본 프랑스 연성 고트 치즈들 중에서는 이 샤비슈 뒤 푸아투가 가장 맛있습니다. 애주가들께서는 뇌빌-드-푸아투Neuville-de-Poitou, 디쏘Dissau, 쌍-마르탱-라-리뷔에르Saint-martin-la-riviere 지역의 레드 와인을 곁들이면 좋겠습니다. 치즈 애호가인 저는 치즈 먹을 때 와인을 곁들인다고 생각을 하는데,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 마실 때 치즈를 안주쯤으로 생각하고 곁들이는 겁니까? 소중한 치즈를 조연 취급하면 안 됩니다.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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