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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인도 파니르 Paneer • 팔락 파니르 만들기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인도 파니르 Paneer • 팔락 파니르 만들기

단 단 2015. 2. 16. 00:00

 

 

 

 단단이 임명한 미스 파니르

 



인도 치즈는 처음 소개합니다.
인도의 장인들이 한땀한땀 공들여 만든 치즈..
..일 것 같죠?


이 치즈는 장인이 만들지 않고 가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즉석에서 만들어 씁니다. 여러분도 집에 우유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어 드실 수 있습니다. 요거트는 만들어 봤어도 내가 치즈를 만들 수 있다니, 이거 믿기지가 않는구만, 하실 분들 많을 텐데요, 그런 분들은 당장 우유 1리터짜리 하나를 사 오십시오. 지금부터 파니르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유가 어떻게 굳게 되는 거지?
치즈는 우유 속의 단백질 성분 등을 굳혀서 만들지요. 우유 속 성분을 굳히는 방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잘 알려진 방법으로는 젖을 떼지 않은 수송아지의 네 번째 위장에서 추출한 효소rennet, 또는 그 대체제인 식물성 효소를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치즈들은 대부분 효소를 써서 굳힌 것들입니다. 동물성 효소를 쓰는 것이 전통식이고, 요즘은 채식주의자를 고려해 식물성 대체 효소를 쓰는 곳도 많습니다. 식물성 효소를 쓰면 완성된 치즈에서 약한 쓴맛이 난다고 하는데, 같은 조건에서 동물성 효소와 식물성 효소를 각각 넣어 만든 치즈를 비교 시식해 본 적이 없어 저는 차이를 잘 모릅니다. 쓴맛이 치즈 제법에서 오는 건지, 식물성 효소 때문인 건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어요. 동물성 효소를 쓰는 치즈들 중에도 쓴맛 나는 것들이 제법 많거든요.

 

그 다음으로는 레몬즙, 라임즙, 식초 같은 을 넣어 굳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효모유산균을 넣어 굳히는 방법이 있고,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우유가 시큼해지도록 두어 제 스스로 굳게 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파니르는 레몬즙이나 라임즙, 혹은 식초로 굳혀 만듭니다. 누구든 손쉽게 만들 수 있고, 동물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아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응유를 잘 씻어 내지 않으면 완성된 치즈에서 첨가한 레몬즙이나 라임즙, 식초의 향이 날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인도에는 채식주의자가 아주 많은데, 이런 치즈는 채식주의자들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돼 줍니다. 파니르는 숙성을 시키지 않는 '신선 치즈fresh cheese'로 분류됩니다. 그렇죠, 그 더운 나라에서 무슨 수로 치즈를 숙성시킬 수 있겠습니까.

 

 

 

 

 

 

 

 


파니르 만들기
먼저, 우유가 필요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소리가 되겠지만, 우유 양이 많을수록 산출되는 치즈 양이 많아집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인도 요리책에서는 4인을 위한 파니르를 만들기 위해 1리터의 우유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생유나 저온살균한 전지유를 쓰는 것이 결과가 가장 좋습니다. 부분 탈지유까지는 괜찮으나 완전 탈지유는 결과가 신통찮다고 합니다. 너무 고온에서 살균한 우유도 잘 굳지를 않는답니다. 수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보통의 전지유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1. 먼저, 우유를 냄비에 넣고 불에 올려 끓기 직전까지 데워 줍니다. 집에 온도계가 있는 분들은 대략 80~85˚C 정도로 데우면 됩니다. 우유를 데워 줘야 잘 굳습니다.

 

 

 

 

 

 

 



저는 집에 레몬이 많이 있으니 레몬즙을 써서 굳히겠습니다. 라임즙이나 식초도 괜찮습니다. 전에 파니르를 만들고 남은 유장whey이 있으면 그걸 넣으셔도 됩니다. 유장을 넣어 굳히면 좀 더 부드러운 파니르가 된다고 합니다.


2. 데운 우유에 레몬즙 4큰술[1큰술=15ml]을 넣고 잘 저어 줍니다. 잠시 후 몽글몽글한 순두부 같은 것이 생길 텐데, 잘 굳지 않으면 레몬즙을 더 넣어 주시면 됩니다.

 

 

 

 

 

 

 



아, 굳기 시작했습니다. 약 30분 정도 이 상태로 방치합니다.

너무 뜨거울 때 다루면 손을 델 수도 있으니 좀 식혀야 합니다.

 

 

 

 

 

 

 



3. 면보를 씌운 체에 받쳐 유장을 흘려 보냅니다. 이 유장을 받아 두었다가 이런저런 용도로 활용을 하셔도 됩니다. 유장에도 영양이 꽤 남아 있어 영국의 양돈 농가에서는 이 유장을 가져다 돼지 먹이로 쓰기도 합니다. 유장이 어느 정도 빠졌으면 찬물에 헹구어 레몬의 산미를 좀 가셔 줍니다. 이 작업을 해줘야 완성된 치즈에서 레몬 맛이 너무 많이 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는 물기를 최대한 많이 빼 내야 합니다. 천을 꽁꽁 감싸서 힘차게 쥐어짠 뒤 무거운 것을 위에 올려 잠깐 동안 두면 됩니다.

 

 

 

 

 

 

 

 



4. 물기가 빠졌으면 이제 원하는 형태로 성형을 해줍니다. 저는 정사각형 밀폐용기에 넣어 꾹꾹 눌러 모양을 잡아 준 뒤 다시 빼내 키친타올 몇 겹을 둘러 무거운 절구 밑에 두었습니다. 물기가 좀 더 빠집니다.


끝.
바로 요리에 활용하시면 됩니다. 너무 잘 부스러져 다루기가 힘들면 냉장고에 넣어 차게 식혔다 쓰셔도 됩니다. 더 단단해집니다. 소금 간은 안 합니다. 그야말로 우유 자체의 풍미를 즐기는 치즈인데, 이 때문에 어떤 강한 소스를 입히든 다 잘 어울리고, 열을 받아도 녹지 않기 때문에 커리에 넣기가 매우 적합합니다.


이건 양이 적어서 그냥 맨입에 간식 삼아 먹었습니다. 집에서 내 손으로 치즈를 다 만들다니, 뿌듯하기 짝이 없어요. 얼마나 고소하고 달고 신선하고 맛있는데요. 캬라멜 단맛이 나서 참 맛있습니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우유 800ml만 써서 만들었더니 양이 좀 적게 나왔는데, 한 번 만들 때 넉넉하게 만들어 두시면 좋겠습니다. 보관 방법은 두부와 똑같습니다. 밀폐용기에 넣어 마르지 않도록 물에 잠기게 해 냉장 보관하시면 됩니다.

 

 

 

 

 

 

 



시판 파니르
그런데 영국에서는 집에서 파니르 만드는 사람이 드뭅니다. 수퍼마켓들이 파니르를 팔거든요. 성분도 집에서 만드는 것과 같고 값도 싸서 굳이 우유 사다가 집에서 만들 필요를 못 느낍니다. 우리 한국인들이 집에서 두부를 만들지 않고 죄 사서 쓰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이건 압착을 많이 했는지 밀도가 높고 꽤 단단합니다. 이런 단단한 것들은 물에 10여분간 데쳐서 부드럽게 만든 뒤 써야 합니다. 다소 번거롭긴 하나 그래도 직접 만들어 쓰는 것보다는 훨씬 편합니다.

 

 

 

 

 

 

 



이건 집에서 만든 것과 거의 흡사한, 다소 성긴 질감의 파니르입니다. 데치지 않고 바로 쓸 수 있어 편합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꼭 두부 같죠?

 

 

 

 

 

 

 



깍둑 썰어서 씁니다.
허허, 영락없는 두부일세.

 

 

 

 

 

 

 



시금치 커리 만들기
파니르는 시금치 커리인 팔락 파니르 만들 때 많이 씁니다. '팔락'이 시금치라는 뜻입니다. 사진에 있는 건 영국 시금치인데요, 한국 시금치만큼 단맛이 많이 나거나 특유의 그 시금치 맛이 강하지 않고 다소 싱겁습니다. 어린 잎이라서 그렇지요. 여기서는 시금치 잎을 샐러드에 넣어 잎채소처럼 생으로 많이들 먹기 때문에 맛이 너무 강하지 않은 어린 잎을 선호하거든요. 생산자가 아예 세척까지 다 해 비닐 봉지에 담아 수퍼마켓에 납품하니 소비자는 그냥 봉지 뜯어 바로 샐러드에 얹어 내기만 하면 됩니다. 수확하자마자 포장해서 납품하기 때문에 수퍼마켓에서 보는 시금치들은 항상 생생합니다.

 

 

 

 

 

 

 

 

 

산더미처럼 보여도 익히면 한줌인 거, 다 아시죠?

 

 

 

 

 

 

 



인도 시금치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인도 요리책에 있는 사진입니다. 단맛 많이 나는 한국 시금치로 팔락 파니르를 만들면 인도 시금치 맛에 더 가까우면서 더 맛있을지 모릅니다.

 

 

 

 

 

 

 



이건 영국의 해산물 전문 요리사인 릭 스타인Rick Stein 아저씨 조리법으로 만들어 본 겁니다. 정통 팔락 파니르의 진흙·개펄·늪 비주얼을 영국인들은 견딜 수가 없는 거지요. 곱게 갈지를 않고 재료를 그냥 칼로 썬 그대로 써서 보기에는 좀 낫긴 한데, 치즈 외에 요거트와 크림이 별도로 들어가 제 입맛에는 좀 느끼합니다.

 

 

 

 

 

 

 



이건 영국의 헤어리 바이커스Hairy Bikers 아저씨들 방법으로 만든 겁니다. 그간 만들거나 사 먹어 본 팔락 파니르 중에서는 이게 제 입맛에 가장 잘 맞습니다. 정통 팔락 파니르에 살짝 변주를 준 건데 아주 맛있어요. 이 털보 아저씨들이 제법이라니까요. 아래에 BBC 영상을 걸어 드릴 테니 참고하세요.
약 4인분입니다.

 

 

 

 

 



 

 

 

 

 

 

 

 

 

 

제가 글로 다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시금치 커리를 만듭니다.


재료

 기ghee 또는 각자 선호하는 식용유 3큰술 [1큰술 = 15ml]

양파 중간 크기 2개, 잘게 네모 썰기

생강 20g, 곱게 다지기

마늘 3알, 곱게 다지기

큐민 씨cumin seeds 1작은술 [1작은술 = 5ml]

고수 씨coriander seeds 빻은 것 1작은술

강황가루turmeric powder 1작은술

매운 녹색 고추 1개, 길이로 반 가르기

소금sea salt flake 1작은술

다진 토마토 깡통 400g짜리 1통

설탕 1작은술

시금치 잎 400g

후추

 

 

 

 

 

 

 



만들기

1. 중불에 큰 냄비를 올려 기나 해바라기씨유를 넣고 달군다.

2. 양파를 먼저 볶다가 생강, 마늘을 넣고 타지 않게 볶는다. 6~8분 소요.

3. 향신료, 고추, 소금을 넣고 1분간 더 볶는다.

4. 토마토와 설탕을 넣고 20분간 얌전히 보글보글 끓인다simmer.

5. 끓는 동안 파니르를 준비한다[아래에 별도로 정리].

 

6. 커리 소스가 다 끓고 파니르가 준비 되었으면 소스에 후추를 갈아 넣는다. 간을 보아 싱거우면 소금을 더 넣어도 된다.


7. 시금치를 커리 소스에 넣고 2~3분간 익힌다. 물이 필요하다 싶으면 2~3큰술 넣어도 된다.


8. 커리 소스에 파니르를 넣고 튀김옷이 벗겨지지 않도록 가볍게 잠깐만 섞어 그릇에 담아 낸다.

 

 

 

 

 

 

 



한편, 파니르는 이렇게 준비합니다. 그냥 쓰지 않고 세몰리나[굵게 간 밀가루]와 가람 마살라를 섞어 옷을 입힌 뒤 기름에 한 번 튀겨서 씁니다. 우리가 두부 튀겨 먹듯이요. 이렇게 하면 바삭거리면서 가람 마살라 향이 나서 더 맛있습니다.


 파니르 220g

세몰리나 3큰술

가람 마살라 1작은술

해바라기씨유 3~4큰술

 

1. 쟁반 같은 편평한 그릇에 세몰리나와 가람 마살라를 넣어 잘 섞는다.


2. 파니르를 적당한 크기로 깍둑 썰어 세몰리나와 가람 마살라 섞은 것에 굴려 옷을 입힌다. 신기할 정도로 가루가 치즈 표면에 잘 붙는다.


3. 중불의 프라잉 팬에 기름을 두르고 기름이 달궈지면 옷 입힌 파니르를 노릇노릇 바삭바삭해질 때까지 튀긴다. 튀김옷이 벗겨질 수 있으니 자꾸 뒤집지 않도록 한다.


4. 키친 타올에 건져 여분의 기름을 제거한다.

 

 

 

 

 

 

 

 


파니르를 넣고 같이 조리하는 게 아니라 커리 따로 파니르 따로 준비해 상에 내기 직전에 합쳐서 잠깐 동안만 섞다가 내주는 겁니다. 튀긴 파니르를 소스에 미리 넣어 한참을 저으면 튀김옷이 벗겨지고 눅눅해집니다. 공들여 튀긴 게 소용 없어져요. 소스와 파니르가 거의 같은 시간에 완성되도록 해서 파니르가 식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완성.
제가 이 블로그에서 인도 커리를 소개할 때마다 늘 하는 말이 있는데요, 가정집 커리는 밖에 나가 사 먹는 커리와는 맛이 정말 많이 다릅니다. 기름지지가 않고 산뜻하면서 재료의 향이 생생히 살아 있어요. 커리집들은 대개 기본 커리 소스를 영업 시작 전에 미리 잔뜩 만들어 두었다 쓰기 때문에 그런 거지요. 영업집이 매 주문마다 커리를 처음부터 새로 만들고 있으면 장사 못 하죠. 이해합니다. 기름도 많이 쓰는 경향이 있어 음식 사진을 찍으면 윤기가 잘잘 흐르고요. 사진의 커리 '매트'한 것 좀 보세요. 



한국의 낙농업계에 고함
우유 재고 때문에 요즘 멀쩡한 젖소까지 살처분해 가며 고군분투 중인 거 압니다. 인도 커리 좋아하는 요즘 신세대 기호에 맞춰 '팔락 파니르 집에서 만들어 먹기' 홍보를 해보세요. 아니면 우유 농가들이 직접 파니르를 만들어 수퍼마켓에 납품을 하던가요. 파니르는 다른 치즈들과 달라서 만드는 데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유통기한도 길고요. 저도 냉장고에 늘 떨어뜨리지 않고 쟁이고 있다가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씁니다. 4인분 시금치 커리용 파니르 한 번 만드는 데 우유가 1리터나 듭니다. 우유 먹고 싶어도 비싸서 못 사 먹는다는 댓글이 수두룩합니다. 다짜고짜 '효능 드립' 하면서 우유 많이 먹으라는 기사만 내고 있지 말고 우윳값을 조금 내리고 팔락 파니르를 열심히 알리세요. 우유 자알 팔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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