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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프랑스 아봉덩스 Abondance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아봉덩스 Abondance

단 단 2015. 1. 30. 00:30

 

 

 

 프랑스 오트-사브와 Haute-Savoie, France

 

 

 

 

 

 

 

 

 

 

 

 


프랑스 알프스 지역인 오트-사브와 북부에서 생산하는 치즈를 소개합니다. 알파인 치즈들은 스위스 치즈이건 프랑스 치즈이건 이탈리아 치즈이건 맛없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이 치즈도 기대가 됩니다. 아봉덩스 마을의 아봉덩스 계곡 이름을 따서 치즈 이름을 지었습니다. 스위스 접경 지대에 바로 위치하고 있다고 하니 스위스 치즈와 공통점이 매우 많으리라 예상할 수 있지요. 12세기부터 전해져 오는 제법 그대로 만든다고 합니다. 산악지대에서 치즈의 자산 가치를 간파한 아봉덩스의 수도승들이 마을을 목초지로 재정비하고 마을 농부들과 힘을 합쳐 치즈 제조를 아예 사업화했습니다. 1381년에는 교황 선거 비밀 회의conclave에도 제공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990년에는 AOC로 보호를 받게 되고 1996년에는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살균하지 않은 생유 전지유로 만듭니다. 스위스 에멘탈처럼 싸일리지silage나 발효 건초는 일절 먹이지 못하도록 엄격히 금하고 있어 여름에는 생초를, 겨울에는 발효시키지 않은 건초만 먹일 수 있습니다. 최소한 100일은 숙성을 시킵니다. 매년 2,400톤의 아봉덩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60개의 농가 및 15개의 치즈 제조 숙성 전문 개체가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우유를 공급하는 곳은 200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아펜젤러처럼 치즈를 거의 브랜드화하다시피 했더라고요. 누리집이 아주 잘 돼 있습니다.
아봉덩스 치즈 공식 누리집

 

 

 

 

 

 

 

 


치즈 가운데가 갈라져 있길래 집으로 가져오는 중에 잘못된 줄 알았는데, 누리터에서 사진들을 찾아보니 원래 가운데가 잘 갈라지는 치즈인 모양입니다. 기술적인 용어는 잘 모르는데, 이 치즈는 'demi-cuit (half-cooked)' 치즈로 분류가 됩니다. 'Cooked cheese'와 'uncooked cheese'는 아는데 'half-cooked cheese'는 뭔지 모르겠네요. 이 때문에 부드러운 질감을 갖게 되고 헤이즐넛 맛이 나게 된다는군요. 치즈 포장에 아예 "헤이즐넛 맛이 난다"고 써 놓았습니다.

 

 

 

 

 

 

 

 



껍질과 껍질 가까운 쪽에서는 그뤼예르에서 나던 진한 건어물 향과 헤이즐넛 향이 복합적으로 납니다. 외모도 느낌도 그뤼예르와 매우 비슷합니다. 보포르beaufort와는 더 똑같다고 합니다. (제가 보포르는 보기만 했지 아직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건어물 향은 숙성되어 생긴 우마미와 건초 향이 어우러져 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포장을 뜯어 껍질 향을 처음 맡았을 때는 굴 같은 생 해산물의 비린내와 해초류, 그리고 밤꽃 향이 복합적으로 나서 다소 역했으나 시간이 지나니 익숙한 건어물 향과 헤이즐넛 향으로 차츰 향이 바뀝니다.

 

질감
칼로 써니 부서지거나 하지 않고 형태를 잘 유지하면서 부드럽게 스윽 썰립니다. 말랑말랑하면서 탄력이 있어 곧잘 휩니다. 껍질 쪽으로 갈수록 단단하나 속살은 촉촉하고, 다소 쫄깃거리며 씹히고, 입안과 찐득하게 들러붙다가 목구멍으로 넘어갑니다.



그뤼예르, 아펜젤러, 라끌레뜨, 심지어 에멘탈까지, 유명하다는 알파인 치즈들의 맛이 모두 납니다. 그뤼예르에서 나는 갑각류 우마미에, 아펜젤러풍의 맵고 싸르르한 기운에, 에멘탈에서 나는 호두 같은 달고 고소하면서 쌉쌀한 맛까지, 다 있습니다. 향, 맛, 외모 등 많은 면에서 유사합니다. 보포르를 맛본 사람들은 보포르에 가깝다고도 합니다. 아봉덩스 치즈를 요구하는 레서피에는 그뤼예르나 아펜젤러를 대신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아봉덩스보다는 이 치즈들이 생산량이 더 많고 유명하니까요. 아펜젤러 느낌이 나는 이유는 이것도 치즈 표면을 '술츠sulz' 같은 것으로 주기적으로 닦아주기 때문일 겁니다. 입에 넣고 씹어 넘겼더니 퐈~한 매운 기운과 싸르르한 탄산 느낌이 나서 입안이 아릿하고 따끔거렸습니다. 제법 성깔 있어요.

 

영양표를 보니 역시나 소금도 비교적 적게 들었습니다. 알파인 지역에서는 지리적 특성상 소금 구하기가 힘들었던 탓에 치즈에 소금을 적게 넣는 전통이 있어요. 소금을 적게 넣었는데도 꽤 짭짤한 느낌을 내는 것 보면 치즈를 꽉 찬 맛이 나도록 잘 만들고 잘 숙성시킨다는 소리입니다. 알파인 치즈 장인들이 기술이 좋아요. 아, 김정은이 중독됐다고 하잖아요. 그 양반이 뭘 좀 아는 겁니다. 다쓰 부처도 알파인 치즈들을 참 좋아합니다. 알파인 치즈치고 맛없는 치즈는 아직 못 봤습니다. 이 치즈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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