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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아일랜드 카셸 블루 Cashel Blue 블루 치즈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아일랜드 카셸 블루 Cashel Blue 블루 치즈

단 단 2015. 3. 8. 00:00

 

 

 

 아일랜드 티퍼레리 Tipperary, Ireland

 

 

 

 

 

 

 

 

 

 

 


아일랜드 치즈는 두 번째 소개합니다. 오래 전에 아이들용 찢어 먹는 스트링 치즈를 소개해 드린 적 있었지요. 자연 치즈이긴 해도 공장제 속성 대량 생산품이므로 제가 아주 진지하게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재미 삼아 먹는 치즈이지, 풍미나 숙성 따위를 논해 가며 먹을 만한 치즈는 아니거든요. 오늘 소개해 드릴 카셸 블루는 아일랜드 최초의 블루 치즈라서 좀 특별합니다.


뭣? 아일랜드 최초의 블루 치즈? 유제품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가 아일랜드인데, 여태 자국 블루 치즈 하나 없었단 말이야?


네에, 놀랍게도 이 치즈는 1984년에 탄생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죠. 낙농 강국인 아일랜드에 1984년이 되어서야 블루 치즈가 처음 생겼다니요. 바로 옆 나라인 영국은 거의 주마다 고유 블루 치즈가 있는데 말이죠.


아일랜드는 영국과 가깝고 기후도 비슷해 소를 키우고 소젖을 얻기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후가 비교적 온화하고 비가 부슬부슬 자주 내려 질 좋은 목초지가 많아요. 아일랜드는 전세계에 버터 수출로 명성을 떨치던 나라였습니다. 지금은 덴마크나 호주, 뉴질랜드 쪽의 대량 생산 버터들에 밀려 많은 타격을 입고 한 발 물러난 상태이지만요.
설상가상, 버터를 생산해 전세계에 수출하느라 정작 자국 전통 치즈 생산에는 좀 소홀했다고 하지요. 우유는 많이 나는데 전통 치즈는 영국만큼 많지가 않아요. 영국 살면서 저도 아일랜드 전통 치즈를 아직 못 접해 봤을 정도입니다. 아일랜드는 현재 영국보다 치즈 수출을 훨씬 많이 하는 나라입니다만, 문제는, 자국 치즈보다는 대개 영국 치즈인 체다를 만들어 내다 판다는 겁니다. 체다는 수요가 많으니까요. 심지어 영국 수퍼마켓에서도 아일랜드산 체다를 다 발견할 수 있을 정도죠.

 

카셸 블루라는 이름은 중세기 아일랜드 성 'The Rock of Cashel'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집안 대대로 낙농업을 하던 그러브Grubb 씨 집안에서 부부가 공동으로 개발해 조국에 최초의 블루 치즈를 선사하게 되었습니다. 블루 치즈계의 새내기이다 보니 옆 나라인 영국의 스틸튼, 프랑스의 록포르, 이태리의 고르곤졸라 등 유명하다는 블루 치즈들은 모두 맛을 보고 '벤치 마크' 삼았겠지요. 그래서 카셸 블루에는 이 세 치즈의 느낌이 골고루 스며 있습니다. 스틸튼의 구수한 된장 풍미, 고르곤졸라의 말린 대추 단맛, 록포르의 같은 금속성 산미를 희미하게나마 모두 갖고 있어요.

 

우유를 외부로부터 공급 받지 않고 농장 소유의 프리지안Friesian 소들로부터 얻어 저온살균한 뒤 식물성 효소를 써서 만듭니다. 살균유를 쓰면 외국 시장 진출에 유리하고, 식물성 효소를 쓰면 채식주의자들까지 포용할 수 있어 시장이 훨씬 커집니다. 대개는 반연성 치즈로 생산을 하고, 크림 치즈로도 내는 모양입니다. 스틸튼보다 부드럽고 순한 맛을 내도록 만들었다는데 맛을 보니 질감은 확실히 수분이 더 많고 부드러우나 맛이 스틸튼보다 더 순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사 온 조각은 스틸튼보다 맛의 강도가 훨씬 셌었는데, 포장에 정보가 너무 없어 어느 정도 숙성된 것을 사 온 건지 알 수가 없네요. 혀에 미세한 입자를 남기면서 넘어갑니다. 푸른곰팡이가 불규칙하게 퍼져 있어 먹는 곳마다 맛이 다 다릅니다. 먹는 재미가 있어요. 이 점이 원래 블루 치즈 먹는 즐거움 중 하나가 되기도 합니다. 잘 만든 맛있는 치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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