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영국음식] 리크 크럼블, 릭 크럼블 Leek Crumble 본문

영국음식

[영국음식] 리크 크럼블, 릭 크럼블 Leek Crumble

단 단 2015. 1. 19. 00:00

 

 

 

Still life with leeks by Carl Schuch, 1888,

National Museum in Warsaw.

 

 


내 사랑 리크.
익혔을 때 양파 다음으로 맛있는 파가 이 리크가 아닐까 싶습니다. 달지만 고소하고 알싸하면서 우아한 맛이 납니다. 씹는 맛도 있고요. 영국 와서 처음 봤는데, 한국에서도 이제는 혹시 리크를 생산하고 있나요? 파 재배하는 나라라면 리크도 재배 못 할 이유가 없을 텐데, 우리나라도 리크를 생산하기를 간절히 염원할 뿐입니다. 얼마나 맛있는데요. 아래의 영국 동전 사진을 보세요.

 

 

 

 

 

 

 



리크는 웨일즈의 국가 상징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동전에도 들어가 있고, 우리 한국인들 대파 쓰듯 일상 식재료로 많이들 쓰고 있지요. 대파보다는 키가 크면서 몸통도 굵고 '터프'해 생으로는 안 먹고 익혀서 먹습니다. 초록색 잎 부분은 익혀도 질기므로 아예 과감하게 잘라 내고 뿌리 가까운 쪽의 흰색과 연두색 몸통 부분만 먹고요. 단면은 아래와 같습니다.

 

 

 

 

 

 

 



오늘은 지극히 영국스러운 재료들로 만드는 영국음식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웨일즈의 리크와 잉글랜드의 체다와 스코틀랜드의 귀리가 주재료로 쓰입니다. 영국의 TV 프로그램 중에 <마스터셰프 프로페셔날> 요리 경연대회 혹시 아세요? 거기 심사위원인 마커스 웨어링Marcus Warering의 가정요리 레서피로 소개해 드릴게요. 미슐랑 2-스타 셰프이기도 합니다. 재료와 공정 나갑니다. 약 4인분이 나옵니다.

 

 

 

 

 

 

 


 원래는 잘 웃지 않는 무서운 사람이다.

 

 

 

 

 

 

 

 

영국 요리책의 위엄. 표지부터가 럭셔리.

하드 커버에 천으로 감쌌고

레서피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이 책에 있는 수많은 영국음식 중 오늘은 리크 크럼블 소개.

 


재료

[약 4인분]

 

리크 준비
 버터 25g
리크, 굵은 것으로 4대 정도. 질긴 초록 부분과 겉겹 한 겹을 제거하고 연한 부분만 2cm 길이로 썰 것.

 

[저는 처음 만들 때는 네 대보다 많이 필요했고, 두 번째 만들 때는 두 대 반이 들었습니다. 굵기와 길이가 살 때마다 매번 다르기 때문에 변수로 작용을 합니다. 오븐 용기를 빼곡히 메울 정도의 양이면 되는데, 익히면 수분이 증발해 부피가 줄어드니 익히기 전에 먼저 오븐 용기에 한번 채워 보시고 담긴 것의 약 1.3배 정도의 양을 썰어서 볶으시면 됩니다.]

 

치즈 소스
버터 50g
밀가루plain flour 50g
닭육수 200ml
우유 200ml
훈제 체다 50g, 강판에 갈 것
씨겨자wholegrain mustard 1큰술 [=15ml]
잉글리쉬 머스타드English mustard 1작은술 [=5ml]
소금 1/2 작은술 [시판 닭육수에 간이 돼 있을지 모르니 소금은 맛을 보아 싱거우면 넣으세요. 크럼블 토핑이 매우 짭짤하다는 것도 염두에 두시고요.]


크럼블 토핑
통밀가루 100g
납작 누른 포리지용 귀리rolled oats 100g
볶지 않은 참깨나 흑깨 30g
후추 조금
생 타임thyme 잎 2큰술
버터 50g
씨겨자 1작은술
훈제 안 한 플레인 체다 100g, 강판에 갈 것

 

[크럼블 양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양을 반으로 줄여서 만드셔도 됩니다.]

 

 

 

 

 

 

 


 훈제 체다 smoked cheddar.

 

 

 

 

 

 

 

 

 잉글리쉬 머스타드 English mustard.

 


<만들기>


리크 볶기

 

1. 오븐을 20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80˚C.


2. 중불의 지짐판frying pan에 버터를 넣고 거품이 일 때까지 녹인 후 리크를 한올한올 풀어지지 않도록 얌전히 볶는다. [위의 리크 단면 사진과 같은 모양이 계속 유지돼야 합니다.]

 

3. 볶은 리크를 네 개의 개인용 오븐 용기에 담거나 하나의 큰 용기에 담아 잠시 대기시킨다.



소스 만들기


4. 중불에 중간 크기의 소스팬을 올리고 버터를 녹인 뒤 밀가루를 넣어 5분간 충분히 볶는다. 덩어리지지 않게 잘 저어 가며 볶아야 한다.


5. 닭육수를 넣고 거품기로 저어 잘 풀어 준 뒤 우유를 넣는다. 적당한 농도가 될 때까지 끓이되 바닥에 들러붙지 않도록 계속 저어 주어야 한다.


6. 체다와 머스타드 두 종류를 모두 넣고 잘 젓는다.


7. 완성된 소스를 위의 볶은 리크 위에 붓는다. [리크 양에 비해 소스 양이 많아 보이는데 먹다 보면 많지 않으니 의아해하지 마시고 다 부으세요.]



크럼블 만들기


8. 우묵한 큰 그릇에 가루류 - 통밀가루, 귀리, 참깨, 후추, 타임을 넣고 잘 섞는다.


9. 위의 가루류에 버터를 넣고 손으로 비벼 보슬보슬한 빵가루를 만든다.


10. 치즈와 머스타드를 넣고 잘 섞는다.


11. 완성된 크럼블을 소스 덮은 리크 위에 골고루 뿌려 준다.


12. 예열을 마친 오븐에 넣고 약 20~30분간 굽는다. 집집마다 오븐 특성과 성능이 다르니 굽는 시간은 각자 자기 오븐에 맞게 정한다. 소스가 그릇 가장자리에서 보글보글 끓고 위의 토핑이 먹음직스러운 색이 나면 다 된 것이다.

 

 

 

 

 

 

 

 


완성되었습니다. 토핑에 구운 색이 나고 용기 가장자리에 체다 소스가 보글보글 끓은 흔적이 있어야 잘된 겁니다. 해 질 무렵 어두울 때 찍느라 힘들었습니다. 크럼블은 사진 예쁘게 나오기가 참 힘든 음식인 것 같아요. 그간 사 먹거나 해먹고 찍은 크럼블 사진이 많은데 '비주얼'이 시답잖아 건진 사진이 하나도 없어요. 비주얼이 맛을 못 따라가는 대표적인 '못난이' 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이는 그래도 으깬 감자나 구운 파이지 토핑이 봐줄 만하게 나오는 편인데, 크럼블은 그냥 정원의 흙밭.

 

 

 

 

 

 

 



어휴...

이거 왜 이렇게 맛있냐...

한숨 나게스리.


어느 요소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됩니다. 토핑 재료가 색다르죠? 대개는 견과류를 으깨 넣는데 이 양반은 어째 깨 넣을 생각을 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먹어 보니 견과류보다는 깨 넣은 게 훨씬 맛있네요. 겨자씨와 깨가 매력적으로 씹히면서 풍미를 물씬 더해 줍니다. 역시 마커스 웨어링. 리크와 버터, 리크와 우유, 리크와 치즈 등, 리크와 유제품은 그야말로 하늘이 맺어준 짝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은 걸 이틀 뒤 전자 레인지에 데워 먹은 것은 더 맛있었습니다. 크럼블의 바삭함은 모두 사라졌지만 리크와 치즈 소스와 오트 크럼블이 '범벅'이 되어 마치 특별한 포리지를 먹는 것처럼 맛있었습니다.


만일 한국에 이 리크가 들어간다면 우리 한국인들은 이를 가지고 어떤 요리들을 해먹을지 궁금해집니다. 제가 집에서 즐겨 해먹는 리크 요리를 열거하자면요,


 크리미 리크 토스트 [제이미 올리버]
리크, 밤양송이버섯, 야생 타임을 함께 볶아 토스트 위에 얹고, 스틸튼 치즈를 듬성듬성 올려 그릴로 녹여 먹는 우리 집 '곰팡 토스트' [다쓰베이더, 아래 사진]
리크, 브라운 쉬림프, 딜 샐러드 [사이먼 홉킨슨, 아래 사진]
오늘 소개해 드린 이 리크 크럼블 [마커스 웨어링]
리크와 훈제연어 베이크 [네이싼 아웃로] ☞ 레서피는 여기에

 

 

 

 

 

 

 

 

우리 집 영감이 기분 날 때마다 만들어 주는 '곰팡 토스트'.

 

 

 

 

 

 

 

 

로또 당첨되면 3일에 한 번씩은 꼭 해먹고픈

사이먼 홉킨슨의 리크, 브라운 쉬림프, 딜 샐러드.
저 영국 특산 브라운 쉬림프가 너무너무너무 맛있는데

비싸서 큰맘 먹고 사야 함.

 

 

 

 

 

 

 

 

 리크와 타임thyme의 조화도 기가 막혀.

 

 


☞ 영국음식 열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