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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만드는 영국 수제 가위 본문

사연 있는 사물

장인이 만드는 영국 수제 가위

단 단 2015. 3. 7. 00:00

 

 

 


잉글랜드 중북부에 셰필드Sheffield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한때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던 철강 도시였죠. 강철steel 산업의 역사에 획을 긋는 중요한 발명들이 이곳에서 많이 이루어졌었습니다. (강철의 대량생산 기술, 스테인레스 스틸의 발명 등.) 금속 제조에 관한 한 그 역사를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에 셰필드산 칼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걸 보면 이미 오래 전부터 칼 생산지로 유명했던 모양입니다. 17세기 초가 되면 런던과 함께 영국 커틀러리 생 산의 중심지가 되고, 18, 19세기를 거치면서 셰필드는 영국 산업혁명의 중심지가 됩니다. 지금도 영국인들은 셰필드산 커틀러리들을 최고로 칩니다. 저희 집 부엌칼과 커틀러리 중에도 셰필드산이 많아요. 조리용 칼과 커틀러리뿐 아니라 가
위도 유명했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융성했던 영국 셰필드의 수제 가위 공방들이 이제는 중국, 인도, 파키스탄의 대량생산 저가품들에 밀려 안타깝게도 문을 많이 닫았습니다. 이제 남은 곳이 거의 없지요.

 

 

 

 

 

 

 

 

 

작년 여름, 문 닫기 직전의 한 가위 공방 모습을 담은 짧은 영상이 소개돼 영국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 사라져가는 영국의 전통을 영국인들 다음으로 가장 아쉬워하는 이들은 바로 미국인들입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영국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장인 공방 등에 후원금을 모아 주거나 그림을 사 주거나 그림을 기증하거나 공방 제품들을 열심히 사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인들입니다. 영국에 '마음의 고향' 같은 어떤 끈끈한 애착이 있는 모양입니다. 가위 공방의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이 나가고 나서 역시나 미국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하네요. 저희 집도 변변한 가위가 없어 세 개를 주문했습니다. 부엌용, 공작용, 바느질용, 이렇게요. 장인 수는 한정돼 있고(거의 다 노인임.) 주문은 폭주하니 무려 5개월이나 기다려 겨우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만든 거라서 들여다보면 공장제 제품처럼 매끈하고 새끈하지가 않고 여기저기 울퉁불퉁 삐뚤빼뚤합니다. 그래도 손에 묵직하게 잡히면서 절삭력 하나만은 끝내줍니다. 자를 때 소리부터가 벌써 다릅니다. 정말로 가위 끝이 맞닿을 때 "싹둑!"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납니다.


☞ Ernest Wright & Son Scissors

 

만일 이곳의 가위를 구매하고자 하는 분들은 미리미리 주문하셔야 할 듯합니다. 한참 걸려서 받게 되거든요. 선물로도 좋아 보입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 영국에서만 통용되는 관습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가위를 선물할 때는 선물 받으실 분으로부터 단돈 백원이라도 꼭 받고 드려야 한다는군요. '당신과의 관계를 끊고 싶소.' 두 사람의 우정이 '싹둑' 단절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고 파는 척을 해야 한답니다. 재미있는 관습이죠? 

 

 

 

 

 

 

 


5개월 기다려 받은 가위들. 감동의 물결이.

 

 

 

 

 

 

 

 

 이건 재봉 가위인 듯. 선물용 상자는 따로 돈 주고 사야 함.

 

 

 

 

 

 

 

 

 단단의 가위들을 만드셨을지도 모를 장인 할아버지.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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