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치즈 ◆ 프랑스 롱 뒤 셰르 Rond du Cher 염소젖 치즈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롱 뒤 셰르 Rond du Cher 염소젖 치즈

단 단 2015. 5. 10. 00:30

 

 

 

 셀르-쉬르-셰르Selles-sur-Cher

미국 수출용 저온살균유 판

 

 

 

 

 

 

 

 

셀르-쉬르-셰르보다 주름이 깊지 않은 걸로 보아

아직 덜 마르고 숙성이 덜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치즈이니 기왕이면 프랑스 치즈칼로 썰어 보세.

 

 

 

 

 

 

 

 

먹을 만큼만 먼저 썬 뒤 나머지는 다시 냉장고로.

미리 썰어 두지 않으면 난장판이 된다.

 

 

 

 

 

 

 

 

풍미를 회복하기 위해 실온에 최소 30분간 방치.

마르지 않도록 작은 종지로 잘 덮어 두는 것이 중요.

 

 


프랑스 치즈 종류가 많아 보이는 까닭
프랑스 중부 르와르 계곡Loire Valley 지대는 예로부터 염소젖 치즈 생산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역사를 저 사라센들이 북상해 왔던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라센들이 이 지대에 염소도 데려다 놓고 염소젖 치즈 제법도 전해주었다고 하지요. 우리가 아는 많은 숙성 신선aged fresh 염소젖 치즈들이 이 지대에서 탄생했습니다. 프랑스 정부에 의해 AOC로 지정되었거나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지정돼 보호를 받는 유명한 이 지역 치즈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Valencay
Sainte Maure de Touraine
Selles-sur_Cher
Pouligny Saint Pierre
Crottin de Chavignol
Chabichou du Poitou


위의 치즈들 모두 전통 치즈이기 때문에 전통 제법에 따라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써야 하고 동물성 효소rennet를 써서 굳혀야 합니다. 숙성 신선 치즈라서 숙성 기간을 최소 10일에서 최대 3주 정도로, 대개 60일이 안 넘도록 잡습니다. 유럽 내에서 소비하거나 치즈 수입에 제약을 두지 않는 저 싱가포르 같은 미식 국가에 수출할 때는 문제가 안 되는데, 미국이나 한국처럼 치즈 생산과 수입에 과도한 제약을 두는 나라들에 수출할 때는 문제가 됩니다. 한국은 숙성 기간과 상관없이 생유 치즈는 아예 수입 자체가 불가능하고(국민들에게 유럽 전통 치즈들 대신 미국산 공장제 가공치즈나 유럽 치즈 조잡하게 베낀 속성 모방 치즈들만 먹이겠다는 것임), 미국은 저 '60일 미만 숙성 생유 치즈 수입 불가' 정책 때문에 숙성 기간이 짧은 이런 프랑스의 생유 전통 치즈들은 들여올 수가 없지요. 그러니 미국에 내다 팔려면 생유를 저온살균해서 써야만 하는데, 이러면 또 유럽연합 규정에 어긋나 전통적으로 붙여 왔던 이름을 붙일 수가 없게 됩니다. 진퇴양난이죠. 그래서 미국에 수출할 때는 생유를 살균해서 쓰고 이름을 바꿔서 내보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Chabris Noir (저온살균한 Valencay)
Montresor (저온살균한 Sainte Maure de Touraine)
Rond du Cher (저온살균한 Selles-sur_Cher)
Crottin de Champcol
(저온살균한 Crottin de Chavignol)

 

같은 원유를 쓰고 같은 생산자가 같은 제법으로 만들지만 생유를 쓰느냐 저온살균유를 쓰느냐에 따라 치즈 이름이 달라지니, 이걸 모르는 일반 소비자는 죄 다른 치즈로 여겨 치즈 종류가 엄청 많은 것으로 착각하기 쉬워요. 저도 이 치즈가 바로 전에 소개해드린 셀르-쉬흐-셰허와 같은 치즈인 줄 모르고 새 치즈 시식기 쓸 생각에 신나서 집어왔습니다.

 

설상가상, 위에 열거했던 AOC 치즈들 중에는 원통형이냐, 피라미드 형이냐, 원반형이냐 하는 식으로 형태만 다를 뿐 실상은 같은 생산자가 같은 원유를 써서 같은 제법으로 만드는 것들이 많아 다른 이름을 가진 치즈 예닐곱 가지가 거의 똑같은 맛을 내기도 합니다. "우와~ 프랑스 치즈 종류 엄청 많네~" 하는 감탄 뒤에는 이런 비밀도 숨어 있다는 거지요. 체다를 사각형, 원통형, 원반형, 피라미드 형으로 만든 뒤 각각을 생유로도 만들고 저온살균유로도 만들어 여덟 개의 각기 다른 이름을 붙여 판다고 생각해 보세요. 치즈 맛을 좌우하는 데는 형태와 크기도 물론 기여를 합니다만, 별도의 치즈로 취급을 하기에는 변별력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치즈 포장에 있는 광고 문구를 옮겨봅니다:
Rich and nutty, velvety edible ash rind, soft and creamy when fully ripe. Made from pasteurised goat's milk.

 

포장 뒷면에는 150g 한 덩이가 5인분이라는 설명을 해 놓았습니다. 치즈 표면에 도포한 검은색의 식용 재는 원료에 'vegetable carbon'이라고 써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던 셀르-쉬흐-셰허와 흡사합니다. 살균유를 썼고 숙성 기간에 차이가 있으니 맛에도 약간의 차이가 날 텐데, 나란히 놓고 비교해 가면서 먹지 않으면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향, 맛, 질감 모두 거의 비슷합니다.



발냄새 나는 남정네의 땀에 흠뻑 젖은 양말을 설탕 시럽에 살짝 담갔다 꺼낸 듯한 향이 납니다. 발랑세와 비슷해요. 맛과 향에서 모두 '고티'한 동물 느낌musk이 물씬 나므로 염소젖 치즈 초심자에게는 권하지 않겠습니다.

 

질감
껍질은 셀르-쉬흐-셰허와 마찬가지로 단단하지 않고 부드럽게 씹히며, 껍질 아래 흐르는 부분 때문에 끈끈하고 쫀득하게 이에 들러붙습니다. 흰 속살은 보슬거리지 않고 매우 밀도 높고 부드럽게 씹힙니다.

 


향에서는 단내가 조금 났으나 맛을 보니 단맛이 나지는 않고 쓴 누룩 풍미와 산미, 고소한 맛, 짭짤한 맛 등이 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강한 염소젖 풍미가 나므로 자연치즈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분과 염소젖 치즈 초심자들이 먹기에는 좀 부담스러울 듯합니다. 생유로 만든 셀르-쉬르-셰르보다 덜 숙성해서 그런지 이건 쓴맛이 좀 덜 나서 먹기가 한결 나았습니다. 생산 과정이나 곁들이기 좋은 술에 관한 정보 등은 ☞ 셀르-쉬르-셰르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