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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프랑스 셀르-쉬르-셰르 Selles-sur-Cher 염소젖 치즈 본문

세계 치즈

치즈 ◆ 프랑스 셀르-쉬르-셰르 Selles-sur-Cher 염소젖 치즈

단 단 2015. 5. 10. 00:00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이 들어 있다.

 

 

 

 

 

 

 

 

치즈 표면의 수분이 증발해 마르면서

깊은 주름이 생기는 것이다.

 

 

 

 

 

 

 

 

윗면: 으음, 곰팡이 핀 걸레 같..

 

 

 

 

 

 

 

 

옆면: 벌거벗겨진 인간들이 뒤엉켜 몸부림치는,

흡사 지옥도와도 같은 저 심란한 형국.

 

 

 

 

 

 

 

 

반전: 속살은 의외로 뽀얗고 아름답구나. 맛을 보자.

 

 


프랑스 중부 쏠로뉴Sologne 데빠르뜨멍department 서쪽 지역과 셰르Cher, 안드르Indre, 루와레셰르Loir-et-Cher 데빠르뜨멍에서 만듭니다. 예로부터 염소젖 치즈 생산으로 유명한 지대입니다. 제가 사 온 것은 쏠로뉴에서 만들었습니다. 루와레셰르 데빠르뜨멍의 셀르-쉬르-셰르 꼬뮨commune에서 19세기에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에 치즈 이름이 이렇게 붙었습니다. 전통 치즈치고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요. 이 치즈는 1975년부터 AOC로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온살균하지 않은 생유 염소젖을 쓰고 동물성 효소로 굳힙니다. 무게 약 125~150g, 지름 7.5cm, 높이 2.5cm 정도의 옆면이 살짝 경사진 작은 원반형으로 만드는데, 무게와 크기는 생산자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작은 원반형 치즈 하나를 만드는 데 염소젖 1.3리터가 듭니다. 생산방법은 발롱쎄와 거의 같습니다. 응고 효소를 최소한으로 넣어 천천히 응고를 시키고, 국자로 응유를 살살 떠서 틀에 담아 수분을 최대한 많이 보유해 부드러운 질감을 낼 수 있게 합니다. 틀에서 성형을 마치고 단단해진 응유는 꺼내어 소금과 재를 뿌리고, 숙성실에서 보송보송 곰팡이를 피웁니다. 최소 10일에서 최대 3주까지 숙성을 시킨 뒤 출하합니다. 색이 (청)회색으로 나는 이유는 틀에서 유장을 빼고 성형을 막 마친 치즈에 검은색의 식용 재를 뿌리고 숙성 기간 동안 흰곰팡이Penicillium candidum와 회청색 곰팡이P. glaucum를 같이 피우기 때문입니다.

 


누룩yeast향과 머스크musk향 같은 동물향이 좀 납니다. 이같은 동물향을 '고티goaty'하다고 표현들을 하지요.

 


속살에서는 레몬 산미와 견과류의 고소한 맛이 나면서 쓴맛도 느껴집니다. 단맛도 느껴져야 한다는데, 제가 사 온 치즈에서는 단맛이 많이 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껍질쪽은 약간 매우면서 '고티'합니다. 껍질쪽에서도 쓴맛이 납니다.


질감
하얀색의 속살은 삶은 달걀 노른자와 비슷한 질감이 나나 그보다는 좀 더 밀도가 높고 결이 곱습니다. 부스러기가 떨어지거나 하지 않고 입자들끼리 잘 붙어 있습니다. 단단하면서도 일단 한 번 씹으면 부드럽게 입 안에서 녹아 내립니다. 껍질쪽은 단단하다거나 심이 느껴지지 않고 촉촉하고 부들부들 부드러우면서 껍질 바로 아래의 흐르는 층 때문에 다소 쫄깃거립니다. 이에 많이 들러붙습니다.

 

이 치즈는 여느 염소젖 숙성 신선 치즈들에 비해 동물 느낌이 강하게 나는데, '고티'한 건 둘째치고, 남들보다 쓴맛을 훨씬 예민하게 느끼는 저는 전반적으로 쓴맛이 많이 나서 맛있게 먹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좀 더 어른의 입맛을 가진 다쓰베이더는 문제없이 잘 먹었습니다. 저한테는 과숙 발롱쎄valencay나 샤비슈 뒤 푸아투Chabichou du Poitou보다도 더 고티하면서 쓰게 느껴집니다. 발롱쎄나 로꺄마두르rocamadour에서 나는 향긋한 꽃향 같은 말린 대추 향은 없습니다. 쓴맛은 아마도 숙성할 때 곰팡이와 함께 증식된 누룩 탓이 아닐까 싶은데, 누룩 풍미 나는 치즈들이 대개 쓴맛도 많이 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영국의 흰곰팡이 연성 치즈나 숙성 신선 치즈들에서는 이런 쓴맛이 거의 안 나는데 유독 프랑스 치즈들에서는 강한 쓴맛 나는 것들이 많아요. 어떤 요소가 수분 많은 프랑스 치즈들에 이런 쓴맛을 가져오는 건지 몹시 궁금합니다. 치즈 제조법에 의해 발현되는 자연스러운 특성인 건지, 아니면 환경, 소위 떼루와terroir에 의한 건지, 잘 못 만들어서 그런 건지 궁금하네요. 고형분 중 지방 함량은 45% 정도로 숙성 신선 치즈치고는 높은 편입니다. 곁들이면 좋은 술로는 dry whites, white Touraine, roses of Blesois, 또는 Cinon나 Bourgeuil 같은 가벼우면서 과일 향이 나는 레드 와인 등을 생산자가 추천하고 있습니다.

 


롱 드 셰르 - 미국 수출을 위해 셀르-쉬르-셰르를 살균유로 만든 것
☞ 발롱쎄 - 같은 지역에서 셀르-쉬르-셰르와 같은 제법으로 만드는 치즈
☞ 사비슈 뒤 푸아투 - 내 주름도 만만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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